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원화(KRW) 연동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한 상표를 대거 출원했던 토스뱅크가 이번엔 미국 달러(USD)와 관련한 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달러 기반의 코인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러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은행·카드·증권사 등 금융사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관심을 보였는데, 발행 가능성과 전망에 눈길이 쏠린다.

17일 토스뱅크가 미국 달러를 뜻하는 ‘USD’와 토스뱅크 ‘Toss Bank’를 조합한 형태의 상표 54건을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청 지식재산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출원한 상표는 ‘USDTBNK’ ‘USDTS’ ‘USDTB’ ‘TBNKUSD’ ‘TSBKUSD’ 등으로, 대부분 토스를 나타내는 ‘TS’에 USD를 합친 형태다. ‘USDK’나 ‘KUSD’처럼 알파벳 K와 조합한 것도 포함됐다.
최근 국내 금융사와 핀테크는 원화를 뜻하는 KRW에 각 회사의 명칭을 조합한 형태의 스테이블 코인 티커(약어)를 앞다퉈 출원해 왔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법정 화폐 등 실물 자산과 가치를 1 대 1로 연동하는 가상자산을 뜻한다. 토스뱅크도 6월 26일 ‘KRWTBK’ ‘KRWTB’ ‘TSKRW’ ‘TSBKRW’와 등 원화 스테이블 코인 관련 상표를 무더기로 출원했다.
토스뱅크는 원화 상표의 상품 분류를 09·35·36·42류로 등록했는데, 17일 출원한 USD 관련 상표 52건도 동일한 분류로 등록했다. 지정 상품에는 △암호화폐 금융 거래업 △토큰 발행 및 회수업 △암호화폐 전자이체업 △내려받기 가능한 전자지갑 판매대행업 등이 포함됐다.
이번 상표 출원은 토스뱅크가 원화에 이어 미국 달러와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도 고려해 선점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전체적인 상황을 검토하고 추후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재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는 대다수 코인이 미국 달러와 가치를 연동한다.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이 ‘테더(USDT)’와 ‘유에스디코인(USDC)’으로, 시장에서 두 코인의 점유율만 각각 66%, 28%대에 달한다. 테더와 유에스디코인은 자산 안정성을 위해 미국 국채나 달러로 준비금을 갖추고 있다.
토스뱅크가 USD 관련 상표를 출원한 시점에도 눈길이 쏠린다. 최근 미국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법안인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법안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가 자금세탁방지 법률을 준수하고 미국 달러·국채 등 자산을 준비금으로 갖추게 하는 등 규제하면서, 결제용 스테이블 코인을 금융 자산으로 정의한 것이 골자다.

지니어스 법안은 지난 6월 미국 상원을 거쳐 7월 17일(이하 현지 시각) 하원을 통과했고,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정식으로 발효됐다. 미국이 처음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법적 자산으로 인정하면서 금융·유통 등 실물 경제에도 활용할 길이 열렸다. 이 여파로 7월 들어 테더와 유에스디코인의 유통량이 급증하는 등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요동쳤다.
법안으로 인해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유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병관 한국금융연구원 부장대우는 19일 ‘미국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 본격화 움직임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니어스 법안 시행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판도 변화, 미국 달러의 영향력 확대, 분산형 금융 발전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며 “미국 달러화를 준비 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의 유통량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본다. 스테이블 코인의 유통 확대로 블록체인상에서의 금융서비스 수요·공급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에서는 원화와 연동한 코인조차 발행이 어려운 만큼, 국내 발행사가 미국 달러와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한국은행은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현지 시각)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 포럼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허용하면 미국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으로 환전이 가속화해 자본 유출입 관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원화 코인이 달러 코인으로의 전환을 쉽게 만들어 달러 코인을 더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 발행사는 미국 시장에서 유통도 어렵다. 지니어스 법안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외국 발행사의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내에서 유통·거래·상장 등이 금지된다. 허가를 받으려면 미국 금융기관에 준비금을 보유하고 감독을 받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편 토스뱅크가 출원한 상표 중 테더의 티커와 같은 ‘USDT’가 포함돼, 등록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토스뱅크 측은 “등록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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