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가장 보통의 투자] 새해 투자 성공하려면 '알고리즘 다이어트' 부터

알고리즘이 만든 충동 매매의 함정 피해야…투자는 방향과 시간이 '최우선'

2025.12.29(Mon) 11:08:51

[비즈한국]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켜면 누군가 ‘갓생’을 살며 사용한 세련된 아이템이 피드를 채우고, 유튜브를 열면 “지금 당장 사지 않으면 벼락거지가 된다”고 외치는 투자 전문가들의 자극적인 썸네일이 쏟아진다. 혼잡한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계좌는 그만큼 풍족해지지 않았다.

 

알고리즘과 SNS, 유튜브가 쏟아내는 과잉 정보 속에서 투자자는 더 똑똑해지기보다 오히려 충동적 소비와 잦은 매매로 내몰리고 있으며, 이는 수익률 저하로 이어진다. 사진=생성형 AI

 

투자자에게 정보는 늘 미덕으로 여겨져 왔다. 더 많이 알고, 더 빨리 움직이는 사람이 수익을 가져간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투자 환경에서는 이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정보 접근성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지만, 체감 수익률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하소연이 늘고 있다. 유튜브, SNS, 증권사 알림까지 하루에도 수십 개의 투자 정보가 쏟아지는 환경에서 우리는 왜 똑똑한 투자자가 되지 못하는 걸까.

 

문제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가 만들어내는 행동이다. 투자 콘텐츠의 상당수는 분석보다 행동을 자극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 안 사면 늦는다”, “이번엔 다르다”, “곧 큰 흐름이 온다”는 표현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즉각적인 결정을 요구한다. 알고리즘은 이런 자극적인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고, 투자자는 점점 더 잦은 매매로 끌려 들어간다. 겉으로는 무료 정보지만, 실제 비용은 ‘매매’라는 형태로 치러진다. 결국 재테크의 성패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영리하게 차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 소비 트렌드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디토 소비’다.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의 취향을 무비판적으로 따라 하는 행태를 뜻한다. “저 사람이 샀으니까”, “유명 유튜버가 추천했으니까”라는 이유로 고민 없이 지갑을 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 취향이 아닌데”라며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알고리즘은 나의 검색 기록과 체류 시간을 분석해 가장 저항 없이 소비할 만한 이미지를 끊임없이 던진다. 디토 소비는 편리해 보이지만, 자산 형성을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장애물이다.

 

나만의 기준 없이 알고리즘이 떠먹여 주는 소비를 반복하다 보면 ‘나의 자산’이 쌓이는 속도보다 ‘타인의 수익’이 더 빠르게 늘어난다. 부자가 되기 위한 첫 단계는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가짜 취향’에서 벗어나 소비의 주도권을 되찾는 일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유튜브에는 하루 종일 주식과 가상자산을 분석하는 영상이 넘쳐난다. 차트와 거시경제를 설명하며 내일의 주가를 예측한다. 이런 콘텐츠를 많이 볼수록 투자자들은 자신이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정보의 양과 수익률은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도한 정보는 판단을 흐린다. 한 전문가는 “반도체가 간다”고 말하고, 다른 전문가는 “경기 침체가 온다”고 경고한다. 결국 투자자는 확신을 얻기보다 불안해져 사고팔기를 반복한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성공적인 투자는 IQ와 상관없으며, 충동적인 투자를 절제할 수 있는 기질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소음을 걸러내는 능력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증권사가 고객 수익률을 분석했을 때, 가장 높은 성과를 낸 집단은 ‘계좌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고객’이나 ‘사망한 고객’이었다는 일화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지나치게 부지런한 매매보다 나은 결과를 낸 셈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알고리즘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한다. 정보를 더 얻으려 애쓰기보다 질 낮은 정보가 내 판단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방화벽을 세우는 것이다. 예컨대 “주식 계좌는 한 달에 한 번만 확인한다”, “SNS 광고 상품은 72시간이 지나도 사고 싶을 때만 산다”, “유튜브 추천 영상보다 기업 공시를 직접 본다”와 같은 규칙을 정해보는 것이다.

 

또 자극적인 제목으로 공포와 탐욕을 부추기는 채널은 과감히 구독을 끊자. 대신 신뢰할 수 있는 정론지 한 곳이나 깊이 있는 책 한 권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빠른 대응이 아니라 시간의 힘이다.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지금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를 보면 훨씬 편해진다”며 “성공 투자는 방향과 시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은 늘 소음을 동반한다. 정보를 덜 봄으로써 확보한 시간과 에너지를 본업에 투자하거나 진정한 휴식에 써보자. 몸값을 높여 시드머니를 늘리는 것이 어설픈 정보로 단타 매매를 반복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재테크일 수 있다. 알고리즘 시대의 승자는 가장 빠르게 반응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적게 반응한 사람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해외주식 세금, 연말에 '이것'만 점검하자
· [가장 보통의 투자] "월급은 원화, 투자는 달러" 2030에 부는 미국채 열풍
· [가장 보통의 투자] '해싯 카드' 흔드는 트럼프, 12월 FOMC 어디로 가나
· [가장 보통의 투자] 한국판 골드만삭스 출범, IMA·발행어음 어떻게 활용할까
· [가장 보통의 투자] 가상자산 '보릿고개' 버티면 좋은날 다시 온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