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벌써 2025년이 막을 내린다. 21세기의 4분의 1이 지났다! 올해에도 정말 많은 천문학적인 발견과 이야기가 쏟아졌다. 2026년에는 우주에서 또 어떤 일이 쏟아질까? 미리 내년을 스포일러해보자.
#다시 사람을 달에 보낸다! 아르테미스 2 미션
단연 내년에 벌어질 우주 미션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거의 반 세기 만에 다시 사람을 달 근처까지 보내는 미션 아르테미스 2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NASA는 지난 아폴로 미션 때의 영광을 다시 되찾고, 또 빠르게 뒤쫓아오는 다른 경쟁 국가들로부터 우위를 지켜내고자 오랜만에 다시 자국 우주인을 달에 보내겠다는 목표로 아르테미스 미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NASA는 과거의 새턴 V보다 더 강력한 로켓 SLS를 개발했다.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음에도 SLS의 개발이 지지부진해서 한동안 아르테미스 미션 자체가 불투명해 보였지만, 끝내 새로운 로켓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아르테미스 미션을 위해 새롭게 오리온 우주선까지 만들었다.
지난 2022년 11월 16일 아르테미스 1호가 역사적인 첫 발사를 했다. 당시 발사는 SLS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의 성능 테스트 목적으로, 곧바로 사람을 태워서 달에 보내지는 않았다. 무인으로 진행한 첫 번째 테스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리온 우주선은 달에 도착해 달 곁을 크게 선회한 다음 지구로 돌아왔다.
그 안에 사람은 타지 않았지만, 마네킹 더미가 세 개 있었다. 이 마네킹의 이름은 무네킨 캄포스라고 지어졌다. 무네킨은 달을 뜻하는 문에 마네킹을 합쳐서 만든 단어다. 뒤의 캄포스는 아폴로 13호 미션 당시 산소 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났을 때, 우주인들의 목숨을 구한 NASA의 미션 매니저 아르투로 캄포스를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비록 마네킹을 태운 테스트 비행이었지만, 첫 번째 시도가 성공한 덕분에 NASA는 반세기 만에 다시 사람을 달에 보내 발자국을 남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드디어 실제 사람을 보내는 다음 미션, 아르테미스 2가 곧 예정되어 있다.
몇 차례 기술적 문제가 생기면서 계획이 조금씩 지연될 뻔했지만, 현재 NASA는 2026년 2월에서 4월 사이에는 다시 로켓을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미션도 사람이 직접 달 표면에 착륙하는 것까지 시도하지는 않는다. 마네킹이 아니라 실제 사람을 태운 우주선이 달 근처까지 다가간 다음 크게 선회하고 지구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테스트까지 무사히 성공한다면, 그 다음에 이어질 아르테미스 3 미션 때는 정말 우주인이 달 표면에 깃발을 꽂고 발자국을 남기는 모습을 고화질 라이브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르테미스 2 미션을 수행할 우주인도 선발했다. 이번 미션을 통해 그 누구보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달을 바라보게 될 주인공은 총 네 명이다.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 비행 조종사 빅터 글로버, 미션 스페셜리스트 크리스티나 코흐와 제러미 핸슨이 함께 한다. 핸슨은 캐나다 출신으로 이번 미션이 성공한다면 역사상 최초로 달에 접근한 비(非)미국인이 된다. 아폴로 미션 때는 우주선 안에 최대 세 명까지 태웠던 것에서 한 명 더 여유가 생겼다. 또 냉전이 한창이던 아폴로 미션 때와 달리 출신 배경이 더 다양한 우주인들이 함께 올라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다양한 기술적인 테스트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지구를 떠나 달 궤도를 돌고 다시 지구의 바다로 귀환하기까지 전체 미션은 10일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달에 가장 가까이 갈 때는 달 표면에서 겨우 7400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다. 이번 미션에서는 우주 광통신 기술을 테스트하게 되는데, 달 궤도에서 지구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에 위치한 기지 간에 빠르게 무선 통신 기술이 가능한지를 검증한다. 최대 260Mbps 속도로 데이터를 받는 게 목표다.
NASA는 궁극적으로 현재 지구 주변을 맴도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운용은 민간 영역으로 넘기고, 달 주변을 맴도는 새로운 우주정거장 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명 루나게이트웨이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기지는 머지않아 우주인들이 달 주변에 상시 거주하면서 원할 때마다 달 표면에 내려가 작업을 하는 새로운 우주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새로운 미래로 진입하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관문, 정말 오랜만에 살아 있는 사람을 태운 우주선이 달 주변을 빙 돌고 지구로 돌아오는 순간이 곧 현실이 될 것이다.
#보이저 1호, 지구로부터 1광일 거리 돌파
2026년은 지구 코앞에 놓인 달뿐 아니라, 아주 멀리 떨어진 태양계 너머 우주에서도 놀라운 일이 예정되어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멀리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 1호가 드디어 2026년 11월 15일이 되면 지구로부터 무려 1광일 떨어진 지점을 지나게 된다! 빛의 속도로 꼬박 하루를 가야 도달하는 거리를 지나게 된다는 말이다. 인류의 탐사선이 닿은 우주, 스페이스의 새로운 이정표가 쓰이는 순간이다.
1977년에 지구를 떠난 보이저 1호는 우주를 여행한 지 벌써 5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50년씩이나 날아갔는데 1광년도 아니고 이제 겨우 1광일밖에 안 된다니, 보이저가 너무 느리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보이저는 상당히 빠르게 우리를 떠나고 있다. 목성과 토성의 강한 중력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그 먼 거리에서 태양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탈출 속도는 이미 앞질렀다. 현재 보이저 1호는 초당 17.7km 정도의 속도로 우주를 가로지르고 있다. 평균적으로 매년 3.5AU의 거리를 추가했다. 해마다 태양에서 지구 사이의 3.5배나 되는 먼 거리를 계속 움직였다는 뜻이다! 정말 엄청난 속도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몸부림치며 멀어지는데도 이제 겨우 1광일밖에 안 된다는 것에서 우주가 정말 얼마나 거대한지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2012년 8월 25일, 보이저 1호는 태양풍의 영향권을 벗어나 고에너지의 은하 방사선이 가득한 더 혹독한 성간 우주에 진입했다. 보이저의 전자 장비는 더 빠르게 망가졌을 것이다. 이미 그동안 보이저에선 크고 작은 고장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가장 최근에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없는 0만 반복되는 데이터가 쏟아져, 보이저가 완전히 망가진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끈질긴 엔지니어들이 태양계 끝자락을 떠나가는 보이저를 원격으로 수리하는 데 성공한 덕분에 보이저는 다시 생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서서히 꺼져가는 보이저 1호의 희미한 신호를 아직도 수신하고 있다!
앞으로도 보이저가 조금만 더 버텨준다면, 2026년 11월 15일 천문학자들은 보이저 1호의 1광일 거리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탐사선의 신호를 다시 한번 수신할 예정이다. 다만 이젠 정말 보이저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운이 나쁘면 1광일에 도달하기 전에 보이저의 신호가 완전히 자취를 감출 가능성도 있다. 보이저가 꾸역꾸역 버티더라도 2030년이 되기 전에는 남은 전력이 모두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1광일 거리를 돌파하는 순간까지만이라도 부디 보이저가 잘 견뎌주길 바란다. 그날 보이저가 떠나고 있는 방향의 하늘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이제 매순간 ‘어제의 보이저’를 보게 되는 것이다.
#헤라 탐사선의 디디모스 소행성 추가 검증
2026년 11월, 또 다른 역사적인 탐사가 예정되어 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우선 지난 2022년 11월 26일에 있었던 사건을 떠올려야한다. 천문학자들은 지구를 위협하는 거대한 소행성이 날아올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기하는 대신, 최대한 지구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지구방위대 천문학자들이 고민하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 중 하나는 최대한 빨리 소행성을 발견해서, 탐사선이 소행성을 빠른 속도로 들이받아 궤도를 최대한 틀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구를 지킬 수 있을지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역사적인 시도 DART 미션이 2022년에 있었다.
당시 지구 방어 리허설을 위한 타깃으로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라는 이름의 두 소행성이 함께 서로의 곁을 맴도는 이중 소행성을 골랐다. 더 큰 디디모스 곁에 더 작은 디모르포스가 마치 위성처럼 맴도는 현장이다. 탐사선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 디모르포스에 부딪혔다. 그 순간 거대한 먼지 구름이 뿜어져나왔고, 디모르포스의 속도가 살짝 느려지고 궤도도 더 작아졌다. 원래는 11시간 55분 주기로 맴돌던 디모르포스는 충돌 이후 11시간 23분으로 주기가 줄었다! 지름 160m의 거대한 우주 돌멩이에 조그만 탐사선을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궤도 변화를 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DART 미션의 충돌 순간, 디모르포스를 들이받은 탐사선은 그대로 파괴되어 사라졌다. 충돌 직전 분리된 큐브샛과 남은 궤도선으로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기는 했지만, 모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아직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 충돌 직후 소행성 표면에 얼마나 거대한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는지, 소행성의 중력과 질량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또 그 바깥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먼지 구름이 뿜어져 나왔는지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먼지 구름은 의외로 아주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인데, DART 미션 당시 단순히 소행성을 들이받는 탐사선의 속도와 운동량만을 고려했을 때와 달리 실제 충돌 후 소행성에서 추가적인 궤도 변화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충돌 순간 뿜어져나온 먼지 기둥이 마치 역추진 로켓 엔진을 분사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일으켜, 예상치 못한 추가 궤도 변화를 가져왔을 거라 추정한다.
앞으로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을 향해 이렇게 탐사선을 들이받는 방식으로 실제 방어 전략을 짤 것이라면, 소행성에 정확히 얼마나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는지,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를 정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우리의 목숨이 달린 일이 아닌가! 이렇게나 실용적인 천문학적 과제가 또 있을까 싶다.
DART 미션의 충돌 직후, 디디모스에 벌어진 변화를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후발대 헤라(Hera)가 뒤이어 도착할 예정이다. 헤라는 2024년 10월 7일에 발사되었고, 2025년 3월에는 화성 플라이바이도 무사히 진행했다. 예정대로 쭉 날아간다면 2026년 11월쯤 목적지인 디디모스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두 대의 큐브샛을 분리하고 소행성 표면에 인간이 남긴 꿀밤 자국을 무려 10cm 수준의 해상도로 관측해 아주 세밀한 사진과 지도를 그리게 된다. 또 소행성 성분과 암석 상태를 분석해, 언젠가 벌어지게 될 지구 방어의 실전을 위한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
2025년에도 우주에선 많은 일이 벌어졌고, 천문학자들도 지구에서 바쁜 삶을 살았다. 2026년에도 여전히 우주에선 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고, 천문학자들은 더욱 놀랍고 신기한 이야기를 계속 들려줄 것이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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