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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왜 필요해? "핵심은 통화 주권"

미 공세 속 1700만 가상 투자자 겨냥 제도권 편입 '급물살'…"정책 이행 여부, 체계적 제도 마련 살펴야"

2025.05.22(Thu) 17:14:44

[비즈한국] 가상자산 규제 완화와 투자자 보호가 6.3 대선의 주요 의제로 부상하면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첫 대선 토론에서 관련 공방이 펼쳐진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디지털 자산 기본법’의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법안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기준과 거래소·보관 기준 마련 등을 골자로 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경쟁력이나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실효성은 검증이 요구된다. 대선 이후 관련 공약의 실제 이행 여부를 의심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가상자산 규제 완화가 대선의 주요 의제로 부상하면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인천시 롯데마트 청라점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대선 무대 중심 선 ‘스테이블코인’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기축통화국 위상 강화를 꾀하는 가운데, 대선 정국에서 국내 정치권도 투자자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스테이블코인이 대선의 주요 무대에 오르게 된 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자고 하면서다. 이 후보는 8일 경제 채널 유튜버들과의 라이브 토크쇼에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서둘러 진출해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법정화폐에 대응해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가상자산이다. 가치가 일정하면서도 기존 화폐보다 규제 부담이 적어 가상자산 시장에서 유동성 공급과 위험 회피 수단으로 활용된다. 1코인당 1달러에 연동된 달러 기반 테더(USTR)와 서클(USDC)이 대표적이다. 달러 예치 없이 루나를 통한 토큰 소각·발행 알고리즘으로 가치를 맞추는 알고리즘형 테라와는 구분된다. 

 

18일 첫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공약을 놓고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재명 후보는 “원화 기반의 코인을 만든다고 하는 건 담보를 그 액수만큼 넣어놓고 거기에 맞게 코인을 발행하게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안정성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 없이 이야기해버리면 작전주 하시던 것처럼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효과밖에 없다”고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2022년 5월 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의 폭락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 앞에서 관계자가 가상화폐 ‘루나’ 시세를 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국부 유출 막아야” 민주당, 스테이블코인 정책 전면에


민주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환율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21일 민병덕 의원은 국회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 간담회를 열고 “금융 패러다임 전환기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수동적 수용자가 될지, 글로벌 질서를 주도할지는 현 시점의 대응에 달렸다”고 말했다. ‘친명’ 인사로 분류되는 민 의원은 민주당선거대책위원회에서 디지털자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 의원은 지난달 초안을 공개한 디지털 자산 기본법의 발의를 준비 중이다.

 

민주당이 스테이블코인을 꺼내든 배경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 자산 정책이 자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디지털 시대에도 미국의 통화 패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달러 기반으로 민간에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거래와 결제에 쓰일수록 디지털 영역에서 달러의 영향력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국의 국부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거래의 표준이 되면 국내 투자자와 기업 역시 디지털 자산 거래에서 달러를 사용하게 된다. 이 경우 원화의 수요와 영향력을 약화하고 국내 자본이 디지털화된 달러로 전환돼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통화 주권 지킬 전략? 정책 이행·체계적 제도 마련 지켜봐야  

 

이 같은 우려를 기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올 3월 말 기준 테더는 미 국채 985억 달러(약 137조 원)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서클은 약 21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로 두 발행사의 직접 보유분 합산치(1195억 달러)는 한국의 미 국채 보유분(1258억 달러·약 173조 원)과 견줄 정도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토론회. 사진=민병덕 의원실


테더 등은 처음에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 수단으로 이용됐다가 최근에는 결제, 송금 영역까지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카드사 비자와 홍콩 가상자산 결제 기업 리닷페이가 발급한 체크카드는 국내에서도 사용가능하다. 스테이블코인이나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충전해 사용하는 형태다. 

 

블록체인 유효성 검사 기업인 DSRV의 서병윤 미래금융연구소장은 “스테이블코인이 일상적으로 쓰이게 된다면 반대편에서 이 달러를 환전해줄 온체인 위의 법정화폐가 반드시 필요하다. 싱가포르와 홍콩에서는 싱가포르달러, 홍콩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이 역할을 한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는 통화 주권과도 관련이 깊다고 설명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일으키는 통화정책 약화, 자본유출 등의 문제를 막을 방어막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9일 한국경제인협회의 ‘디지털 자산 전문가 패널 간담회’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 원·달러 환율 결정 메커니즘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내 통화수요 감소 및 외화 수요 증가로 환율이 치솟을 수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대선 정국에서의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시행될 수 있느냐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생태계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경쟁력을 유보적으로 바라본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적절히 운영하려면 입법과 함께 금융당국의 명확한 규율 체계 마련과 발행 주체에 대한 신뢰성 확보까지 과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행인 적격 및 발행 요건, 가치안정성과 환급가능성, 외국환거래 모니터링, 규제 집행 가능성 등을 고려한 감독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역외 발행 후 국내 유통이 용이한 가상자산은 발행인에 대한 규제집행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규제 수준을 설정하고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데 있어 국가 간 공조시스템이 필수적”이라며 “규제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 간 유기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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