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재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한 SF 웹툰에 천문학 자문을 맡고 있다. 백원달 작가의 ‘별의 눈동자’다. 이 작품에는 지구를 똑 닮은 소위 ‘거울 지구’라는 세계가 등장한다. 게다가 죽은 자들의 영혼이 모두 거울 지구를 향하는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이 드넓은 우주에 정확히 닮은 천체가 존재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런데 최근 정말 거울에 비춘 것처럼 꼭 닮은 거울 은하 한 쌍이 발견됐다. 심지어 이 두 거울 은하는 함께 맞붙어 충돌하고 있다. 도플갱어와 부딪히면 둘 모두 사라진다고 하지 않던가! 그 도시 전설에 걸맞게 똑같이 생긴 두 거울 은하 사이에서는 매우 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말 우주에는 거울 세계, 거울 차원이라도 존재하는 걸까?
이번에 발견된 거울 은하 한 쌍이 더 신기한 이유는 은하 하나만 떼어놓고 보더라도 흔히 보기 어려운 독특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두 은하는 각각 거대한 원형 고리 모습을 하고 있는데, 둘이 만나 마치 올빼미 눈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주 올빼미(Cosmic Owl)’라는 별명이 붙었다. 우주 올빼미 은하는 지구로부터 약 120억 광년 떨어진 꽤 먼 곳에서 발견되었다. 각각의 동그란 고리 형태는 크기가 2만 6000광년 정도다. 즉 우주 올빼미의 눈동자는 지름 10만 광년에 달하는 우리 은하의 4분의 1 정도 규모다.
이렇게 완벽하게 원의 형태를 유지하는 고리 은하는 보기 드물다. 대표적으로 1950년대 처음 발견된 이후로 아직도 형성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호그 천체가 있다. 중심에는 비교적 나이가 많은 주황색 별이 빛나고, 그 주변에 어린 푸른 별들이 완벽하게 둥근 고리를 이룬다. 이런 고리 은하는 보통 거대한 은하 한가운데로 비교적 작은 은하가 거의 관통하다시피 충돌하면서 만들어졌을 거라 추정한다. 달에 운석이 떨어져 둥근 크레이터를 남겼듯이 은하 두 개가 서로 관통하면서 은하 규모의 충격파가 남긴 흔적이라 추정한다.

대표적으로 수레바퀴 은하가 있다. 다만 이 은하의 경우 외곽의 둥근 고리뿐 아니라 그 중심부와 외곽 고리를 연결하는 바큇살 모양의 나선팔 가닥도 발견된다는 차이가 있다. 이처럼 완벽에 가까운 둥근 고리는 특별한 각도와 속도로 충돌이 벌어질 때 만들어진다. 매우 드문 현상이다.
이번에 포착된 우주 올빼미는 이 드문 고리 은하 두 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도 바로 옆에서! 하나도 보기 어렵다 보니, 고리 은하가 실은 하나뿐인데 중력 렌즈로 인해 똑같은 은하 허상이 동시에 두 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임스 웹, ALMA, 그리고 VLA 등 여러 관측을 통해 각 은하 이미지의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둘 모두 독립된 별개의 은하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가스 조성과 중심 블랙홀의 특성에서 약간의 차이가 확인된다. 원형 고리를 남기는 흔치 않은 현상이 두 은하에서 거의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 개의 거대한 고리 은하는 서로 충돌하고 있다. 고리가 만나는 가운데 영역을 따라 별들이 더 활발하게 탄생한 흔적이 보인다. 두 고리가 만나는 충돌면을 따라 가스 구름이 압축되고 새로운 별이 폭발적으로 탄생하는 스타 버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우주 올빼미의 사진을 잘 보면 두 개의 동그란 눈동자 사이에 올빼미 부리처럼 보이는 또 다른 구조가 있다. 이것은 충돌 중인 고리 은하 중심에 숨어 있는 블랙홀이 토해낸 에너지 제트의 흔적이다.
ALMA의 전파 관측으로 보면 왼쪽 은하에서 뿜어 나오는 두 개의 밝은 지점이 보이는데, 은하 중심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토해낸 제트로 보인다. 특히 제트의 한쪽 방향이 우연하게도 두 거대 고리가 만나는 부분을 향한다. 그로 인해 두 고리 은하의 충돌면에서 제트가 더 효율적으로 가스 물질을 밀어내고 압축시키면서 새로운 별의 탄생을 더욱 촉진한다. 올빼미 부리에 해당하는 영역의 가스 구름에서는 폭발적인 별 탄생을 보여주는 강렬한 방출선이 확인된다.
이번 관측에 따르면 우주 올빼미 은하 한 쌍의 전체 질량은 태양 질량의 3200억 배에 달한다. 120억 광년이나 떨어진 과거 우주의 초기 은하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 은하에 비해서는 질량이 훨씬 가벼울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품고 있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은 우리 은하 블랙홀보다 더 무겁다! 올빼미 눈동자 각각이 품고 있는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6700만 배와 2600만 배에 달한다.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 A* 블랙홀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400만 배밖에 안 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은하 전체 규모는 작은 데 비해 그 중심에 살고 있는 블랙홀은 훨씬 더 무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은하 전체 질량 대비 그 안에 품고 있는 블랙홀의 질량 비율이 압도적으로 무겁다는 것은 초기 우주에서 블랙홀이 먼저 규모가 성장한 다음 은하가 성장할 것이라는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이처럼 거의 완벽하게 똑같은 생긴 고리 은하가 맞붙어 있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 두 고리 은하 모두 작은 은하가 관통하면서 만든 것이라면 이런 가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원래 이곳에는 평범한 원시 나선 은하 두 개가 함께 짝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오래전 작은 은하 하나가 빠르게 두 은하를 연이어 관통했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호그 천체처럼 보이는 두 개의 고리 은하가 만들어졌다. 그 상태로 두 은하가 계속 다가가고 충돌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제3의 은하는 약 3800년 전에 두 은하를 관통했어야 한다. 흥미롭게도 이 시기는 딱 현재 두 은하에서 관측되는 별들의 나이와 연대가 비슷하다. 두 은하가 보여주는 고리의 규모도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거의 동시에 제3의 은하가 둘을 관통하고 지나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거대한 고리를 그리는 은하 두 개가 함께 충돌하는 현장이 발견된 것은 우주 올빼미가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소위 ‘10점 슛’ 은하로 잘 알려진 ARP 147이 있다. 다만 큰 차이가 있다면 ARP 147의 두 은하는 서로 각도가 다르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둘 중 완벽하게 관통당한 은하는 둥근 고리가 선명하게 보이지만 다른 하나는 거의 옆으로 누워 있어 고리가 크게 찌그러져 보인다. 반면 우주 올빼미는 매우 절묘하게 둘 다 정면을 향하고 있어 쌍둥이처럼 완벽한 두 개의 고리를 보여준다.
오래전 우주 올빼미의 커다란 눈동자를 만들고 지나간 제3의 작은 은하가 아직 완전히 파괴되지 않고 살아 있다면 이 주변 어딘가에 그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관측으로 확인된 우주 올빼미 은하의 둥근 충격파가 퍼져나가는 속도는 대략 200km/s 정도인데, 전형적으로 성간 물질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는 충격파 수준에 해당한다. 이렇게 추정한 충격파 속도, 충돌 시점을 통해 제3의 은하가 있을 만한 위치를 수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주 올빼미 은하와 같은 이런 극적인 모습의 현장은 우주가 정말 얼마나 넓고 무궁무진한 세계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우주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이 다 벌어지는 세계처럼 보인다. 그 보기 드문 고리 은하가 두 개나 공존하고, 심지어 거울에 비춘 듯 쏙 빼닮은 도플갱어 은하 둘이 서로 부딪치기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혹시 모른다. 정말 우주 어딘가에는 우리를 쏙 닮은 거울 지구, 거울 태양계, 그리고 거울 속 내가 살고 있을지도.
참고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5arXiv250610058L/abstract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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