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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집단행동, 비대면 진료·의료 AI·의약품 배송 기회될까

수요 늘겠지만 당장 의료 공백 막기엔 역부족…현행 제도선 의료계 눈치보기 '급급'

2024.02.23(Fri) 15:05:11

[비즈한국] 의료계와 정부 간 강대강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대형병원에서의 환자 사망 사례까지 보고되면서 국민 여론도 악화되는 상황.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정부가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 방침까지 밝히면서 비대면진료, 의료 AI(인공지능) 등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이 커진다. 다만 업계에선 “디지털헬스케어 분야가 의사 고유의 업무를 완벽히 대체하는 데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증원 계획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사퇴로 인해 의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대기중인 환자들이 전공의 사직사퇴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 사진=이종현 기자

 

전공의 줄사직이 이어지면서 의료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서 나아가, 혼합진료 금지 등을 담은 ‘필수의료 패키지’에도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논리를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며, 필수의료 패키지 역시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지나친 통제”라며 반발한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과 의대생들의 휴학은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지 집단행동이 아니”라며 “정부는 의사들의 포기 현상을 가속하는 위헌적 폭압을 중단해야 한다. 대한민국 실정에 맞고 합리적인, 객관적인 기준으로 이뤄진 대규모 연구를 통해 적정한 의사와 보건의료 인력 규모를 추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약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는 전날(20일)보다 459명이 늘어난 수치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64.4%인 8024명으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현장점검을 통해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038명 가운데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5230명을 제외한 808명의 전공의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 “의원급 수요 늘어날 것​적극 대응은 어려워”

 

어느 한 쪽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비대면진료와 의료 AI 분야는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의료계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집단행동이 본격화되는 경우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이 도화선이 됐다. 한 총리의 발표 직후 케어랩스, 유비케어, 비트컴퓨터 등 관련 기업의 주가는 큰 폭으로 급등락을 반복했다. 

 

비대면진료 사업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전면 시행되다 점차 범위가 점차 축소됐다. 제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범사업이 도입됐고, 정부는 지난해 말 시범사업을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존에는 대면진료 6개월 이내의 환자나 65세 이상, 장애인 등이 대상이었지만, 휴일이나 오후 6시 이후 야간에는 전 연령대의 환자가 초진이더라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갑자기 새로운 기회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비대면진료 플랫폼 관계자들은 정부의 결정을 마냥 반기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운영하는 A사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에게 병원과 의사는 절대 갑이다. 혹시라도 눈밖에 나면 사업이 망할 수도 있는 구조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다. 지금이 홍보를 하기 매우 좋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집단행동으로 의원급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 현재 개원의를 중심으로 중계가 이뤄지고 있어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또 다른 비대면 진료 플랫폼 B사 관계자는 “아직 정부에서 비대면진료와 관련해 협조 요청이나 지침은 내려오지 않았다. 전면 허용이 된다면 시스템상의 개편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보니 지켜보고 있고 있다”며 “이번 집단행동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소화하지 못한 일부 경증 환자들이 의원급으로 올 수 있다고 보고,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있게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비대면진료 사업이 여전히 불확실한 점이 불만이라고 토로한다. 이전보다 확대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범사업에 머무르고 있고, 의료계에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사업 방향이 수정되는 경우가 잦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제도 환경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어야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어 제도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2023년 4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소아·응급·비대면 의료 대책 당정협의회가 열리기도 했다. 여전히 비대면 의료에 대한 규제 문턱은 높은 편이다. 사진=박은숙 기자

 

#의료 AI 업계 “의사 진단 보조 중심…완벽 대체는 먼 미래”

 

의료 AI의 상황은 어떨까. 국내 의료 AI 시장은 아직 의사의 진단을 보조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진단 과정에서의 효율을 꾀하고 정확도를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를 기반으로 이상 소견을 탐지해 의료진에게 소견명과 위치 등을 제시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운전을 하는데 더 정확하고 빠른 길을 안내해 주기는 하지만 목적지까지 운전하는 것은 의사”라고 설명했다. 

 

가령 최근 SK C&C가 개발한 뇌경색 진단 AI 솔루션인 ‘메디컬인사이트 플러스 뇌경색’은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뇌경색 가능성을 수치로 제시한다. 이상 부위에 별도의 표시도 나타나 의료진이 놓칠 수 있는 미세 부위도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뷰노의 ‘뷰노메드 딥브레인’은 딥러닝을 기반으로 뇌 영역을 100여 개 이상으로 분할해 각 영역의 위축 정도를 정량화한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제공한다. 

 

AI 기술이 의사를 대체하는 단계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의료 AI 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의료 AI는 아직 의료진의 선제적인 조치를 도와주는 개념이며, 최종 판단은 의료진의 영역이다. 의사를 대체해서 AI가 임상 판단을 내리고 치료를 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확대 방침을 두고는 “대부분의 의료 AI가 의사의 진단을 돕는 방식이기 때문에 의료진의 진료가 없다면 사용할 수 없어 당장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비대면진료가 활성화된다고 의료 AI 사업이 실질적으로 커지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다만 이번 의료계 집단행동을 통해 의료진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AI 기술은 아직까지 의사를 대체한다기 보다는 방향을 잡아주는 내비게이션 수준에 가깝다. 사진=생성형 AI

 

#“​의약품 배송·보험 수가 개선해야 산업 활성화”

 

정부의 비대면진료 확대 정책 시행 이후 플랫폼 이용은 크게 증가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올해 2월 2일까지 플랫폼 4개사(굿닥·​나만의닥터·​닥터나우·​솔닥)에 접수된 비대면진료 요청 건수는 총 17만 7713건으로, 비대면진료 확대 정책 시행 전 50일간 접수된 2만 1293건과 비교하면 7.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비대면 의약품 수령 등은 개선 과제다. 원산협이 진행한 조사에서 이용자들은 정부의 비대면진료 정책 확대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약 배송을 통한 비대면 의약품 수령 허용의 필요성을 꼽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약국에 전화해 조제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조제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는 불만이다. 선재원 원산협 공동대표는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고 약은 대면으로 받으러 가야 하는 부분과, 진료대상 기준을 완화하는 점이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료 AI 업계에서는 보험 수가를 언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지만, 사회보험 제도가 무척 엄격하다 보니 만들어놓은 의료기기를 활용한 의료 행위가 보험 수가 체계에 진입하기 어려운 상태다. 그런 부분에 대한 제도 개선이나 보완이 좀 필요한 상황인데 조금 더디다. 방향은 맞게 가고 있지만, 업계에서 생각하는 부분과 조금 더 핏하게 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경증환자를 비대면 진료로 흡수해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비대면진료가 전면 확대되면서 의료취약지가 아니거나, 초진인 경우에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병원급 이상에서의 비대면진료 대상도 늘어난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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