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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와이너리] '대통령실 로고'의 자간은 왜 균일하지 않을까

청와대 복귀 방침에 맞춘 새 로고 공개…완성도 아쉽지만 차츰 제자리 찾아야

2025.07.07(Mon) 11:25:15

[비즈한국] 대통령실의 업무표장(로고)이 용산 청사를 형상화한 디자인에서 청와대를 넣은 디자인으로 돌아갔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생활과 집무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4년간 청와대에서 이뤄졌다. 푸른 기와집이란 뜻을 지닌 ‘청와대(靑瓦臺)’는 그 중요성 때문에 단순한 명칭을 넘어 대통령 혹은 대통령비서실과 동의어로 쓰이기도 했다. 영향력이 워낙 강한 탓에 문민정부 이래 청와대 이전 공약이 꾸준히 등장했지만 현실적으로 무리가 많아 실현되지 않았다.

 

그런데 2022년 취임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열흘 만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빠른 속도였다. 충분한 검토를 거쳤는지 의심스러운 급한 진행 탓에 집무실 이전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표면적 이유가 아닌 역술인의 비공식적 조언에 의한 것이라는 설이 나돌 정도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청와대 복귀 방침에 맞춰 청와대가 포함된 새 로고가 공개됐다. 다만 자간 불균형과 획 두께 불일치 등 디자인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청사로 옮긴 윤석열 정부는 업무표장(로고)도 바꿨다. 새 로고는 기존 청와대 실루엣 대신 대통령실 청사 전면 모습에 봉황과 무궁화를 더한 것이었다. 일부에선 청사 모양이 현 검찰 심볼과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사 이력과 연관짓는 의견도 있지만 근거는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로고타입은 2016년 개발된 정부상징체를 그대로 사용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발표 당시부터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진 집무실 내외부의 보안 시스템 재구축, 공간 부족, 관저 분리로 인한 출퇴근 혼란, 방대해진 대통령실 조직, 청와대 졸속 개방 등 여러 문제가 맞물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니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통령선거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청와대 복귀를 천명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에 맞춰 새 로고도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새로 발표된 대통령실 로고는 탄핵과 조기 대선·취임이라는 과도기의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심볼에는 용산 청사 대신 청와대가 들어갔지만 대통령실이 아직 용산에 있어 로고타입은 대통령실을 사용한다. 디자인도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다. 획 대비를 크게 하고 돌기를 뾰족하게 다듬어 명쾌한 인상을 의도한 듯한데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은 글자 간격(자간)이다. ‘대통령실’에서 ‘대’와 ‘통’ 사이가 확연히 좁다. 이것은 다른 글자보다 폭이 넓게 디자인된 ‘대’를 정해진 자리에 끼워 넣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이를 커닝(Kerning)​ 문제라고 부르기도 하나, 이것은 오해다. 커닝은 통상적인 자간 설정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부 글자쌍을 임의로 당기는 것으로, 자간과 관련이 깊긴 하지만 정확한 용어 사용은 아니다. 또 글자마다 가로·세로 획의 두께에 일관성이 없어 시각적 피로감을 유발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 획 두께 비율부터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통’을 보면 ㅌ와 ㅡ 가로획의 두께 차이가 지나치게 커서 한 글자로 보이지 않는다. ‘령’과 ‘실’의 ㄹ도 마찬가지다. ㄹ에 포함된 가로획 3개의 두께가 통일되지 않아 마치 이미지가 뭉개진 것처럼 들쭉날쭉하다. 그리고 ‘대’ 초성 ㄷ의 상단 가로획은 지나치게 짧아 옆으로 늘려야 한다.

 

청와대는 그냥 이사 가듯 복귀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지난 3년간 완전히 개방됐고 지하 벙커처럼 완전히 떨어져 나간 부분도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하다. 어딘가 애매한 대통령실 임시 로고는 마치 훼손됐다가 제 역할을 되찾으려는 청와대를 상징하는 듯하다. 대통령실 측은 청와대 완전 복귀 시 윤석열 정부 전까지 쓰인 본래의 청와대 로고로 전환한다고 한다. 혼란상을 지나 제자리를 찾을 로고와 헌정 질서를 기대해 본다.​ 

 

필자 한동훈은?

서체 디자이너. 글을 쓰고, 글씨를 쓰고, 글자를 설계하고 가르치는 등 글자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다. 현재 서체 스튜디오 얼라인타입에서 다양한 기업 전용폰트와 일반 판매용 폰트를 디자인한다. ‘월간 디자인’​, 계간 ‘디자인 평론’​​등에 기고했으며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서체 디자인 강의를 진행한다. 2021년 에세이집 ‘글자 속의 우주’​를 출간했다.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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