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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50억 년 후 태양 폭발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방법은?

'죽은 별' 곁을 돌며 생존한 가스형 외계행성, 제임스 웹에 포착

2024.04.08(Mon) 17:41:18

[비즈한국] 앞으로 약 50억 년 후 우리 후손들에게는 끔찍한 운명이 닥치게 된다. 핵융합의 불씨가 서서히 멎어가면서 태양이 거대한 적색거성으로 부풀어오르고, 결국 이글거리는 태양 표면이 지구 코앞까지 다다르게 되는 것. 이건 우주의 법칙이 변하지 않는 한 반드시 벌어질 필연적인 일이다. 우리 후손들이 정말 운좋게 크게 싸우지 않고 50억 년 가까이 지구에서 오손도손 살아간다 하더라도 이 운명은 피할 수 없다. 하늘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태양 표면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존 전략은 한 가지. 거대하게 부푼 태양으로부터 멀리 태양계 외곽 행성으로 도망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목성과 토성 궤도 정도로 인류가 이주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크게 부푼다면 그때쯤이면 목성, 토성 궤도 정도가 오히려 태양 빛을 적당히 받는 골디락스존에 들어올 수 있다. 50억 년 후라면 태양계 외곽까지는 어렵지 않게 여행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해본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부디 천문학적 행운이 함께 하길…. 

 

그런데 목성, 토성으로의 이주 계획이 성공하려면 한 가지 중요한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태양이 적색거성을 거쳐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사라지고 백색왜성만 남기게 되더라도, 목성과 토성이 아예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태양계 안쪽 궤도를 도는 수금지화 암석 행성은 거대하게 부푼 태양 표면에 잡아먹힐 것이다. 그에 비해 태양계 외곽을 도는 가스 행성들의 운명은 장담하기 어렵다. 거센 태양의 폭발에 휩싸여 가스 행성들도 산산이 파괴될지, 아니면 그 폭풍 속에서도 살아남아 결국 백색왜성이 된 태양 곁을 꿋꿋하게 맴돌지…. 

 

최근 제임스 웹이 우리 후손들에게 작은 희망이 될지 모르는 흥미로운 현장을 발견했다. 오래전 폭발과 함께 사라진 백색왜성 곁에서 꿋꿋하게 궤도를 돌며 생존한 가스형 외계행성을 포착한 것이다! 중심의 별이 폭발하더라도 곁의 행성이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후손들에게 실낱 같은 작은 희망이 될지 모르는 제임스 웹의 최신 관측 결과를 소개한다. 

 

먼 미래, 태양이 백색왜성만 남기고 폭발하더라도 그 주변을 맴도는 행성계 전체가 사라지지 않을 ‘희망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관측이 발표되었다.

 

백색왜성 곁에서 외계행성을 찾는 건 매우 어렵다. 백색왜성은 더 이상 핵융합을 하지 못한 채 죽기 직전에 남아 있던 온기로 빛을 내는 별의 ‘사체’다. 서서히 우주 공간에 열기를 빼앗기며 식어간다. 그래서 일반적인 가시광선으로 관측하면 굉장히 어둡다. 주변에서 빛나는 다른 평범한 별빛에 파묻힐 정도다. 대신 온도가 미지근하기 때문에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에서는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바로 여기에서 제임스 웹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제임스 웹은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하는 우주 망원경이다. 사람의 눈, 그리고 가시광선으로 우주를 보는 일반적인 망원경에게는 백색왜성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임스 웹에게는 오히려 백색왜성이 더 찾기 쉬운 타깃이 될 수 있다. 

 

보통 다른 별 곁을 도는 외계행성을 찾는 법으로는, 외계행성이 중심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갈 때 별빛의 밝기가 살짝 어두워지는 트랜짓을 활용한 방식을 떠올린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활약하며 인류가 발견한 외계행성 수를 5000개 넘게 해준 외계행성 사냥꾼 케플러 우주 망원경,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우주로 올라가 지금도 관측을 활발히 이어가는 테스 우주 망원경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최근까지 외계행성 대다수는 이 방식으로 발견했다.

 

얼핏 생각하면 가장 직관적이지만 정작 천문학자들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외계행성 탐색 방식이 있다. 바로 인증샷 자체를 찍는 방법, 다이렉트 이미징이다. 단순히 성능이 좋은 망원경과 카메라로 별 곁에 숨어서 희미하게 별빛을 반사하며 빛나고 있는 외계행성의 모습 자체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이런 방법은 거의 사용하지 못한다. 중심의 아주 밝은 별에 비해 곁을 도는 외계행성은 굉장히 어둡고 작기 때문이다. 사방으로 퍼져보이는 별빛에 외계행성의 흐릿한 모습이 파묻혀버리기 때문에 어지간히 큰 외계행성이 아니라면 다이렉트 이미징만으로는 그 존재를 확인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제임스 웹은 성능이 굉장히 뛰어난 덕분에 이 사냥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비교적 파장이 긴 중적외선 대역에서 이미지를 촬영하는 제임스 웹의 MIRI 장비를 동원해 2023년 2월과 4월, 각각 백색왜성 WD 1202-232와 WD 2105-82를 관측했다. 첫 번째 백색왜성 WD 1202-232는 원래 태양 질량의 1.3배밖에 안 되는 가벼운 별이었으나, 아주 오래전 핵융합을 멈추고 9억 년째 차갑게 식어가는 중이다. 별 자체의 나이는 약 53억 살로 추정된다. 두 번째 백색왜성 WD 2105-82는 태양 질량의 2.5배 정도였으나 마찬가지로 핵융합을 멈추고 8억 년째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이 별의 나이는 약 16억 년이다. 모두 일찍이 진화를 마치고 폭발 직후에 남아 있던 열기에 의지한 채 서서히 식어가고 있는 백색왜성이다. 

 

일반적인 관측에서 백색왜성은 아주 까다로운 천체다. 밝게 빛나는 별들 사이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임스 웹이 그 주변 외계행성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 시도한 다이렉트 이미징에서는 역설적이게도 백색왜성이 유리했다. 백색왜성은 지나치게 밝게 빛나지 않는다. 아주 어둡게 빛난다. 그래서 빛을 발산하는 형태도 복잡하지 않다. 눈부시게 빛나는 다른 거대한 별들에 비해 그저 미지근하게 열을 발산하는 백색왜성의 경우, 그 별이 내보내는 빛의 분포를 더 쉽게 모델링할 수 있다. 훨씬 간단하고 깔끔하게 별빛의 성분을 수학적으로 구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이 관측한 이미지에서 비교적 쉽게 모델링한 각 백색왜성의 밝기 분포를 빼보았다. 마치 포토샵 어플로 지우고 싶은 뾰루지만 싹 지우듯이, 사진 중심에서 미지근하게 빛나는 백색왜성의 빛 성분만 제거한 것이다. 그러자 그 주변에 어렴풋하게 보이던 작은 얼룩의 존재가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이렇게 확인된 백색왜성 주변 얼룩이 정말 그 곁을 맴도는 외계행성이라고 바로 확신할 수는 없다. 훨씬 먼 배경 우주에 있는 배경 은하의 이미지가 우연히 비슷한 방향에서 겹쳐 보인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그간의 관측을 보면 이렇게 별 주변에서 확인된 얼룩이 외계행성이 아니라 그저 배경의 또다른 천체일 가능성은 3000분의 1 정도다. 아주 낮지는 않다. 따라서 이것이 정말 외계행성인지를 검증하기 위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서 관측한 백색왜성 이미지. 각 사진 가운데 백색왜성의 빛 성분을 제거하면 그 주변에 숨어 있던 외계행성의 흐릿한 성분이 드러난다.


이를 위해 천문학자들은 앞서 중심 백색왜성의 성분을 뺀 사진에 남아 있는 얼룩의 빛을 다시 한번 모델링해서 제거했다. 만약 이 얼룩이 정말 중심의 백색왜성 빛을 반사하면서 흐릿하게 빛나는 공 모양의 외계행성이라면 단순한 구체의 천체가 빛을 발산하는 방식으로 빛이 관측되었어야 한다. 이렇게 모델링한 빛의 밝기 분포를 적용해 살아남아있던 얼룩을 사진에서 한 번 더 빼주었다. 그 결과 두 장의 백색왜성 사진에서 모두 얼룩이 거의 말끔하게 지워지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것은 이 천체가 실제로 둥근 형태로 중심의 별 빛을 반사하며 빛나고 있는 천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계행성이 아니라 훨씬 먼 거리에 놓인 배경 은하였다면 이렇게 말끔하게 얼룩이 지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일 천체가 혼자 빛을 내는 외계행성과 달리, 별 수천억에서 수조 개가 모여 멀리서 빛나는 은하의 경우 훨씬 펑퍼짐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밝기가 분포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천체가 배경 은하였다면 미처 지워지지 않은 지저분한 얼룩이 더 남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면밀한 추가 분석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의 이미지에서 확인한 두 얼룩이 백색왜성 곁을 맴도는 가스형 외계행성 후보일 거라 제안했다. 물론 100% 외계행성이라고 단언하기는 아직 어렵다. 더 확실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동일한 곳을 다시 관측해야 한다. 정말 백색왜성 곁을 맴도는 외계행성이 맞다면 나중에 다시 관측했을 때, 이 얼룩의 위치가 살짝 이동해야 한다. 물론 외계행성이 궤도를 도는 데 아주 긴 시간이 걸린다.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걸린다. 그래서 다이렉트 이미징 관측만 갖고 외계행성인지를 판단하기까지는 아주 긴 시간이 걸린다. 이것이 현장에서 천문학자들이 다이렉트 이미징 기법을 애용하지 못하는 또 다른 한계다.

 

제임스 웹의 성능이 뛰어나지만, 외계행성 자체가 워낙 어둡고 흐릿하게 보이기 때문에 이번 관측만 갖고서 이 얼룩에 해당하는 외계행성 후보의 정확한 질량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첫 관측을 통해 추정한 두 외계행성의 질량은 대략 목성 질량의 1~7배다. 목성 정도, 또는 그보다 비교적 덩치가 큰 거대한 가스 행성으로 추정된다. 두 후보 천체는 중심의 백색왜성으로부터 약 11~35AU 거리에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태양으로부터 목성과 토성이 떨어져 있는 정도와 비슷하다. 

 

이번 관측은 앞으로 50억 년 뒤 우리 태양계에서 벌어질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흥미롭게도 중심 별에서 10~30AU 거리에 떨어져 있는 가스형 행성들은 중심 별이 백색왜성을 남기고 폭발하는 과정에서도 아예 파괴되거나 궤도 바깥으로 튕겨 날아가지 않고 꿋꿋하게 그 곁을 지킬 수 있다. 목성과 토성도 비슷한 운명을 따라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먼 후손들은 거대하게 부풀었다가 폭발하는 태양을 피해, 멀찍이 목성과 토성 주변의 얼음 위성에 새롭게 터를 잡고 살아가는 미래를 꿈꿔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편 백색왜성 주변에서 거대한 가스 행성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 새로운 가능성은 천문학적으로도 한 가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앞서 여러 번 강조해서 이야기했듯이 백색왜성 자체는 더 이상 핵융합을 하지 못하는 죽은 별의 시체다. 그런데 가끔 백색왜성들 중에는 꽤 높은 함량의 무거운 금속 원소를 품은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마치 계속 죽지 않고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을 이어가면서 더 무거운 금속 원소를 야금야금 만들어가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백색왜성 내부에서 새로운 금속 원소를 채워가는 핵융합 반응이 계속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금속 원소 함량이 높게 관측되는 백색왜성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그 곁을 맴돌고 있을지 모르는 거대 행성의 역할에 주목했다. 곁을 맴도는 거대한 행성들이 더 멀찍이 퍼져 분포하는 다양한 혜성과 소행성의 궤도에 영향을 주고, 그 중 일부가 중심의 백색왜성으로 곤두박질치며 유입되는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로 인해 백색왜성은 소행성과 혜성이 품고 있던 다양한 금속 원소를 보충받게 되면서, 핵융합이 멈춘 상태에서도 꽤 높은 금속 함량을 보일 수 있다. 말 그대로 소행성과 혜성이 품고 있던 금속 성분으로 백색왜성이 오염되는 셈이다.

 

이번 발견은 백색왜성 곁에서 소행성과 혜성의 궤도를 흐트러트리고 있을지 모르는 거대 행성의 존재 가능성도 보여준다.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금속 원소로 오염된’ 백색왜성의 존재를 설명할 새로운 단서가 될 거라 기대된다. 

 

백색왜성이 된 태양 주변을 맴도는 태양계 외곽 가스 행성들의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 사진=NASA


어찌 보면 우주의 별들은 탄생한 이래 영원히 죽지 않는 영원의 삶을 사는지도 모르겠다. 겉보기에는 핵융합 과정이 모두 멈추고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장엄한 죽음의 순간 이후에도 별은 멈추지 않고 계속 자신의 모습을 바꿔간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모습이 바뀌는 변화 자체를 ‘진화’로 정의하는 천문학의 관점에서 봤을 때, 주변의 소행성과 혜성으로부터 계속 금속 원소를 보충하면서 자신의 화학 조성을 바꿔가는 백색왜성 역시 죽지 않은, 계속 진화해가는 살아 있는 존재다. 

 

오래전 고대 철학자들은 “우주가 진공을 허락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21세기 천문학이 보여주는 우주는 ‘우주가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우주가 두려워할 것이라 생각했던 그 ‘진공’의 정체는 어쩌면 ‘죽음, 멈춤’을 의미하는게 아니었을까?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d2348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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