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5일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은 국내외의 우려와 달리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국 간에 뚜렷한 이견 없이 원만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만으로도 성공으로 간주되는 최근의 국제 정세 덕분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또 다른 이유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다. 정상회담 직후 열린 이 행사에는 한국의 주요 대기업 총수 15명과 산업부·외교부 장관이, 미국 측에서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21개 주요 기업 대표와 금융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 라운드테이블에서는 11건의 산업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었고, 이를 통해 양국은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위해 광범위한 산업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선, 원자력, 항공, LNG, 핵심 광물 분야에서 체결된 11개의 MOU는 한미 동맹이 군사 동맹을 넘어 산업·기술 동맹으로 확대되는 상징적인 성과라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이 중에는 방위산업과 관련된 MOU도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비거 마린 그룹(Vigor Marine Group)과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프로젝트 파트너십 MOU를 맺었고, 고려아연은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망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특히 록히드마틴과 고려아연의 MOU는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록히드마틴은 세계 최대·최고의 방위산업체로, 우리 공군의 KF-16, F-35A 스텔스 전투기, C-130 수송기뿐만 아니라 해군의 이지스 전투체계, MH-60R 해상작전헬기, 패트리엇(PAC-3) 미사일 등을 생산하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기업이다.
두 회사가 체결한 MOU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려아연은 중국, 북한, 이란,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에서 제련한 게르마늄을 록히드마틴에 공급하고, 록히드마틴은 이를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생산물 우선 확보 계약(Off-take Agreement) 체결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약 1,400억 원을 투자해 울산 온산제련소에 게르마늄 생산 시설을 신설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방산업체가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한국 기업과 손을 잡은 이유는 명확하다. 게르마늄은 최첨단 무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이지만, 공급망을 사실상 중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전의 승패를 가르는 야간전의 핵심은 적외선(열상) 센서와 카메라이다. 야간투시경이나 적외선 추적 장비로 적을 먼저 탐지하고 공격할 수 있는 ‘열상 우위(Thermal Dominance)’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르마늄이 없다면 이러한 열상 장비를 만들 수 없다. 게르마늄은 중적외선(MWIR, 35µm)과 원적외선(LWIR, 814µm) 파장 대역에서 투과율이 매우 높고 굴절률도 커, 적외선 광학 장비의 렌즈와 창(Window)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때문에 록히드마틴이 생산하는 F-35 전투기의 전자광학 표적 획득 시스템(EOTS), FGM-148 재블린(Javelin) 대전차 미사일 등 수십 종류의 첨단 무기 체계에 게르마늄을 활용한 적외선 장비가 사용된다. 게르마늄은 이외에도 광섬유 케이블, 고주파 반도체 등에도 빠질 수 없는 소재이다.
그런데 게르마늄은 광산에서 직접 채굴하는 광물이 아니라, 아연(Zinc)이나 석탄재(Fly Ash) 등에서 부산물로 회수된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게르마늄 생산과 공급은 아연 제련 강국인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연간 수입하는 게르마늄의 54%는 중국산이며, 30%를 차지하는 벨기에산 역시 중국산 원료를 정제한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미국 게르마늄 소비의 80% 이상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셈이다.
게다가 중국은 이러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공급망 불안을 키우고 있다. 2023년 8월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을 허가제로 전환하며 통제를 강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아연과의 MOU는 록히드마틴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 협력으로 투자가 진행되는 온산제련소는 2028년경부터 순도 99.999%의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을 연간 약 10톤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의 연간 게르마늄 소비량의 약 30%에 해당하는 상당한 물량이다.
이처럼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의존하던 소재나 원료 공급망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라고 한다. 게르마늄처럼 미국의 첨단 무기 체계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로 인해 공급망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이번 MOU를 계기로 미국의 첨단 무기 개발에 한국산 원료, 부품, 장비를 공급하는 방위산업 협력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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