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을 기록하며 성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2026년을 앞두고 미국 생물보안법 시행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CDMO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정부가 제네릭 약가 인하를 예고하면서 내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동시에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 확장과 국내 제도 리스크가 교차하는 2026년,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마주한 핵심 변수들을 짚어본다.
#미국 생물보안법, 중국 이탈 고객사를 향한 K-CDMO의 기회와 위협
2026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대외 변수는 미국 생물보안법이 꼽힌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생물보안법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하면서 중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계약 체결은 금지되고 기존 계약은 최대 2032년 1월 1일까지만 유지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의약품 생산에서 중국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의 역할이 컸던 만큼 향후 공급망 지각변동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국내 CDMO 기업들로서는 중국 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텍에서 이탈하는 고객사를 유치할 수 있는 ‘낙수효과’가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1위인 78만 5000리터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빅파마를 고객사로 흡수하고 있다. 글로벌 톱 20개 제약사 중 17곳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객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GSK의 미국 록빌 공장 인수를 확정해 미국의 관세 부과에서도 비껴갈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일라이릴리의 미국 공장을 인수하며 CDMO 사업을 본격 확대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바이오시밀러 생산경험이 풍부한 만큼 공장 가동률을 조기에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생산시설인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인수와 인천 송도에 건립 중인 항체의약품 대량생산시설 1~3공장을 통해 CDMO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바이넥스 등도 중소 CDMO 기업으로서 중국 기업에서 이탈한 고객사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에스티팜은 RNA(리보핵산) 치료제의 API(원료의약품)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CDMO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기대할 수는 없다. 인도의 CDMO 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와 제조 원가를 무기로, 후지필름을 포함한 일본 기업들은 ADC, 첨단재생의료 등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춰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제네릭 약가 인하, 산업 생태계 도미노 타격 우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약가 인하 정책은 제약바이오 산업 생태계를 뒤흔들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와 신약 개발 독려라는 목표 아래 제네릭 약가 산정 비율 상한선을 현행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에서 4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네릭 수익이 국내 제약사들의 주된 수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제네릭 약가 인하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특히 중소 제약사의 경우 전체 매출의 80~90%가 제네릭에서 나온다.
제약업계에서는 제네릭 수익이 줄어들면 제약사의 신약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가 인하 시 제약사 59곳의 연간 매출 손실액은 1조 2144억 원이고 영업이익 감소분은 약 51.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연홍 공동 비대위원장(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1999년 실거래가 제도 도입 이후 10여 차례 약가 인하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산업계가 노력해 이만한 성과를 냈고, 향후 몇 년 안에 큰 성과를 낼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약가가 인하되면 제네릭, 개량신약을 거쳐 신약으로 상승하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오 생태계에도 위협으로 작용해 산업의 도미노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네릭 수익이 감소한 제약사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 유망 바이오기업을 향한 자금 이동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조용준 비대위 부위원장(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 동구바이오제약 회장)은 “바이오 벤처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FI(재무적 투자자)도 있지만 제약사도 영업이익을 활용해 SI(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함으로써 초기의 어려운 부분을 함께한다”고 말했다.
#AI 드라이브와 차세대 모달리티 ‘TPD·RPT·DAC’ 부상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인공지능(AI) 대전환’도 제약바이오 산업의 대격변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AI 활용을 국정과제로 삼고 데이터 구축과 플랫폼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등도 국내에서 AI 신약이 나오도록 대규모 국책과제를 통해 AI 신약개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개발 사업’의 총괄기관으로 선정했다. 한미약품, 대웅제약, 삼진제약 등의 제약사와 바이오기업이 참여하기로 했는데 4년 3개월간 약 371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AI 기반 신약개발 임상시험 설계·지원 플랫폼을 구축·개발하고 전임상·임상 단계를 연계함으로써 전주기 AI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0월 루닛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과 KAIST 중심의 컨소시엄을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수행팀으로 선정했다. 이를 통해 전주기 의과학 혁신을 위한 멀티스케일 의과학 특화 파운데이션과 생명현상의 핵심 분자구조를 정밀 예측하는 ‘차세대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AI는 연구·설계를 넘어 공정개발과 스케일업을 가속해 시장 선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 구축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화합물 합성 조건과 다음 실험을 스스로 결정하고 학습해 최적의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자율실험실과 자동화 실험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통합해 재현가능한 공정개발 데이터를 만드는 바이오파운드리에서 AI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은 연구원 개입 없이 24시간 가동되는 AI 신약개발 자율실험실을 구축해, 실험실을 운용할 인재를 육성하고 기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으로 5년 동안 1263억 원을 투입해 AI와 로봇이 주도하는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주목할 만한 새로운 모달리티(치료기법)도 있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원천 분해하는 TPD(표적단백질 분해)와 표적물질에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해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RPT(방사성의약품), ADC(항체-약물 접합체)와 TPD를 융합한 DAC(분해제-항체 접합체) 등이 올해 신약개발 R&D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팜이 TPD와 RPT를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성장동력 모달리티로 꼽고 있다. 이 밖에 유한양행과 카나프테라퓨틱스·보로노이가 TPD 부문에서, 퓨쳐켐과 셀비온·듀켐바이오가 RPT 부문에서, 오름테라퓨틱과 유빅스테라퓨틱스가 DAC 부문에서 각각 두각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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