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부동산 인사이트] 역사는 반복된다…부동산 정책의 끝없는 배신

정권 바뀔 때마다 180도 정책 변화…정상적 시장 메커니즘 작동 못 해

2025.07.21(Mon) 11:29:01

[비즈한국]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80%로 상향하는 검토가 한창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세금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말이 거짓이었다는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이런 장면을 무수히 목격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26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종부세 최고세율을 6%까지 올렸다. 윤석열 정부는 “세금 규제 완화”를 내세웠지만, 집값이 오르자 규제 강화로 돌아섰다. 이재명 정부도 똑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20년간 반복된 정책 실패의 악순환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반대의 정책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IMF 위기 극복을 위해 규제완화 정책을 폈고,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 도입과 강력한 규제로 돌아섰다. 이명박 정부는 다시 규제완화로, 박근혜 정부는 미온적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는 강력한 규제로 선회했다. 윤석열 정부는 완화로, 이재명 정부는 강화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정책 변화의 패턴에서 진짜 피해자는 실수요자와 일반 국민이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진짜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더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종부세 완화로 혜택을 본 것은 3주택 이상 보유자가 84.6%였고, 세금 정책 변화의 수혜자는 항상 고소득층과 다주택자들이었다.

 

#패닉바잉의 진짜 원인은 정책 불신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패닉 바잉(panic buy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주택시장 위험지수가 3년 내 최고 수준이라고 경고했고, 주택가격전망지수는 2021년 패닉 바잉 시절과 비슷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이다.

 

국민들은 이미 학습했다. 정치인들이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말하면 곧 세금 폭탄이 터질 것이고, “공급 확대”를 외치면 곧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불신은 합리적인 시장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공포에 의한 비합리적 매수(패닉 바잉)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이 2배 가까이 폭등한 것도,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도, 모두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신뢰성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생존을 위해 부동산 정책을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고 있다.

 

#세금 대응 전략의 한계와 현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소유자들이 할 수 있는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다양한 절세 전략을 제시한다. 장기보유를 통한 세금 절감,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한 혜택, 가족 간 자산 분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들도 정부의 정책 변화 앞에서는 무력하다.

 

일반 국민들은 정책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높아진 세금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갇혀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면 모든 준비가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 세금 부담 증가의 직격탄을 맞는 것은 중산층과 서민들이다. 1주택을 보유한 실거주자들도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대상자가 되고, 다주택자라고 해서 모두 부자인 것도 아니다. 많은 경우 노후 대비나 자녀 교육을 위해 어렵게 마련한 집 한 채 더 보유하고 있을 뿐인데, 이들까지 ‘투기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실이다.

 

#정책 비일관성이 가져오는 경제적 비용

 

정책의 비일관성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제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기업들은 불확실한 정책 환경에서 투자를 미루거나 해외로 이전하게 되고, 개인들은 합리적인 경제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변수에 의존한 단기적 대응에 매몰된다.

 

부동산 시장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예측 불가능한 세금 정책 변화는 시장의 효율성을 해치고, 자원 배분의 왜곡을 가져온다. 정책 변화를 예측해야 하는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부동산 가격에 반영되면서, 결국 모든 비용은 소비자들이 떠안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책의 신뢰성이 무너지면서 정상적인 시장 메커니즘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급과 수요에 의한 가격 결정보다는, 정치적 변수와 정책 변화 예측에 의한 투기적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건전한 시장 경제의 기반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다.

 

이런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정치인들의 부동산 정책 공약에 대해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서민을 위한 정책”, “집값 안정화” 같은 달콤한 말에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된다.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정치인들이 함부로 정책을 바꾸지 못하도록 견제해야 하고, 정책 변경 시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정치적 도구가 아니라 국민 생활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정책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 장기적 관점의 자산 관리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단기적인 세금 회피보다는, 정책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재무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치적 변수에 의존한 투기적 거래는 피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정치적 중립화 필요

 

결국 이 모든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부동산 정책의 정치적 중립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180도 바뀌는 현 시스템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은 독립된 전문기관이 장기적 관점에서 수립하고,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세금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급격한 변화를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세법 개정 시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고, 소급적용을 금지하며, 중대한 변경 시에는 국민투표나 공청회 등을 통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도 크게 높여야 한다. 실거래가 공개, 공시가격 산정의 투명성 확보, 정책 효과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공개 등을 통해 정치적 포장이 아닌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정책 논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에게 표를 받으려는 도구일 뿐이며, 진정한 해결책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한다. 더 이상 그들의 거짓말에 속지 말고, 우리 자신의 미래를 우리가 책임지는 각성된 시민이 되어야 할 때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부동산 인사이트] 계층 이동의 사다리…전세는 반드시 필요하다
· [부동산 인사이트] 규제 폭탄 후폭풍, 부동산 시장 혼란에 빠지다
· [부동산 인사이트] 6.27 대책 이후, 주택 시장의 미래와 투자자의 생존 전략
· [부동산 인사이트] 삼성전자와 정비사업으로 주목 받는 수원 영통구
· [부동산 인사이트] 집값 상승 경로를 선점하자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