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달 20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공개된 이후 41개국에서 글로벌 영화부문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 영화는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넷플릭스는 물론, 국내 엔터기업들의 실적 전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늘어난 110억 7900만 달러(약 15조 4400억 원), 주당순이익(EPS)은 7.19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37억 7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 실적이 늘어난 핵심 배경으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오징어 게임 시즌3’가 언급됐다.

눈에 띄는 점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속편도, 리메이크도 아닌, 완전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여기다 극 중 가상의 케이팝 그룹이 부른 OST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2위, 메인 싱글차트 ‘핫100’ 6위를 기록하는 등 음악 차트까지 장악하며 파급력을 입증했다.
넷플릭스는 이번 실적발표를 통해 “이번 주주서한에서 이 영화의 음악적 성공을 강조했고, 그것이 극 중 가상의 케이팝 그룹에 대한 팬덤 확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는 팬데믹 기간에도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국가로 언급했고, 사상 처음으로 가입자 3억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지난해 4분기 실적과 이를 다시 경신한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한국 콘텐츠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콘텐츠 소비의 국경이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선 K-콘텐츠 확산은 콘텐츠와 연관된 모든 산업 성장과도 연결돼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K-콘텐츠는 더 이상 드라마와 영화에 머물지 않는다. OST와 애니메이션으로 팬덤이 확산되고, 공연·MD 매출이 확대되는 구조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이 공연·MD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상장 엔터사들의 실적 가시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유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흥행은 엔터사들의 공연 및 MD 매출의 성장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애니메이션과 OST가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동시에 흥행한다는 것은 케이팝 장르의 침투율이 확대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고, 결국 팬덤 확대로 이어지면서 시장기대치를 상회하는 공연 및 MD 실적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어 팬덤’에서 벗어나, 콘텐츠를 통해 유입된 ‘라이트 팬덤’은 새로운 수요 기반이 되고 있다. 이들은 공연 티켓, 굿즈,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며 여러 산업군을 견인하고 있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핵심은 ‘케이팝색’이 강한 콘텐츠임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요가 발생했다는 점”이라며 “기존 ‘코어 팬덤’ 중심의 케이팝 소비에서, 콘텐츠를 매개로 ‘라이트 팬덤’으로의 확산이 이뤄지고 있다는 실증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임 연구원은 “특히 아시아와 북미, 유럽 전역에서의 고른 반응은 향후 글로벌 콘서트 투어에 대한 잠재 수요 기반 확대 가능성을 의미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콘텐츠 관련 종목을 선택하는 것을 넘어 어떤 IP(지식재산권)가 시장을 움직일지, IP의 파급력이 어디까지 확장될지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팝에 더해 한글 가사, 한국 음식, 선후배·팬덤 문화 등 한국 정서, 무속신앙·저승사자·호랑이 등 한국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에서 매력적으로 다루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임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20여 년 전, 드라마 ‘겨울연가’는 일본에서 ‘한류’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욘사마’ 열풍은 단순한 인기 이상이었다. 한 편의 드라마가 한 나라의 정서와 시장을 움직였고, 그 감정은 소비로, 산업으로 확장됐다. 지금의 K-콘텐츠도 마찬가지다. 감동을 자산으로 바꾸는 일이 지금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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