[비즈한국]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5일 오후 약 2시간에 걸쳐 ‘삼소맥(삼겹살+소맥) 회동’을 가졌다. 10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황 CEO는 세 기업 수장과 삼겹살과 소주·맥주를 곁들인 만찬을 함께하며 AI 반도체와 로보틱스 등 미래 산업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소맥 건배에 “GO SK!, GO LG!, GO 네이버!”
이날 오후 7시 9분께 수백 명의 인파가 몰린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삼겹살 전문점 ‘형님저요’에 황 CEO가 마지막으로 입장하며 네 사람이 한 테이블에 모였다. 오후 6시 50분을 넘긴 시각 구광모 회장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최태원 회장과 이해진 의장이 뒤이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세 사람은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최 회장이 두 사람의 잔을 채우면 이 의장이 다시 최 회장의 잔을 채우는 모습도 보였다.
검은색 가죽 재킷 차림의 황 CEO가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자 홍대 거리에는 환호성이 터졌다. 황 CEO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구 회장과는 포옹했고, 최 회장과 이 의장에게는 어깨를 두드리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후 재킷을 벗고 자리에 앉으며 본격적인 만찬이 시작됐다.
구 회장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챙겼다. 고기 굽는 역할을 맡았고, 냅킨을 찾는 이가 나오자 직접 천장에 걸린 냅킨을 뽑아 건네기도 했다.
네 사람은 삼겹살을 곁들여 소주와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황 CEO는 풋고추와 김치에 관심을 보였고, 상추쌈에 파절임을 넣어 먹는 모습도 보였다. 건배가 이어지는 가운데 황 CEO는 잔을 높이 들고 “고 코리아(Go Korea), 고 SK, 고 LG, 고 네이버”를 외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황 CEO는 식당 안 손님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식사하던 가족 테이블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었고, 셀카를 요청하는 손님들의 요구에도 일일이 응했다.
식사가 시작된 지 30여 분 지난 뒤 황 CEO는 식당 밖으로 나와 시민들과 취재진에게 꽈배기와 찹쌀도넛을 나눠줬다. 최 회장과 이 의장도 함께 밖으로 나와 간식 배포에 동참했다. 황 CEO와 최 회장이 나란히 엄지를 치켜세우며 사진을 찍는 장면도 연출됐다.
최 회장이 편의점과 협업해 출시한 ‘HBM칩스’ 과자를 들고 나오자 황 CEO는 즉석에서 봉지를 뜯어 맛을 본 뒤 시민들과 나누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HBM을 좋아하느냐”고 묻고, 최 회장이 HBM칩스를 들어 보이자 “HBM is mine(HBM은 나의 것)”이라고 외쳐 현장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시민들이 “젠슨 황”을 연호하면 황 CEO는 “HBM”을 외치며 화답했다. 현장에는 HBM칩스를 비롯해 빙그레 바나나우유와 팔도 비락식혜 등도 함께 준비됐다.
#“한국 비즈니스 폭발적”…AI 연구센터 구축·신사업 4종 공개
황 CEO는 취재진과 만나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그는 “한국에 있는 파트너들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에 온 것은 비즈니스가 폭발적(booming)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매우 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CEO는 “한국에 큰 선물로 4개의 새로운 사업을 가져왔다”며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 신규 CPU ‘베라’, AI PC 플랫폼 ‘RTX 스파크’, 로봇용 컴퓨팅 플랫폼 ‘젯슨 토르’를 소개했다. 그는 “베라 루빈은 많은 양의 HBM을 사용할 것이고, 베라는 많은 양의 LPDDR5 메모리를 사용할 것”이라며 “RTX 스파크 역시 대규모 LPDDR5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RTX 스파크는 40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PC의 새로운 발명품”이라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4개의 신제품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주 흥미진진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 내 연구개발 투자 확대 계획도 공개했다. 황 CEO는 “한국 내 AI 연구 엔지니어와 로봇공학 연구를 위한 뛰어난 연구센터를 구축하고 있다”며 “관련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이날 서울 근무를 조건으로 AI 기술센터 소속 피지컬 AI 담당 인력 채용 공고를 공개했다. 해당 인력은 디지털 트윈과 로보틱스 분야 연구를 담당하게 된다.
그는 “삼성, 현대, LG, SK하이닉스, 네이버는 모두 소중한 친구들”이라며 “우리는 모두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그들의 큰 파트너십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도 했다.
황 CEO가 시민들과 기자들을 상대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는 동안 세 기업 수장은 식당 안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황 CEO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는 매디슨 황 수석이사가 자연스럽게 대화에 합류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세 사람은 사업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구 회장은 “오늘은 편안한 자리에서 친목을 다졌다”고 말했고, 최 회장은 “(업무) 이야기를 하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회동 비용은 이 의장이 네이버페이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 ‘Npay 커넥트’의 안면인식 결제 기능을 이용해 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회동은 오후 9시 5분께 네 사람이 식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마무리됐다. 참석자들은 인근 BBQ 매장으로 이동해 2차 자리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는 황 CEO의 부인 로리 황도 합류했다. 1차에서 소맥을 여러 잔 비운 참석자들은 장소를 옮긴 뒤에도 생맥주를 곁들이며 담소를 이어갔다.
이번 만남은 황 CEO가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이른바 ‘깐부 회동’을 가진 이후 다시 한국 기업 수장들과 마련한 공개 만찬 자리다. 특히 SK하이닉스의 HBM, LG의 AI·로보틱스 사업, 네이버의 AI 서비스 등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에 있는 주요 기업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황 CEO는 이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곧바로 공개 행보에 나섰다. 그는 공항에서 “현대, LG, SK, 삼성, 네이버와 많은 미팅이 예정돼 있다”며 한국 방문 기간 공급망 협력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서울 마포구 'T1 베이스캠프'를 찾아 e스포츠 선수들과 만난 뒤 홍대로 이동해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이해진 의장과 삼소맥 회동을 진행했다. 향후에는 LG그룹, 현대자동차, 네이버, 서울대 등을 방문하며 방한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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