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하나증권이 전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하반기에 실적을 개선하지 못하면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의 연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 대표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하나증권은 최근 금융당국에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하면서 승부수를 거는 모양새다.
강성묵 대표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이던 2023년 하나증권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하나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당시 “강성묵 대표는 투자은행에 편중된 하나증권의 업무 비중을 리테일과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확대해 나갈 적임자”라며 “하나증권 제2의 도약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강성묵 대표의 첫해 실적은 좋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2022년 1306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2023년에는 288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다행히 2024년 2240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다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순이익 2240억 원은 경쟁사인 신한투자증권(지난해 순이익 1792억 원), 대신증권(1442억 원), 교보증권(1177억 원)보다 높은 수치다.
강성묵 대표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1년 연임됐다. 그런데 하나증권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와 비교해 좋지 않다.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32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058억 원으로 19.84% 감소했다.
반면 경쟁사들은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순이익 2589억 원을 거뒀고, 대신증권과 교보증권도 순이익이 각각 1521억 원, 1060억 원으로 하나증권보다 높다. 지난해 하나증권보다 순이익이 낮았던 증권사들이 올해는 추월한 것이다.
하나증권의 올해 실적 부진은 해외 대체투자 자산을 재평가하면서 평가손실을 반영한 영향이 크다. 하나증권은 “금리 연초 효과에 따른 트레이딩 부문 수익 둔화와 해외 자산에 대한 보수적인 손실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 연초 효과는 하나증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 증권사가 호실적을 내는 것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금리 연초 효과란 연초 채권 시장에 자금 집행이 활발해지면서 국고채나 회사채 금리가 하락하고,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뜻한다.
하나증권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 강성묵 대표의 하나금융그룹 내부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강 대표를 언급한다. 실제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말 회장 쇼트리스트(최종 후보군)에 함영주 회장과 이승열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강성묵 대표를 올렸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상승했다. 심지어 그간 크게 주목받지 못한 하나생명보험도 순이익이 상승세다. 강성묵 대표로서는 올해 하반기 실적으로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은커녕 하나증권 대표 연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성묵 대표는 발행어음 사업에 승부수를 거는 모양새다. 하나증권은 최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했다. 금감원은 “가급적 연내 심사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이다.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증권사는 발행어음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다. 다만 대주주 적격성이 심사 요소에 들어가는 만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변수로 꼽힌다.
박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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