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6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전 세계 금융시장을 긴장시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지시간 1월 3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라는 초유의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안전자산으로 관심이 쏠리는 ‘리스크 오프(risk-off)’ 국면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다. 공습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5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4400선을 돌파했고, 글로벌 증시 역시 공포보다는 ‘이벤트 소화’ 국면에 들어섰다. 지정학적 충격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공포가 아닌 숫자와 구조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이번 사태를 두고 “구조적 충격이 아닌 이벤트성 리스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핵심 근거는 베네수엘라의 글로벌 원유 시장 내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이 때문에 수도 카라카스에서 군사 행동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곧바로 국제 유가 급등 우려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며 유가는 단기적으로 5~10% 상승 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장기 제재와 인프라 노후로 생산량이 과거 피크인 300만 배럴의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며 “지난해 말 기준 수출량은 약 90~100만 배럴로 글로벌 시장에서 미미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더 중요한 점은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의 구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글로벌 원유 시장이 하루 약 380만 배럴 수준의 공급 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고 추정한다. 여기에 OPEC+의 공급 조절,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유가는 중기적으로 배럴당 55~65달러 박스권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하나증권의 전망이다.
현재까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PDVSA)의 석유 저장소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유가 상승은 실제 공급 차질보다는 심리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
안전자산의 흐름은 엇갈린다. 금값은 지난달 26일 장중 온스당 4550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조정을 받았다. 이번 공습 사건 직후에도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며 추가로 1~2% 상승세를 보였고, 단기적으로는 4500달러선을 재차 돌파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안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9·11 테러나 이라크 전쟁 시 금 가격은 10~20% 급등했다”며 “이번 경우도 유사하게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상승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지 않는 한 과도한 추가 랠리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반면 달러는 단기 강세 이후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달러 수요를 자극하지만, 중기적으로는 군사 행동에 따른 미국의 재정 부담 확대와 외교적 마찰이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달러인덱스(DXY)는 이미 약 9% 하락한 상태이며, 미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이를 압박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주식시장은 초기에는 변동성을 피하기 어렵다. 군사 충돌 국면에서는 에너지·방산 업종이 상대적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은 단기적으로 5~10% 수준의 조정 가능성을 내포한다. 다만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충격 이후 S&P500 지수는 1년 내 평균 9.5% 상승을 기록해 왔다.
안 연구원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행동은 단기 리스크 오프를 유발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제한적 시장 영향력과 글로벌 공급 과잉 환경이 충격을 완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가 급등한 것도 시장이 이번 사태를 구조적 위기가 아닌 단기 이벤트로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는 2026년 금융시장의 첫 ‘블랙 스완’이라기보다는 변동성을 키운 단기 이벤트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지정학적 뉴스에 따른 과도한 패닉 셀링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조정과 반등이 교차하는 구간이 오히려 우량 자산을 선별적으로 담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향후 시장의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는 베네수엘라 내 정권 이양과 정치적 안정 여부다. 변동성을 수익으로 바꾸는 투자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새해 투자 성공하려면 '알고리즘 다이어트' 부터
·
[가장 보통의 투자] 해외주식 세금, 연말에 '이것'만 점검하자
·
[가장 보통의 투자] "월급은 원화, 투자는 달러" 2030에 부는 미국채 열풍
·
[가장 보통의 투자] '해싯 카드' 흔드는 트럼프, 12월 FOMC 어디로 가나
·
[가장 보통의 투자] 한국판 골드만삭스 출범, IMA·발행어음 어떻게 활용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