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스닥 상장사였다가 상장 폐지된 파나케이아를 둘러싸고 고의 상장폐지 및 자금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이 회사는 과거 ‘라임 사태’에 연루된 곳으로, 지난 5월 금융당국으로부터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7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최근 파나케이아의 한 소액주주가 회사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사모펀드 뉴레이크얼라이언스매니지먼트(뉴레이크)의 신용규 대표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로 금융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4년 가까이 거래정지 후 정리매매 없이 상폐…유상감자 시행
파나케이아는 인쇄회로기판(PCB) 자동화 설비 제조 및 핫팩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1994년 한송산업으로 설립해 2002년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이큐스팜, 이큐스앤자루, 크레아플래닛, 슈펙스비앤피 등 여러 차례 사명과 사업 목적을 바꾸다 2021년 8월부터 현재의 사명을 이용하고 있다.
파나케이아는 2020년 9월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제약·바이오 그룹 ‘인바이츠생태계’에 속한 회사이자, 뉴레이크얼라이언스매니지먼트의 관계사인 인바이츠벤처스가 2021년 7월과 2023년 5월 각각 76억 원, 4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파나케이아의 지분 34.86%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4년 가까이 거래정지를 겪은 소액주주들은 손바뀜 이후 거래 재개와 경영 정상화를 기대했지만, 2024년 6월 파나케이아는 돌연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됐다. 2023년 7월 24일 코스닥시장위원회로부터 상장폐지가 결정됐으나 회사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2024년 9월 11일까지 개선 기간이 부여된 상태였다.
파나케이아가 개선 기간 중 퇴출 당한 이유는 바이오의약품 기업인 팬젠에 흡수합병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당시 팬젠의 최대 주주는 인바이츠벤처스의 지분 100%를 가진 CG인바이츠(옛 크리스탈지노믹스)로, 사실상 파나케이아와 지배회사가 같았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팬젠과의 합병이 경영의 계속성 측면과 투명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영 계속성 면에서는 2024년 1분기 파나케이아의 매출이 약 25억 원, 영업손실은 약 21억 원으로 개선 계획 목표(매출 76억 원, 영업손실 3000만 원)를 한참 밑도는 등 수익성이 악화한 점을 짚었다.
여기에 ‘수익성이 높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과 무관한 기업과 M&A를 해 자금 유출을 막겠다’던 계획(2023년 9월)과 달리, 관계사에 적자 기업인 팬젠과 합병하는 것도 경영 개선의 의지가 없다고 봤다. 투명성 측면에선 팬젠의 최대주주가 CG인바이츠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합병 후 최대 주주 등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결국 파나케이아는 2024년 6월 25일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 흡수합병 후 회사는 소멸하고 주식은 팬젠의 합병 신주로 발행한다는 이유로 정리매매는 진행하지 않았다. 파나케이아는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했으나 법원은 인용하지 않았다.

#“대주주 이익 위해 자금 유출” vs “신사업 위한 인수”
문제는 상장폐지 이후 파나케이아와 팬젠의 합병이 무산됐다는 점이다. 팬젠과의 합병 계약에 ‘상장법인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선행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팬젠은 2024년 11월 휴온스에 인수됐다. 비슷한 시기 파나케이아는 유상감자(자본금을 줄이기 위해 유상으로 주식을 매입)를 단행했고, 다수의 소액주주가 지분을 매각했다. 유상감자 후 최대주주인 인바이츠벤처스의 지분은 57.77%까지 늘었다.
일련의 사태를 겪은 한 소액주주가 지난 6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신용규 뉴레이크 대표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로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팬젠과의 합병을 결렬시켜 파나케이아를 상장폐지로 이끈 점 △신 대표와 관련된 회사에 투자함으로써 파나케이아 자금을 유출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신 대표는 파나케이아 등 관계사를 통칭하는 인바이츠생태계의 의장을 겸하고 있다.
신고 사유 중 자금이 유출된 투자란, 파나케이아가 지난 4월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인 ‘헬스커넥트’의 지분을 100% 인수한 건을 뜻한다. 헬스커넥트는 2011년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주요 사업은 건강관리 서비스, 스마트 병원 구축 등이다.
출범 당시 서울대병원이 지분 50.5%를, SKT가 49.5%를 보유했으나 2018년부터 뉴레이크(케이티비 뉴레이크 의료글로벌진출 사모투자전문회사)가 지분을 매입하면서 인바이츠생태계에 포함됐다. 2020년 3월 SKT는 뉴레이크와 디지털 헬스케어 합작사인 인바이츠헬스케어를 세우고, 헬스커넥트 지분을 양도했다. 파나케이아가 인수하기 직전인 2024년 말 주주 구성은 서울대병원이 33.7%, 인바이츠지노믹스(옛 인바이츠헬스케어) 33.0%, 뉴레이크 33.3%였다.
앞선 소액주주는 “파나케이아는 그동안 신약 개발 사업을 하지 않았고, 헬스커넥트는 설립 이래 적자를 이어온 기업이다. 적자 누적으로 2018년 청산이 논의됐고, 의료법 규제로 실적 반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지분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며 “헬스커넥트는 신용규 의장이 대표로 있는 관계사다. 파나케이아의 자산이 유출돼 대주주에게 흘러간 셈이다. 자본 탈취형 인수합병(M&A)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파나케이아 측은 이 같은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이호영 파나케이아 대표는 고의 상장폐지 의혹에 대해 “거래소의 결정으로 진행된 상장폐지였다. 팬젠은 상장사였고 실적도 괜찮았다. 합병은 사업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며 “유상감자에서 120억 원을 들여 주주에게 투자금을 돌려줬다. 주주가 손실을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만약 상장폐지에 고의성이 있었다면 정리매매를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헬스커넥트 인수에 대해서는 “PCB는 수주가 어렵고, 핫팩 사업은 적자가 누적됐다. 핫팩 회사(즐거운쇼핑)도 과거 거래소의 지시로 인수한 것으로, 현재 매각 추진 중”이라며 “고민 끝에 디지털 헬스케업을 신사업으로 정하고 헬스커넥트를 인수했다. 2024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을 변경, 승인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헬스커넥트 지분 인수 전 회계법인 세 곳에서 가치 평가를 거쳤고, 가장 낮은 가격으로 매입했다. 고가에 인수하지 않았다”며 “헬스커넥트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신사업과 함께 재상장도 목표로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파나케이아는 최근 금융당국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회계처리 기준을 어기고 재무제표를 공시한 파나케이아에 7억 4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감사인 지정 2년, 시정 명령 등의 요구와 검찰 통보 등의 처분도 내렸다. 대표이사 등 전직 임원 5명에게도 총 3억 1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거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얽혔던 것도 눈길을 끈다. 2018~2019년 슈펙스비앤피(당시 사명)가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자금을 투자 받았는데 이를 임원이 횡령한 사건이다. 슈펙스비앤피는 라임과 캄보디아 리조트 사업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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