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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회주택] 행안부, 서울시와 정반대 판단…피해자 구제는 쉽지않아

"매입확약, 배임 아냐" 유권해석, 시의회 "문제 알고도 대비 안 해"…SH "서울시 등과 추가 검토"

2025.06.24(Tue) 17:44:51

[비즈한국] 공공기관이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사회주택’ 사업이 도입된 지 어느덧 10년을 맞았다. 주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시작됐지만, 오히려 전세사기 등 피해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주택은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간사업자가 위탁운영을 맡는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반복된다. 비즈한국은 10년을 맞은 사회주택의 문제점과 제도적 한계를 짚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서울시가 주거 안정 대책으로 추진해온 서울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이 ‘전세사기’ 사태에 휘말린 가운데, SH공사의 소극적인 행정이 오히려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서울시와 SH공사는 지방공기업법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증금 사고 시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매입확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건물만을 소유한 사회주택 운영사는 그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에서 SH공사가 사회주택에 ‘매입확약’을 제공하는 것이 지방공기업법상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최근 ​서울시 사회주택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자, 서울시와 SH공사 등이 참여한 사회주택 실무협의체가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해 받은 결과다.

 

서울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의 토지 소유자인 SH공사는 그간 지방공기업법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사회주택 건물에 매입확약을 제공하지 않았다. 사진=박은숙 기자

 

행정안전부는 “건물 가치보다 채무가 많아 손해 배상 위험이 있는 경우 형법상 배임 소지가 있지만, SH공사의 매입확약은 지방공기업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유권해석했다. 이는 ​서울시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간 서울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달리 SH공사는 지방공기업법을 따르기 때문에 매입확약 자체가 업무상 배임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사회주택 실무협의체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다만 SH공사는 형법에 대한 검토가 추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SH공사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유권해석 결과 지방공기업법에 대해서는 매입확약이 위반이 아닌 것으로 나왔으나 형법의 업무상 배임소지를 해소하는 방안은 서울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유관기관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서울시 사회주택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자 최근 서울시의회에서도 이 사안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6월 20일 제331회 정례회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에서 최기찬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 이름을 걸고 입주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에서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가 발생했다”며 “서울시가 이름을 건 전세사기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사회주택 입주자들은 토지 소유주와 건물 소유 및 운영 사업자가 달라 보증보험에도 가입이 안 돼서 보호를 못 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기찬 의원은 SH공사가 2023년 수립한 ‘사회주택 재구조화 실행방안’에서 ‘입주자들의 보증금 보호에 취약, 대비책 필요’가 명시돼 있었다며 서울시와 SH가 문제점을 모두 인지했음에도 적극적인 사전 대응 체계 부족으로 피해 사고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에서는 서울시와 SH공사가 사회주택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대응 체계를 수립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서울시 사회주택플랫폼 홈페이지

 

전세사기가 발생한 A 사회주택의 입주민들은 서울시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관련기사 [단독] 보증금 반환 못 한 서울시 사회주택, 국세 체납해 압류까지). 입주민 B 씨는 “입주 당시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다고 안내받았지만, 이조차도 거짓이었다. 사회주택 실무협의체가 구성됐다고 하나, 피해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적이 없고 협의 내용 또한 충분히 공유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주도한 사회주택 사업의 신뢰를 회복하고, 입주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SH공사가 사회주택에 매입확약 등을 제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운영 중인 서울시 사회주택에 대해 SH공사가 매입확약을 소급 적용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전세사기가 이미 발생했거나 건물이 압류가 된 경우는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입주민들에 대한 대책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사회주택협회 관계자는 “초기에 매입확약을 했으면 보증보험 가입 가능성이 컸을 테지만, 현재는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건물의 부채비율이 더 악화됐을 가능성, 감정평가액 감소 등을 고려하면 지금 매입확약을 하더라도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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