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들어 제조업과 건설업 부진에 따른 고용 악화가 이어지면서 올 1분기에 일자리를 잃고 구직 급여(실업 급여)를 신청한 50세 이상 근로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서 밀려나 실직 급여를 신청한 이들은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고, 구직 급여 지급액은 코로나19 이후 최고치까지 오르는 등 경기 부진의 여파가 노동시장 전반까지 퍼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3일 가진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국정 최우선 과제로 민생 회복을 내세운 바 있어 이처럼 악화한 고용시장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구직 급여를 신청한 실직 근로자의 수는 전년 동기(42만 5614명) 대비 1만 3651명 늘어난 43만 9265명으로 조사됐다. 이 구직 급여 신청자 중에서 50세 이상 실직 근로자는 53.5%에 해당하는 23만 48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1만 8040명)에 비해 1만 6847명(7.7%) 증가한 것으로 전체 신청자 수보다 높은 증가수치다.
특히 50세 이상 구직 급여자 신청자 수는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 경기 부진으로 회사 사정이 악화하면서 50세 이상 근로자들이 우선적으로 정리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비상경영을 선언한 현대제철이 만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50세 이상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경우 정부의 공공 근로나 일용직 외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업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50세 이상 근로자는 자녀가 대학생이거나 결혼을 앞둔 경우가 많아서 일자리 상실이 가계 빈곤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나아지지 않는 경기 상황에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업들이 줄줄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대기업에서 밀려나 구직 급여를 신청한 이들도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치까지 치솟았다. 올 1분기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자리를 잃고 구직 급여를 신청한 이는 전년 동기(10만 2096명) 대비 6337명(6.2%) 증가한 10만 8433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대기업 출신 구직 급여 신청자가 가장 많았던 2021년 1분기(11만 5146명)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며, 관련 통계가 나온 2015년 이래 2번째로 많은 숫자였다. 내수 부진에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수출 경기마저 좋지 않자 대기업들도 줄줄이 희망퇴직에 나선 때문이다. 올해 들어 LG 디스플레이와 SK 플래닛, SK 시그넷, CGV, 이마트, 현대면세점, 롯데웰푸드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희망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대기업마저도 견뎌내지 못할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뒤 구직활동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지만 올해 경기 악화로 다시금 실업자가 된 이들도 역대 최고치까지 올랐다. 구직 급여 신청자 중 2회 신청자의 수는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469명(2.0%) 증가한 10만 491명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만 명대를 돌파했다. 이처럼 경기 악화로 실업자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증가하면서 구직급여 지급액은 코로나19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 1분기 구직급여 지급액은 3조 985억 원으로 코로나 19로 실업자가 급증했던 2021년 2분기(3조 3302억 원)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도 이러한 경기 부진에 따른 노동시장 악화를 인식한 듯 지난달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무엇보다 무너진 민생 회복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라며 “취임 후 1호 지시로 비상 경제 점검 TF를 즉시 가동해서 민생 경제를 살릴 지혜를 모으고 해법을 찾아 나가는 중”이라면서 경기 회복에 주력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또 지난달부터 13조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며 내수 살리기에 나선 상태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고용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돼 구직 급여 신청자가 증가할 우려는 여전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이 12만 명으로 지난해(16만 명)에 비해 4만 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취업자 증가 폭은 9만 명으로 상반기(15만 명)에 비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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