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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국 최고의 디자인 기업은 AI를 어떻게 활용할까

플러스엑스 창립 15주년 비공개 세미나 개최…디자인 실무 전 과정서 AI 적용 노하우 공개

2025.07.29(Tue) 17:12:45

[비즈한국] “AI? 위에서 써보라 그래서 써봤는데 별로더라.”​

 

요즘 업무 현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생성형 AI는 분명 몇 초 만에 이미지와 슬로건을 만들어내고, 프롬프트 몇 줄만으로 기획안을 뽑아낸다. 하지만 그렇게 나온 결과물 앞에서 많은 실무자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럴싸한데 무언가 빠진 듯한 공허함, 비어 있는 맥락, 실제로 쓸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는 혹평이 뒤따른다. 그래서 “해봤는데 결국 사람 손이 더 낫더라”​는 도돌이표 결론에 도달한다.

 

디자인 컨설팅 그룹 플러스엑스(Plus X)는 이러한 인식에 물음표를 던졌다. 지난 7월 25일 열린 창립 15주년 세미나에서 플러스엑스가 던진 질문은 간단하다.

 

“​그건 정말 AI의 문제일까? 아니면 AI를 쓰는 사람과 조직의 문제일까?”​​

 

플러스엑스는 창립 15주년 세미나에서 디자인 실무에서의 AI 활용에 대한 통찰을 공유하며, AI 활용 한계를 극복하는 올바른 접근 방식을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디자인·기획·개발 실무자들이 본사 소극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엑스 제공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BX·UX·개발까지, AI가 바꾸는 브랜드 운영 워크플로우’​라는 제목으로 플러스엑스 지하 소극장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주로 다뤄진 건 ‘​기술’​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었다.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AI와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이들이 어떻게 AI를 다뤄왔는가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2024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을 비롯해 국내외 200건 이상의 디자인 어워드 실적을 자랑하며 한국 디자인 역량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 플러스엑스는 이 자리에서 명확하게 선언했다. “AI의 성능이 부족해서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AI에게 어떻게 일하라고 말해야 할지를 아직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결과물을 받았을 뿐”이라는 것. 마치 디자이너에게 정확한 콘셉트 없이 “​대충 느낌 있고 감성 있게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는 클라이언트처럼, 지금 우리는 AI에게도 그렇게 일을 시키고 있다. AI 기술은 이미 충분한 수준에 도달했고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지만, 그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체계와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 조직이 이렇다.

 

이윤성 플러스엑스 BX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일관되며 확장된 브랜드 경험 디자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엑스 제공

 

이윤성 플러스엑스 BX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간혹 AI 결과물이 아쉬운 건 맞지만 그게 AI 탓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맥락 없는 프롬프트, 정형화되지 않은 에셋, 검수 기준 없는 조직 환경에서 AI가 만든 결과물은 당연히 ‘쓸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플러스엑스는 바로 그 ‘​준비’​의 결과를 실무에 구현한 다수의 사례를 발표했다. 브랜드의 철학과 언어적 아이덴티티, 최종 결과물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러나 그 기반 위에서 수백 개의 버전을 빠르게 구현하고 확장하는 일은 AI가 훨씬 잘한다. 가령 글자의 꺾임 각도는 디자이너가 정하지만, 그 각도를 적용한 수백 장의 이미지와 질감, 3D 등 각종 버전은 AI가 만들어낸다. 역할 분담이 분명해질수록 AI는 진짜 동료가 된다.

 

세미나 후반부에서 공유된 UX/UI 실무 사례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AI 기반 디자인 협업 플랫폼 ‘피그마’의 플러그인 기능과 생성형 이미지 툴을 활용한 작업 과정을 통해 주니어 디자이너 1명이 하루 20개의 시안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생산성이 대폭 향상되었다. 게다가 디자인 검수, 벡터화, 라이브러리화까지 대부분 자동화되며 ‘쓸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과정을 시연했다.

 

#AI는 도입이 아니라 ‘내재화’되어야

 

플러스엑스는 AI의 ​단순한 ​도입이 아니라 AI 시스템의 조직 내재화를 강조한다. 실제로 이러한 경험도 있다. 플러스엑스는 어느 대기업 디자인 조직의 AI 업무 환경 프로젝트를 구축한 사례를 소개했다. 4개월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는 프롬프트 구조화, 내부 에셋 정비, 자동화 툴 셋업, 유지보수 체계까지 포함되었다. 단순한 툴이 아니라 담당자가 바뀌어도 브랜드 일관성이 유지되는 설계가 핵심이었다. “사람이 바뀌어도 프롬프트는 남는다”​는 말이 조직 내부에서 현실로 작동한 사례다.

 

플러스엑스는 이처럼 AI를 단지 ‘툴’​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본다. 그래서 자체 교육 플랫폼 ‘​쉐어엑스(Share X)’​를 통해 중장기 교육을 운영하고, AI 숙련도를 정량화하는 ‘​​레벨 제도’​​까지 도입했다. AI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누구나 ‘​잘’​​ 사용하는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발표자들은 “AI는 쉽지만, 잘 쓰기는 생각보다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AI 모델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업데이트는 빈번하며, 각 툴의 특성은 모두 다르다. 이제는 기술을 아는 것보다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하는 체계가 더 중요하다.

 

임성주 플러스엑스 프롬프트 디자이너는 생성형 AI 기반 워크플로 전환 사례와 함께 프롬프트 디자이너의 역할 및 조직 내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플러스엑스 제공

 

그래서 플러스엑스는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실무에 안정적으로 접목하기 위해 조직 내부에 ‘프롬프트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직군을 도입했다. 이 직군은 흔히 떠올리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훨씬 넘어선다. 프롬프트 디자이너는 브랜드 철학, 디자인 언어,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AI에게 던질 정교한 질문을 설계할 뿐 아니라, 어떤 AI 모델이 목적에 적합한지, 최신 기술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사전 학습을 통해 분석하고, 실무에 적용하는 방식을 판단한다. 단순한 작업자가 아니라 AI 활용을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실무 전문가다.

 

플러스엑스 내부에서 프롬프트 디자이너는 브랜드 경험, 사용자 경험, 인터페이스 디자인, 개발 등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실질적인 조율자이자 중간 연결 고리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이미지 생성, 텍스트 요약, 영상 편집 등 서로 다른 AI 도구들이 쓰인다면, 프롬프트 디자이너는 각 도구의 목적 적합성과 조합의 효율성까지 고려해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AI를 도입한 이후에도 결과물의 품질과 반복 가능성, 브랜드 일관성을 기준으로 성과를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플러스엑스가 이 직군을 도입한 이유는 단순히 AI를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다. 디자인 조직 전체가 AI와 공존하며,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구조적 실험이자 전략적 전환이다.

 

#변화는 더 깊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누구나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그것을 일관된 철학과 기준 안에서 실질적인 결과로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발전했다. 이제는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설계해야 할 때다. 그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깊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플러스엑스를 공동창립한 신명섭 고문은 창립 이후 단독 세미나를 최초로 개최했다며, 지난 2년 간 플러스엑스가 AI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많은 기업 실무자 및 동료 디자이너와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플러스엑스 제공

 

플러스엑스의 15주년 세미나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전적인 답변들로 채워졌다. 단순히 AI 툴을 더 잘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라, AI와 함께 일하는 조직 문화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다. 체계적인 준비, 지속적인 학습, 그리고 실패를 통한 개선이 누적된 결과다. 플러스엑스가 교육 플랫폼 ‘쉐어엑스’를 운영하고, ‘​프롬프트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직군을 만들고, 체계적인 AI 실무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 모든 과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AI 시대에 살아남고 싶다면 말이다. 단순히 AI를 쓰는 것을 넘어 AI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이제 ‘써봤는데 별로’라는 말은 어쩌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실토이자 변명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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