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두 달여간의 국정기획위원회 활동이 끝나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 과제가 확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방 부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일명 ‘해병대 준 4군 체제’일 것인데, 대한민국 해병대가 발전하고 진짜 ‘네 번째 군대’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모 확보가 아닌 미래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일명 ‘해병대 독립’의 필요성에 대해서 논의된 지는 수십 년이 넘었다. 해병대는 1949년 창설 이후 무장공비 토벌,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의 활약 등 수많은 전과를 이루었지만, 1973년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되었다가 1987년에 다시 부활하는 등 정치적 사정에 의해서 지휘 구조가 바뀐 역사가 있다. 대한민국의 동맹국인 미국이 해병대 4군 체제를 유지한다는 점, 대한민국 해병대 규모가 세계 5위권 안에 들어간다는 점 역시 해병대 독립의 근거로 자주 인용된다.
따라서 이번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시한 해병대 개편 방안은 해병대 독립을 염원하던 해병대 예비역과 현역, 그리고 해병대를 지지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뉴스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해병대를 준 4군 체제로 개편하여 해병대의 독립성과 독자적인 작전권을 보장하고, 부대 구조 증강 및 사령부의 역량과 위상을 제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해병대 준 4군 체제에 대해서 마냥 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도 대선 공약으로 해병대를 독립 4군 체제로 만들고, 해병대가 4성 장군을 배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해병대의 전투력 강화를 위한 전력 증강은 등한시하고, 젊은 해병대원이 억울하게 사망하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 결국 채 상병 특검을 출범시킨 ‘비참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된 사례는 정치적 이익과 개인의 탐욕 때문에 군을 망친 명백한 이적(利敵) 행위였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국방 공약인 해병대 준 4군 체제가 정말 달성되기 위해서는 ‘4군 체제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고민하고, 군대의 본질인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투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병대 전투력 향상을 위한 실질적 전력 증강이 필요하다.
그런데 2025년 기준으로 해병대가 맞이하는 전장 환경은 해병대에 굉장히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첨단 무기의 발전과 대외 환경은 해병대의 존재 이유를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해병대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자 핵심인 상륙작전이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특히 적이 지키고 있는 해안의 방어선을 뚫고 상륙하는 강습상륙작전(Amphibious Assault Operation)은 최근 시도 사례가 극히 드물다. 레이더 등 탐지 장비와 미사일 기술, 항공기의 발달 때문에 엄청나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대 해병대의 상륙작전 대부분은 비전투 상황에서 물자와 인원을 내리는 행정 상륙(Administrative Landing) 임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해병대인 미국 해병대는 최근 10여 년간 기존의 체제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파격적인 개혁인 ‘포스 디자인’(Force Design)을 진행 중인데, 이 계획에는 미 해병대의 전차를 모두 포기하는 엄청난 개혁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 해병대도 준 4군 체제, 그리고 독립 작전 능력 강화를 위해 미 해병대와 동일한 개혁을 실시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그것도 어렵다. 대한민국군이 가진 전시 작전 계획에서 해병대가 수행하는 ‘강습상륙작전’은 우리 작전 계획의 핵심 중 하나인데, 미 해병대가 개혁을 이유로 경량화하고 강습상륙작전을 점점 포기해서 우리 해병대는 오히려 전통적인 상륙작전에서 미 해병대가 포기한 역할을 떠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해병대의 미래 전력 건설은 미 해병대와 비슷한 분산된 지역에서의 작전, 대규모 강습상륙작전, 그리고 서북 도서, 김포, 강화 지방의 방어 임무까지 모두 떠안고 있다.
이래서는 해병대가 진정한 준 4군 체제에서 그 역할을 다하는 전투력을 발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해병대 준 4군 체제 개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 해병대가 현대전에서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하며, 혁신을 위한 강력한 지원과 새로운 능력 부여가 필요하다.
우선, 현재의 작전 계획, 즉 북한과의 전시 상황에서 해병대의 임무인 후방 강습상륙작전의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점검하고, 미국 해병대의 새로운 작전 개념을 일부 적용해야 한다.
가령, 지금 우리 해병대는 고속상륙정(LSF-2)으로 전차와 같은 중장비를 해안에 실어 나르는데, 미 해병대처럼 전차나 중장비를 상륙시키는 대신, 고속상륙정에 공격 드론 기지 건설 장비를 싣고 적 영토의 무인도를 공격 드론 기지로 만들거나, 아군의 무인수상정이나 무인잠수정이 미사일이나 연료를 만드는 재보급 기지로 바꾸는 임무를 부여해 볼 만하다.
혹은, 현재 개발이 끝나가는 마린온 상륙공격헬기(MAH-1)의 능력을 확장해서 전혀 다른 임무를 맡겨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가령, 지금 상륙공격헬기는 사거리가 2~8km 내외의 기관포, 로켓, 미사일을 장착하는데, 단거리 미사일 대신 미국의 ‘바라쿠다’(Barracuda) 순항미사일 같은 200km 이상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통합해서 공군 전투기 대신 장거리 정밀 타격 임무에 투입하거나, 상륙공격헬기에 소형 전투기용 AESA 레이더 등을 장착하고 기관포 등으로 바다를 통해 침투하는 적 자폭 드론 요격 임무에 투입하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
물론 이런 임무 변경이나 확장은 지금 우리 해병대의 최종 목표인 ‘사단급 강습상륙작전’ 임무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상충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북한, 중국, 일본의 해안 방어 시스템이 너무 발달하여 현실적으로 전차를 적진 모래사장에 올리는 전통적 작전의 실현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해병대 준 4군 체제가 진짜 정착되기 위해서는 해병대의 임무를 처음부터 다시 개발한다는 사명감으로 해병대의 원정 작전 능력의 목표와 실현 방안을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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