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옹졸하고 경솔하며 다소 모자란, 어느 소규모 업체의 사장 이야기’. ‘자기자본주의’의 저자 정태승은 자신의 책을 이렇게 표현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소규모 업체의 사장이 되기가, 살아가기가 말처럼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건 직장인들도 잘 안다.
저자는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에 입사해 10여 년간 국내외에서 해외영업과 수출입 실무를 쌓았다. 아무런 자본도 ‘빽’도 없었지만 ‘사람’과 ‘태도’ 그리고 ‘자기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만큼은 든든했기에 창업에 뛰어들었고, 현재는 연 매출 200억 원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숱한 실패와 작은 성취를 거쳐 회사 대표까지 이른 과정을 통해 ‘자기자본주의(Self-Capitalism)’라는 화두를 우리 앞에 던진다.
그가 말하는 자본은 금전적인 자산이 아니다. 관계자본, 공부자본, 감정자본, 문화자본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들을 가리킨다. 삶을 지탱하고 성장시키는 이 자본들을 어떻게 축적하고, 운용하고, 활용할 것인가. 이 책은 그 실천의 기록이다.
수업보다는 시위와 야학 활동에 더 열심이었던 대학 시절부터 저자는 영어 회화 공부를 꾸준히 이어왔다. 학교 성적은 엉망이었지만 영어 회화 실력 덕분에 무역회사에 취업하고 오늘날 무역회사를 창업하기에 이른다.
아무리 술을 먹고 밤을 새워도 아침 6시면 교내 어학원에 제일 먼저 도착해 있었다. 시국이 어지러워 데모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고, 세상이 싫어져 염세적일 때도 어김없이 어학원에서 영어 실력을 갈고 닦았다. 외국인만 나타나면 엉터리 콩글리시라도 대담하게 지껄였다. 이처럼 한 방향을 설정하고 나면, 수단이나 방법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도구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도, 방향은 인생의 ‘운명’이 되어 나를 끌고 가는 힘이 된다. -296쪽
책 읽기도 그렇다. 해외 출장이 잦았기에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에 책을 읽었고, 그 습관을 오래 유지한 덕분에 나날이 성장해 경영자가 되고 책까지 쓰게 되었다.
노래와 책은 나의 문화자본이다. 내가 머릿속에 쌓아올린 책들은 나의 정서적 기반이자, 오늘도 흔들리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정신 자산이다. 나는 이 자산 덕분에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도 나만의 판단과 방향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내 시간을 저당잡히지 않는 법’이자 ‘나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경영하는 법’이다. -311쪽
얼핏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인생 이야기 같지만, 저자는 그 평범함을 꾸준함으로 단련해 오늘에 이르렀다. 시간과 에너지, 실패와 경험, 관계와 감정까지도 자산처럼 관리하며 쌓아 올린 인생 경영의 자세를 보여준다.
저자의 여정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엇에 투자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결국 가장 확실한 투자처는 ‘자기 자신’임을 증명한 한 사람의 기록이다.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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