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인의 경험담이다. 여주의 한 골프장에 라운드를 하러 갔다. 그날 따라 골프장 앞의 식당이 정기휴일이었고 할 수 없이(?)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해야 했다. 물론 썩 내키지는 않았었다. 나는 그 골프장의 음식 가격을 예전에 알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보니 역시 조식 가격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해물 김치 콩나물국이 3만 2000원이었다. 재첩 근대국은 3만 3000원이었고 커피를 테이크아웃 할 수 없는 미국식 조찬은 3만 7000원이었다. 호텔 레스토랑 가격이다. 호텔 레스토랑만큼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좋은 것도 아니고 공간이 프라이빗 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호텔에서 식사를 하면 대화도 충분히 나누고 식사를 마치고도 바로 일어나지 않고 여유있게 시간을 즐기지 않는가.

라운드 전, 특히 아침식사는 티타임 40~50분 전쯤 만나서 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코스로 나가는 경우도 허다 하다. 클럽하우스의 조찬이 주로 해장국 류의 국물 요리인 것도 ‘후루룩’ 마시듯 먹고 나가라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터무니없이 비싼 음식 가격에 놀란 동반자들은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이 가격에 이걸 먹어야 하나”라고 했지만, 이미 착석 했고 별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먹어야 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울며 비싼 조식을 먹어야 했다.
골프장의 음식 가격이 비싼 이유를 말할 때, 골프장 측이 직접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비싼 임대료를 받고 임대를 하기 때문에 운영하는 업체에서 음식값을 비싸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또 빠지지 않는 것이 인건비의 상승이다. 분명한 것은 음식값이 비싼 곳은 클럽하우스 식당을 찾는 사람은 적고 사람이 적으니 역설적으로 매출액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골퍼들에게 값을 매기는 것 같아 듣기 좋지 않은 말인 ‘객단가’라는 말이 있다. 단체로 부킹을 하는 경우 골퍼 1인당 강제적으로 써야 하는 값이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인근 골프장은 이 객단가가 10만원 가까이 되는 곳도 있다. 그린피도 비싼 골프장에서 비싼 객단가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음식값은 클럽하우스 식당만 비싼 것이 아니다. 전반 9홀을 마치고 소위 인타임에 들르는 스타트 하우스의 음식 가격도 ‘억’소리가 난다. 마트에서 2000원이 안 되는 막걸리가 만 3000원인 곳도 있고 시장 분식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떡볶이와 순대는 약간의 재료를 추가해서 4만 원, 5만 원에 받는다. 다른 건 몰라도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몇 천 원에 먹던 떡볶이를 탕수육 가격보다 비싸게 먹어야 하는 건 어린시절의 추억을 말살하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여름엔 수박에 수박 스테이크라는 이름을 붙여 또 비싸게 받는다. ‘수박 스테이크’ 참 기발한 발상이고 기막힌 상술이다. 망고빙수가 8만 원이었다며 열변을 토했던 지인도 생각난다. 스타트 하우스의 매출을 위해 일부러 인타임을 길게 한다는 흉흉한 소문도 있다.
대한민국은 앞에 골프만 붙으면 가격이 마치 높은 탄도의 볼처럼 상승한다. 골프옷도 그렇고 골프장 음식도 그렇다. 물론 가격만큼 음식이 맛있는 곳도 있고 분위기가 좋은 곳도 있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식사를 해야만 하는 고객들을 볼모로 다분히 배짱적인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골프장은 그린피에 점심값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 가격도 한국 골프장에 비하면 지극히 저렴하다. 미국의 골프장 식당도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버거나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공간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많은 한국 교포들은 라운드 중 먹을 음식들을 싸오기도 한다. 대한민국 골퍼들도 음식을 싸와서 라운드 중 먹기도 하지만 골퍼들은 스타트 하우스 어딘가에서 빨간 글씨로 쓰여진 ‘외부음식 반입금지’라는 경고문을 보게 된다.
2022년부터 골프장 방문 인구가 4년째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린피의 상승은 주춤하고 있고 코로나 시기와는 달리 골프장으로부터 특가 문자도 제법 오고 있다. 골프시장은 분명 바뀌고 있다. 골프장 음식은 무조건 비싸다는, 그래서 웬만하면 골프장 식당이나 스타트 하우스는 가지 않는다는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골프장 식음료 사업은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다. 골프장에서 간단하게 김밥과 컵라면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은 규모의 편의점이 있어도 좋겠다. 골프라운드는 때빼고 광내고 돈을 펑펑 쓰는 거한 행차가 아니다. “운동이나 할까?”라는 말처럼 대한민국의 골프는 운동으로 돌아가야 한다.
필자 강찬욱은?
광고인이자 작가.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현재는 영상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를 맡고 있다. 골프를 좋아해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글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골프에 관한 책 ‘골프의 기쁨’, ‘나쁜골프’, ‘진심골프’, ‘골프생각, 생각골프’를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골프’를 운영하며, 골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독자 및 시청자와 나누고 있다.
강찬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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