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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일단락', 우리 경제에 뭘 남겼나

'특별경영성과급' 제도 신설하고 10.5%로 절충…사업부별 보상 격차 '불씨'로 남아

2026.05.27(Wed) 16:29:24

[비즈한국]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이 일단락됐다. 노사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서 18일간 예고됐던 총파업 리스크는 사실상 사라졌다. 회사는 생산 차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고, 노조는 반도체 사업 성과에 연동한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얻어냈다. 겉으로 보면 노사가 한발씩 물러선 타협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삼성전자 안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가 삼성전자까지 넘어오면서, 국내 산업계의 보상 기준 자체가 달라지는 역사적 변곡점이 됐다.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서 총파업 리스크는 일단 해소됐다. 4월 23일 열린 노조 결의대회 집회 모습. 사진=강은경 기자

 

#잠정합의안 찬성률 73.7%로 가결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27일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 찬성률 73.7%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95.5%에 달했다. 의결권이 있는 조합원 6만 5593명 가운데 6만 2616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4만 6142명이 찬성했다. 이에 따라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예정됐던 총파업은 현실화하지 않게 됐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메모리 업황이 회복되는 시점에 생산 차질 우려가 컸던 만큼, 삼성전자로서는 가장 큰 불확실성을 제거한 셈이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성과급이다. 노사는 기존 OPI 제도는 유지하되, DS부문을 대상으로 별도의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했다.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노사 합의로 정한 사업성과의 10.5%로 정했다. 지급률 상한도 두지 않기로 했다. 기존 성과급 체계가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반도체 사업 성과와 임직원 보상을 직접적으로 연결한 구조다. 재원 배분은 부문 40%, 사업부 60% 방식이다. 공통 조직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을 적용받는다.

 

노조가 처음 요구했던 수준과 비교하면 절충안에 가깝다. 노조는 당초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연동형 보상 확대를 요구했다. 반면 회사는 고정적인 이익 배분 구조가 투자 여력과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맞섰다. 결국 노사는 파업 직전 특별경영성과급이라는 별도 제도를 만들고, 10.5%라는 숫자에서 접점을 찾았다. 삼성전자가 파업을 막기 위해 성과급 체계의 큰 틀을 일부 바꾼 셈이다.

 

#노노갈등은 여지 남아

 

다만 합의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갈등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삼성전자 내부에는 새로운 전선이 생겼다. 표심은 노조와 사업부별로 크게 갈렸다. 반도체 인력이 많은 초기업노조에서는 찬성률이 높았지만, DX부문 조합원이 많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서는 찬성률이 크게 낮았다. 이번 특별경영성과급이 사실상 DS부문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보상 격차는 가장 민감한 지점이다. 반도체 사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연봉 1억 원 기준 수억 원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반면 특별경영성과급 대상에서 비켜선 DX부문은 상대적으로 보상이 훨씬 적다. 같은 삼성전자 직원이지만 어느 사업부에 속하느냐에 따라 보상 크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구조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그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질 경우 조직 내부의 박탈감과 분열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판 극적 합의를 통해 회사는 생산 차질을 피했고, 노조는 성과급 산정 방식의 변화를 끌어냈다. 다만 보상이 반도체부문에 집중되면서 DX부문과의 격차, 노조 간 입장 차이 등 내부 갈등은 남았다. 여명구 삼성전자 DS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체계 ‘뉴노멀’ 될까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삼성전자 바깥에 있었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앞서 도입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보상 기준이 흔들렸다. 삼성전자 노조가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왜 우리는 하이닉스처럼 못 받느냐”는 질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회사로서도 인력 유출 가능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성과급 협상은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니라, 반도체 인재를 붙잡는 경쟁의 일부가 됐다.

 

문제는 이 흐름이 반도체 업계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체계를 받아들이면서 카카오, LG유플러스, 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등 다른 대기업 노조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일부 하청노조에서도 원청기업의 이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심지어 해외로도 파장이 이어졌다. 대만 TSMC 내부에서도 성과급 삭감설을 계기로 “삼성전자 노조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반사이익을 기대하던 대만 산업 전반에 묘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가장 첨예한 갈등 지점은 ‘상시성’​이다. 당장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낸다. 반도체처럼 업황 변동성이 큰 산업에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이 고착화될 경우, 불황기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다. 반대로 노동계에서는 기업에서 발생한 초과성과를 임직원에게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일은 이제 임금과 동일하게 노동자가 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 협상은 마무리됐지만,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이 우리나라 산업계 전반의 임금·보상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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