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5조 6000억 원이 투입되는 영월~삼척고속도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예타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영월~삼척고속도로는 28년간 강원 지역의 숙원 사업으로, 올해 1월 23일 예타를 통과하며 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영월~삼척고속도로는 강원도 영월군부터 삼척시를 잇는 길이 70.3km 왕복 4차 고속도로(IC 4개, JCT 1개)다. 지난 2023년 3월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1~2025)에 반영돼 같은 해 5월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당초 경제성이 낮아 예타 통과가 불투명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올 1월 23일 연 2025년 제1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타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제천~영월고속도로 건설에 이어 영월~삼척고속도로 사업 추진이 확정되면서 평택에서 삼척까지 연결된 ‘동서 6축’이 완성될 전망이다.
영월~삼척고속도로 사업은 경제성 분석(B/C, 편익비용비)이 0.27로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임에도 예타를 통과했다. B/C값이 1 이상이면 투입한 비용 대비 편익이 크다는 의미로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 통상 고속도로 사업은 B/C가 0.5 이하일 경우 예타 통과가 불투명하다고 보는데, 이번 사업은 0.3 이하임에도 예타 문턱을 넘었다.
투입되는 사업비 규모도 상당히 크다. 총사업비 5조 6167억 원으로 고속도로 사업 중 손에 꼽히는 규모이며, 강원 역사상 최대 규모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다.
경제성이 낮아도 국가균형발전 목적이나 재난 등 긴급 사항이 있을 경우 ‘예타 면제 대상 사업’으로 선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월~삼척고속도로는 이 같은 면제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예타 면제 사업이 아닌데도 B/C값 0.27로 예타를 통과한 고속도로 사업은 이번이 최초다. 예타 통과 당시 강원도는 보도자료에서 “김진태 지사를 비롯한 도 지휘부에서도 끊임없이 중앙부처와 유관기관, 국회 등을 방문해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며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철규 의원과 유상범 의원은 대통령실을 비롯하여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유관 부처에 사업 추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에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등 국회 차원에서 지속적인 힘을 보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노력으로 총사업비는 기존 5조 2031억 원에서 5조 6167억 원으로 4500억 원이 늘어났으며, 대한민국 고속도로 역사 57년 중 경제성분석(B/C) 0.3 이하 예타 통과라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예타 조사를 통과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 최종 예타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타는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종합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에 대한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B/C값이 역대 최저인 만큼 사업 추진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타 통과 결정의 근거와 평가 과정이 담긴 보고서 공개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B/C값 역시 강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뿐 기재부와 국토부 주요 평가 점수인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점수 등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통상적으로 고속도로 예타 보고서는 예타 통과 후 1~3개월 후에 공개된다. 실제로 영월~삼척고속도로와 같은 날 예타를 통과했던 인천~서울 지하고속도로 건설 예타보고서는 1월에 공개됐다.
보고서 공개가 늦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예타 심사가 끝난 후 보고서 항목을 완성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무적인 판단으로 보고서의 모든 항목이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경제성이나 사업비 추정이 가능해진 상태에서 심사받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타를 수행한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현재 최종 작업 중인 것으로 안다. 빠르게 업로드할 수 있도록 연구진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3개 부분에 대해 요약 보고서와 담당자들의 발표 등을 바탕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심사 자료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이때 나온 논의와 총평을 모두 합쳐 최종 예타 보고서가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공개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확인해보니 KDI에서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최종 보고서를 올린다고 한다. 늦어지는 이유는 모르겠다. (예타 통과 후) 3~5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최종 보고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도 아직 최종 보고서를 받지 못한 상태다. 마무리 작업이 늦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예타를 통과한 인천~서울 지하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보고서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월~삼척고속도로 세부 노선에 대해 “4개 IC가 예정된 것은 맞지만 아직 세부적인 위치와 노선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정선, 사북, 삼척 위인 서삼척 부근 등에 건설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위치는 밝힐 수 있다. 보통 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세부적으로 조정을 한다”고 밝혔다.
강원도 관계자는 “보통 예타 한 달 이후에 공개가 되는데 왜 아직 안 올라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월~삼척고속도로 종점인 삼척IC 인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처가의 토지가 자리하고 있다. 도로상 16km(직선거리 약 9km) 가량 떨어진 강원도 동해시 이로동에는 김건희 여사 모친 최 아무개 씨가 토지 2필지의 지분 절반씩을 소유하고 있다. 최 씨가 소유한 토지의 면적은 총 6200평(2만 678㎡) 정도로 축구장 3개 크기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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