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추진해온 외식 사업 확장 전략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최근 한화갤러리아는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데,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재건축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식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기조에서 벗어나, 백화점 본업의 경쟁력 강화에 다시 무게를 싣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파이브가이즈 매각, 상반기 클로징 목표
한화갤러리아가 파이브가이즈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17일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는 자회사 에프지코리아는 사모펀드(PEF) 에이치앤큐에쿼티파트너스와 지분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 거래는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티저레터 배포 후 다수의 기업 및 투자자가 큰 관심을 보였으나, 한국 파이브가이즈의 성과와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적극적인 사업 의지를 보인 에이치앤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게 됐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실사 등 본격적인 절차를 진행하면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6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미국 버거 브랜드인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사업권을 확보하며 외식 사업 확대에 나섰다. 파이브가이즈는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으며 사업 실적에서도 긍정적 성과를 얻었다. 파이브가이즈의 2024년 매출액은 4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4억 원으로 집계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파이브가이즈의 매각가가 600억 원대로 거론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성공적 엑시트’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초기 투자액이 200억 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약 2년 반 만에 투자금의 두 배가량을 차익으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 매각 대금을 사업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인데, 특히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재건축이 핵심 투자처로 거론된다.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에 약 9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파이브가이즈 사업 정리를 통해 확보한 자금 역시 상당 부분이 이 재건축 사업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노후한 시설을 전면 리뉴얼하고 영업 면적을 확대해 백화점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갤러리아 명품관은 1979년, 1985년에 준공된 두 개 건물로 운영되고 있으며, 영업 면적은 약 2만 7438㎡(약 8300평)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30% 수준에 그친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명품관의 영업 면적은 약 5만 9504㎡(약 1만 8000평)로 두 배 이상 확대될 예정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의 디자인을 적용한 모래시계 형태의 건물 두 동이 들어서며, 지하 9층~지상 8층 규모로 조성될 계획이다. 명품관 재건축은 2027년 착공해 203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서울시와 협의해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어 현재 일정은 계획 단계일 뿐,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F&B 강화 대세 속, 갤러리아가 방향 튼 까닭
재건축이 본격화될 경우 단기간 실적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한화갤러리아로서는 부담 요인이다. 명품관은 회사 전체 실적을 떠받치는 핵심 점포인 만큼, 공사 기간 중 영업이 제한되면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명품관이 두 개 건물로 나뉘어 있어 한쪽 건물은 운영하고 다른 한쪽은 공사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영업 중단이 불가피한 만큼 일정 수준의 매출 감소는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화갤러리아가 1조 원에 가까운 비용을 투입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백화점 사업의 중장기 생존에 대한 위기 의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명품관은 면적과 시설 측면에서 경쟁 백화점들과 격차가 벌어져 있다”며 “영업 공백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구조적인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재건축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갤러리아백화점그룹의 주요 5개 점포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대표 점포다. 국내 최초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모두 유치하며 국내 명품 시장의 상징적 공간으로 손꼽혀왔지만, 시설 노후화와 제한된 영업 면적 등이 백화점 경쟁력을 약화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히 물건을 사기보다는 공간을 즐기고 체험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백화점은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며 “결국 대형 점포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가고 있는 만큼, 갤러리아 역시 대형화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다. 재건축 이후에는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한화갤러리아가 재건축 추진을 계기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다시 백화점 본업으로 옮기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간 김 부사장은 파이브가이즈를 포함해 외식, 와인, 음료, 아이스크림 등 F&B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왔다. 하지만 파이브가이즈를 제외하면 뚜렷한 성과를 확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을 재점검하는 과정에서 F&B 사업을 축소하고, 백화점 본업에 다시 역량을 집중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종우 교수는 “최근 백화점은 외식과 먹거리를 핵심 경쟁력으로 키우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갤러리아의 외식 사업 축소 움직임은 직접 선택한 F&B 브랜드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재평가한 결과로 보인다”며 “최근 소비 트렌드는 가성비와 대중성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프리미엄 브랜드의 확장성에 한계를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F&B 사업을 포함한 사업 전략의 큰 틀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F&B 사업의 경우 자체 브랜드인 벤슨 아이스크림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육성 계획을 갖고 있다. F&B 사업이 약화되는 흐름은 아니다”라며 “백화점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체 사업의 경쟁력을 균형 있게 끌어올려 나가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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