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포함한 주요 거점을 공습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사건을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마약·국제범죄 대응이라는 법 집행 논리를 앞세웠지만, 외신과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군사 행동의 핵심 배경으로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초중질유(extra-heavy crude)’를 지목하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초중질유란 무엇인가
초중질유는 일반적인 경질유나 중질유보다 점도가 훨씬 높고, 황과 금속 성분이 다량 포함된 원유다. 상온에서는 거의 흐르지 않을 정도로 무거워 채굴과 수송, 정제 과정 모두에서 고도의 기술과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한때는 경제성이 낮은 자원으로 평가됐지만, 정유·정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장기적 전략 자원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초중질유가 대규모로 매장된 오리노코 벨트(Orinoco Belt)를 보유한 국가다. 국제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가진 국가로 꼽히며,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초중질유다. 단순 매장량 기준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웃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베네수엘라가 이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유화 정책과 정권 불안, 장기간의 미국 제재, 기술·자본 이탈이 겹치며 초중질유 개발에 필수적인 외국 자본과 첨단 기술이 사실상 차단됐다. 한때 하루 300만 배럴을 넘었던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은 최근 수십만 배럴 수준까지 급감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베네수엘라는 석유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살릴 능력은 상실한 상태”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 공백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메우느냐가 국제 에너지 질서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미국에 특히 예민한 까닭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지만, 역설적으로 특정 유형의 원유에는 구조적 의존도를 안고 있다. 미국 걸프 연안에 집중된 대형 정유시설 상당수는 초중질유를 전제로 설계됐다. 이 설비들은 과거 멕시코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가동됐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이 공급망이 끊겼고, 미국 정유사들은 대체 원유 확보에 지속적인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이 때문에 미국 에너지 업계에서는 베네수엘라를 단순한 산유국이 아니라 ‘미국 정제 인프라와 정확히 맞물리는 전략적 원유 공급원’으로 인식해왔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는 과거 셰브론, 엑손모빌 등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깊숙이 참여했다. 국유화 이후 이들 자산은 몰수되거나 방치됐고, 미국에서는 이를 에너지 안보 차원의 손실로 보는 시각이 커졌다.
#진짜 원하는 건 중국에 맞설 ‘석유 패권’
이번 사태를 단기적인 유가 문제로만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은 공급 과잉 우려와 수요 둔화 전망이 공존하므로 베네수엘라 변수 하나만으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미국이 노리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장기적인 석유 공급 구조에 대한 통제력, 즉 석유 패권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베네수엘라산 초중질유는 제재 국면에서도 상당량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미국 입장에서는 전략적 자원이 경쟁국의 영향권 아래 놓이는 구조를 용인하기 어려웠다는 해석이다. 앞으로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권과 석유 산업 구조를 재편할 경우 다시 한번 중남미 에너지 흐름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세계 최대급 초중질유 매장량, 이를 살릴 수 있는 미국의 기술과 자본, 그리고 중국·러시아와의 에너지 패권 경쟁이 맞물리며 군사·정치적 충돌로 이어진 결과를 낳았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베네수엘라 석유가 다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안으로 편입되는 구조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민주주의나 범죄 대응을 넘어 ‘누가 석유를 통제하느냐’의 문제”라며 “미국은 석유를 더 캐는 것보다, 누가 공급을 결정하고 흐름을 쥐느냐를 더욱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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