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비만치료제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MASH(대사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비만과 MASH 모두 대사질환이어서 동시에 발생할 확률이 높은 데다 치료제 작용기전이 일정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기술이전,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MASH 치료제 확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개발 현황을 살펴봤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MASH 치료제 개발사 중 한미약품이 가장 빠른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글로벌 제약사 MSD(머크)에 총 8억 7000만 달러(1조 원)에 글로벌(한국 제외) 개발 권한을 기술수출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현재 임상 2b상 단계에 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GLP-1과 GCG(글루카곤) 이중 작용 바이오신약 후보물질로 주 1회 피하투여 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MSD는 에피노페그듀타이드와 위고비를 직접 비교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올 12월 임상시험이 종료돼 내년 상반기 결과 발표가 예상된다.
한미약품의 또다른 MASH 치료제 후보물질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도 글로벌 임상 2b상 단계에 있다.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GLP-1과 GIP(위 억제 펩타이드), GCG 등 세 가지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 작용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이다. 한미약품은 내년 하반기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임상 2b상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제약사도 개발 실패한 분야
MASH는 길리어드,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도 번번이 개발에 실패했다. 단순히 지방이 간에 쌓이는 문제가 아니라 비만이나 당뇨, 인슐린 저항성 등의 대사 이상, 염증 반응, 섬유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어서다. 지방이 축적됨으로써 간세포가 손상돼 간세포 팽창 및 염증 등이 나타나 MASH 단계에 이르면 간경화와 간암으로 이어져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주요 7개국(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일본) MASH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2년 8억 230만 달러(1조 1430억 원)에서 2032년 203억 달러(28조 9214억 원)로 연평균 38.2%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디앤디파마텍도 미국에서 임상 2상 시험 진행 중인 MASH 치료제 후보물질 ‘DD01’의 성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미약품의 에피노페그듀타이드와 마찬가지로 GLP-1과 GCG를 동시 작용하며 주 1회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디앤디파마텍은 최근 DD01 투여 24주 차 환자에서 위약 투여군 대비 섬유화 현상의 지속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디앤디파마텍은 2026년 6월 임상 2상 시험을 마치고 주요 평가지표의 최종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는 경구(먹는) 제형의 MASH 치료제 개발에 도전 중이다. 미국 신약개발 자회사 메타비아를 통해 ‘DA-1241’을 개발 중으로 임상 2a상 시험이 완료됐다. 췌장, 장, 간에서 세포막 G-단백질을 결합하는 수용체 ‘GPR119’를 활성화해 혈당 및 지질을 호전하고 간에 직접 작용해 염증, 섬유화를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올릭스는 올 초 M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대규모 기술수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일라이릴리에 MASH 및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OLX75016(개발코드명 OLX702A)’의 글로벌 권리를 기술수출했다. 계약규모는 총 6억 3000만 달러(9117억 원)에 이른다. 현재 호주에서 진행 중인 임상 1상 시험을 올 12월까지 마무리하면 일라이릴리가 임상 2상 시험부터 맡을 예정이다. OLX75016는 6개월에 1회 투여해도 주 1회 투여하는 경쟁 약물과 비교했을 때 동등 이상의 효력이 기대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올릭스 관계자는 “OLX75016을 6개월에 1회만 투여해도 평균 60~70%, 최대 90%의 간 지방이 감소하는 반면, 경쟁 약물의 경우 주 1회 투여하거나 매일 복용하더라도 간 지방은 평균 50~60%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노보 노디스크·로슈·GSK 등 MASH 치료제 확보 ‘적극’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9일(현지시각) MASH 치료제 개발 기업 아케로 테라퓨틱스를 최대 52억 달러(7조 3843억 원)에 인수했다. 올들어 MASH 분야 관련 가장 큰 M&A(인수합병) 계약이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유사작용제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 세마글루타이드)’의 글로벌 성과를 맛본 노보 노디스크가 MASH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위고비를 MASH 치료제로도 승인받았지만 아케로 테라퓨틱스가 보유한 임상 3상 단계의 ‘에프룩시페르민’을 추가 확보하게 됐다.
노보 노디스크에 앞서 로슈는 지난달 최대 35억 달러(4조 8500억 원)에 미국 바이오기업 89바이오를 인수했다. 89바이오는 중등도 및 중증 섬유화 환자와 간경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MASH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GSK도 지난 5월 보스턴 파마슈티컬스로부터 임상 3상 단계의 MASH 치료제 후보물질 ‘에피모스페르민’을 최대 20억 달러(2조 8000억 원)에 확보했다.
이처럼 글로벌 제약사들이 MASH 치료제에 주목하는 것은 출시 2년 차를 맞은 마드리갈 파타슈티컬스 ‘레즈디프라’의 가파른 성장세 때문. 레즈디프라는 지난해 3월 FDA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MASH 치료제다. 올 2분기 매출이 2억 1280만 달러(2952억 원)으로 직전 분기 1억 3730만 달러(1904억 원) 대비 55%가량 증가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레즈디프라의 올해 매출은 10억 달러를 돌파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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