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골프는 누가 뭐래도 매너와 에티켓의 스포츠다. 매너는 자세, 태도에 가까운 용어고 에티켓은 규범이나 예절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골프에서 매너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4명의 골퍼는 심판 없이 각자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동반자의 플레이에 방해가 되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바로 매너다.
‘스코어는 싱글, 매너는 백돌이’란 말이 있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본인 보다 잘치는 골퍼, 즉 고수와 플레이를 하고 싶어 하지만 골프스코어와 매너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4시간에서 5시간의 라운드 동안 여러 장면에서 그 사람의 매너가 어떤지를 볼 수 있는 기회와 마주친다.

그 중 하나가 상대방의 나이스 샷에 대한 ‘칭찬의 매너’다. 누군가의 ‘오늘의 샷’에 기꺼이 본인의 샷인양 칭찬하고 축하해 주는 골퍼가 있는가 하면 어떤 리액션도 없이 오직 본인의 플레이에만 신경쓰는 골퍼도 가끔 본다. 영혼 없는 기계적인 리액션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동반자의 무반응은 18홀을 동반하는 같은 팀으로서 정말 힘빠지는 매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골프 매너는 골프약속, 부킹 부터 시작된다. 집에서 너무 멀어서 별로다. 그린피가 왜 이렇게 비싸냐. 거긴 코스가 너무 어려워서 스코어가 안 나온다. 이런 종류의 불만을 토로하는 동반자가 있다. 매너가 좋은 골퍼라면, “거기 가고 싶었던 골프장인데, 고마워” “수고했어. 덕분에 안 가본데 가보겠네” 같은 말을 하지 않았을까?
동반자를 배려하는 마음 중 그 마음이 은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카풀’이다. 대한민국은 좁은 나라지만 골프장 가는 길은 멀다. 저렴한 곳을 찾고 또 찾다 보면 집에서 점점 멀어진다. “동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돼” “ 그러다가 동해안 나오겠다”는 대화도 하지 않는가. 모여서 한 차로 같이 가면 여러 모로 이득이다. 기름값과 톨비를 아낄 수 있고, 운전자를 제외하면 라운드 후 음주를 할 수도 있다. 무엇 보다 좋은 것은 긴 시간 혼자 운전하는 지루함이 아니라, 가는 길에 온갖 골프얘기로 차 안과 가는 시간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돌아오는 길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먼 길도 골프수다는 심리적 거리와 시간을 단축시킨다. 그런데 이 카풀은 사실 골프매너의 시작이다. 누구 차로 갈 것인가. 어디에서 모일 것인가. 차를 가져가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에게 어떤 혜택을 줄 것인가 등등이다
비즈니스상 ’갑‘님을 모시고 가야할 때가 있다. 가는 길이 아님은 물론 한참 돌아가는 길임에도 굳이 모시고 가야 한다. “아닙니다. 저는 원래 운전하는 거 좋아합니다” 란 말로 안심시키면서 픽업을 한다. 대부분 카풀에서 운전을 하는 사람이 “ 저, 운전하는 거 좋아해요”라고 말하지만, 그 말들이 과연 얼마나 진실일까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 더욱이 라운드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긴 운전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아닐까?
몇가지 꼭 지켜야 할 카풀 에티켓을 말해 보자. 첫번째는 ‘사람이 차를 기다리자’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픽업하는 사람이 가장 받고 싶지 않은 메시지는 ‘도착하면 연락해, 내려갈게’가 아닐까. 10분 있다가 내려오는 사람도 봤다. 카풀을 하는 거지, 기사로 그곳에 가는 것은 아니다.
두번째는 ‘중간에서 만나자’다 서로 가는 길이 애매하다면 중간 지점에서 만나서 같이 가는 것이 좋다. 찾아 보면 공영 주차장은 많다. 세번째는 ‘동선에 나와 있자’는 것이다. 요즘은 입주민이 아니면서 다른 아파트에 들어가는 절차가 복잡하다. 전화번호도 말해야 하고 동호수도 말해야 한다. 가능하면 정문 앞에 나와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네번째는 운전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돈을 걷어 줄 수도 있다. 식사 값에서 면제해 줄 수도 있다. ‘드라이버 멀리건’도 괜찮은 아이디어다. 원래 ‘멀리건’의 여러가지 설 중 하나가 장거리 운전을 해서 도착한 골퍼의 첫 티샷 실수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니까. 다섯번째는 ‘조수석에서 졸지 말자’다. 어쩌면 더 졸린 사람은 운전자다. 옆에서 졸면 더 졸리다. 온갖 수다로 운전자에게 말을 걸어 보자. 라운드를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 옆에 앉았던 동반자가 차를 탄지 1분만에 잠이 들어 도착해서 깬 경험이 있다. 1시간 반이었지만 가장 길고 힘들었던 운전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골프는 매너운동이다. 그 시작은 ‘카풀매너’다. 조금 신경쓰면 함께 가는 즐거움이 더할 것이다. 잊지 말자. ‘매너가 골퍼를 만든다’
필자 강찬욱은?
광고인이자 작가.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현재는 영상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를 맡고 있다. 골프를 좋아해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글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골프에 관한 책 ‘골프의 기쁨’, ‘나쁜골프’, ‘진심골프’, ‘골프생각, 생각골프’를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골프’를 운영하며, 골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독자 및 시청자와 나누고 있다.
강찬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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