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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한 달, 정부-의료계 여전히 '평행선'

의료법 개정해 밀어붙이겠다는 정부 vs 고소까지 하며 반대하는 의료계

2024.02.01(Thu) 11:26:42

[비즈한국] 정부가 의료법을 개정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이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면서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반년 넘게 의료계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터라 법 개정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의료법을 개정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사진=생성형 AI


#정부 “의료법 개정해 제도화”

정부는 지난달 30일 ‘상생의 디지털, 국민 권익 보호’를 주제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 토론회’를 열고 디지털 의료서비스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에는 의료법 개정을 통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환자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의료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은 제한되는 등 불평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많은 국민들이 비대면 진료에 관해서 법 제도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계신다”며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여러 문제를 법 개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보완해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단계 ‘심각’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가 종료됨에 따라 제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범사업이 도입됐다. 기존에는 대면진료 6개월 이내의 환자나 65세 이상, 장애인 등이 대상이었지만, 시범사업에서는 휴일이나 오후 6시 이후 야간에는 전 연령대의 환자가 초진이더라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대면 진료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또 처방전 이미지의 위·변조 및 재사용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처방전을 직접 전송하고, 고용량의 호르몬으로 부작용이 큰 사후피임약은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시범사업에 포함됐다. 

#정부-의료계 갈등, 고소까지 번져

일각에선 정부의 혁신안 발표를 두고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당사자 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현장에서 의료법 위반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지난달 보완 방안 발표 과정에서 앞선 약속들이 지켜지지 않았던 점 등을 언급하며 정부가 의료법 개정도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는 의약단체,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앱 업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을 출범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자문단은 출범 이후 6번 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회의에서 나온 공통된 의견들이 보완 방안에 담기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회의에서 전문가의 반대 의사가 다수 나왔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며 회의록을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와 당사자 간 소통 창구가 자문단에 그치는 등 사실상 당사자들의 권한을 축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일부 의사 단체에서 시범사업 불참 권고 이야기가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엄중 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복지부에 따르면 실제로 조치를 취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의료계는 지속적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고소에 나섰다. 지난달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 등을 협박죄, 강요죄,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의료계의 시범사업 참여 역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현장 의사 절반은 오진에 대한 법적 책임에 부담을 느껴 시범사업에 불참하고 있다. 약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약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약사들은 비대면 진료에 비관적이다. 젊은 약사들을 중심으로 일부가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면으로는 환자를 거의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와 약국의 비대면 조제 등 비대면 전담 운영을 금지했지만,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약사 A 씨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이름이 올라와 있어도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많지 않다. 우리 약국도 한 플랫폼에 올라갔지만 사용한 적도 없고 아무 관계도 없다. 플랫폼에 등록된 약국은 많아도 실제로는 비대면 조제를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의료계 “재진 환자 중심으로 운영돼야”

처방전 위변조와 약물 오남용에 대한 안전장치가 부족한 점도 여전히 문제다. 병원에서 팩스나 이메일 등을 통해 처방전을 약국에 직접 송부한다는 내용이 보완 방안​에 담겼지만 위변조 우려는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료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또 “취지와 다르게 비급여 품목인 탈모약과 비만약 등이 높은 빈도로 처방되는 점으로 미루어 비대면 진료로 인한 약물 오남용 위험성도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약사 B 씨는 “초기에 재진을 위주로 운영되지 않았나. 만성질환 환자 등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만 비대면 진료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정부 방안은 의료 행위가 아닌 소비자(환자)의 필요에 맞춘 측면이 강하다”며 “다만 비대면 진료가 정착되면 약 배달은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고 약 처방을 대면으로 받을 명분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제약업계를 비롯한 산업계도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와 조제의 필요성이 충분해 시장은 커질 것으로 보지만, 아직 정부가 의료계와 의견을 모으지 못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대상 범위가 확대되면서 굿닥,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등 플랫폼업체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빠르게 재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비대면 진료 이용량이 4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시장성 등을 이유로 각각 6월과 12월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중단한 바로필과 똑닥은 서비스를 다시 시작하지 않았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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