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롯이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획으로 시작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10년을 이어왔다. 처음 마음을 그대로 지키며 230여 명의 작가를 응원했다. 국내 어느 언론이나 문화단체, 국가기관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10년의 뚝심이 하나의 가치로 21세기 한국미술계에 새겨졌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10년의 역사가 곧 한국현대미술 흐름을 관찰하는 하나의 시점’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제 시즌11에서 한국미술의 또 하나의 길을 닦으려 한다.
서양 미술에서 추상이 나타난 것은 1910년대다. 순수 추상은 회화를 이루는 기초 단위인 점, 선, 면, 색채만으로 조화롭게 배치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것이 ‘조형’이다.
조형의 근본을 추적해가다가 맨 밑바닥에서 만나는 추상 미술이 ‘절대주의’다. 이 계열을 대표하는 화가 카지미르 세베리노비치. 말레비치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빈 캔버스 자체를 작품화해 추상미술의 극단을 보여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추상은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추상 미술은 20세기 미술을 이끈 방식 중 하나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금세기 들어서도 지난 세기 나타난 무수히 많은 유파 중에서 팝아트와 더불어 생명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추상 미술이 건장한 현대 미술로 자라나는 데 자양분 역할은 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은 지난 세기와 금세기에 걸쳐 현대 생활의 바탕으로 자리 잡은 디자인 개념이다. 추상 미술은 디자인적 감성을 본질로 삼는 유파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재료나 기법을 다양화해 표현 방법을 확장한 것이다. 이를 ‘방법론 회화’라고 부른다. 재료의 물질적 느낌과 기법의 새로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특별한 내용이 필요 없는 미술이다.
이와는 또 다른 하나의 길이 모색되었는데, 추상 표현 방법에다 추상적 개념을 집어넣는 것이었다. 미술사에서는 ‘추상표현주의’라고 부른다. 미술에서 내용을 없어버리는 것에다 존재의 의미를 두었던 추상 미술에다 다시 이야기를 집어넣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를테면 추상 개념인 사랑, 불안, 공포, 장엄, 순수, 경건, 기쁨 같은 정서적인 것이나 철학적 개념, 종교적 화두 같은 것을 나타내는 데는 추상적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추상적 방법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을까.
가장 성공한 방법이 색채를 이용한 것이다. 색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인상주의자들의 색채 연구와 과학적 접근법, 표현주의자들의 색채의 감정 이입 방법이 밑바탕이 되었다. 이는 현대 도시에서 일반화된 색채를 통한 디자인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이를테면 빨강은 활력을, 검정과 노랑은 위험을, 그리고 녹색은 안정을 나타낸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
박준희는 이런 추상 방식으로 철학적 개념을 담아낸다. 그는 색채를 입힌 한지를 켜켜이 쌓아서 화면을 구성한다. 재료의 물질감과 색채의 성질을 결합해 새로운 느낌의 추상화를 보여준다. 층층이 쌓은 색지 사이 오묘한 색채의 변화와 깊이감을 통해 우리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모습을 찾으려고 한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1] 박순연-바다의 표정을 그린다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1] 폴 킴-이것은 추상화가 아니다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1] 이혜원-손으로 빚어낸 희로애락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1] 김양미-모순이 빚어낸 환상성
·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1] 왕열-긴 다리 말이 안내하는 유토피아





















![[유럽스타트업열전] 2025년 결산 'EU 인공지능법이 바꾸는 산업 지형'](/images/common/side0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