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옛 유엔사 부지 정화 비용을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해 말 119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뒤늦게 확인됐다. LH는 경기 평택시에 주한미군기지를 조성해 정부에 기부하는 대가로 옛 유엔사 부지 등 미국이 우리나라에 반환한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기지를 양수했다. 이후 주한미군 반환 부지 일부인 옛 유엔사 부지는 민간에 매각됐는데, 부지 개발과정에서 토지 오염 사실이 확인되면서 LH가 정화 책임을 떠안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정하정)는 지난해 12월 LH가 옛 유엔군사령부 부지 정화 비용을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가 LH에 오염토양 정화비용 118억 7375만 원과 지연 이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시행협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LH는 정부로부터 양수한 유엔사 부지를 민간에 매각했는데, 민간 개발 과정에서 부지 오염 사실이 확인돼 정화 책임을 떠안게 되자 2021년 11월 정부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땅은 우리나라가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옛 유엔사 부지다. 정부는 1952년 2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인 옛 유엔사 부지를 주한미군 사용부지로 공여했다. 주한미군은 이 땅을 1957년 무렵부터 유엔사 부지로 쓰다 2007년 2월경 우리나라에 반환했다. LH는 같은 해 11월 경기 평택시에 주한미군 기지를 건설해 정부에 기부하는 대신, 옛 유엔사 부지 등 미국이 정부에 반환한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 부지를 양여받는 내용으로 정부와 ‘주한미군 시설사업 시행협약’을 체결했다.
LH가 정부로부터 양수한 옛 유엔사 부지 일부는 민간에 매각됐다. 정부는 앞선 협약에 따라 2016년 12월 옛 유엔사 부지 소유권을 LH에 넘겼다. LH는 이듬해 7월 경쟁입찰 방식으로 옛 유엔사 부지 가운데 4만 4935㎡를 일레븐건설에 매각했다. 매매가격은 1조 552억 원에 달했다. 일레븐건설은 이곳에 ‘더 파크사이드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주거시설과 호텔, 리테일, 문화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시설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지 개발 과정에서 토지 오염 사실이 확인됐다. 일레븐건설은 낙찰받은 옛 유엔사 부지에 복합시설 신축계획을 수립하고자 2018년 6월 서울시에서 요구하는 토양오염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는 토양환경보전법상 토양오염물질인 불소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이에 일레븐건설은 같은 해 12월 토지를 매각한 LH와 협의해 토양정밀조사를 실시했다. 정밀조사에서는 토양오염물질인 불소와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기준치 이상 나왔다.
옛 유엔사 부지 토지 정화는 LH가 떠맡았다. 토지 정화 용역과 토양정밀조사, 가시설 설치, 용역 대금 검증 등으로 총 118억 7375만 원이 들었다. 모두 LH 부담이었다. 앞서 정부와 LH가 체결한 주한미군 시설사업 시행협약에 따르면 정부는 양여 대상부지 환경오염을 정화하고 지하 및 지상 폐기물을 처리해야 했다. LH는 일대 정화에 앞서 2019년 1월 정부에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하고, 2020년 11월 정화 용역 대금과 대금 검증비 108억 3044만 원을, 이듬해 4월 전체 토지 정화 비용 118억 7375만 원을 배상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정산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토지 정화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이번 소송에서 정부는 주한미군 시설사업 시행협약상 ‘환경오염’이 토양환경보전법상 토양오염과 같은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에서 토양오염은 사업 활동이나 사람의 활동에 의해 토양이 오염되는 것으로 국한된다. 정부는 이런 토양오염 중에서도 정부나 주한미군의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정화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여기에 2008년 5월경부터 2013년 6월경까지 TPH 등 오염물질 정화를 완료해 문제의 오염이 양여 이후 발생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이 같은 정부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시행협약 조항은 이 사건 토지가 사람의 건강·재산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정도로 오염돼 그 개발에 지장을 초래했다면 그것이 자연적인 원인으로 인한 것인지를 불문하고 피고에게 이를 정화할 책임을 부과하는 규정이고, 거기에 피고나 주한미군의 귀책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여기에 LH 토지 양수 시점 이후 일레븐건설이 불소를 발견할 무렵까지 일대에 공사가 진행되지 않거나 초기 단계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오염은 양여 전부터 존재했다고 봤다.
한편 이번 판결은 정부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 1월 확정됐다. LH 관계자는 “정부가 협약에 따라 토지 정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공사가 부담한 토지 정화 비용은 판결이 확정된 지난 1월 정산이 완료됐다”고 전했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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