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권 교체 이후 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일견 시장 친화적 기조로 전환되는 듯 보인다. 새 정부는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그 안에는 투기 억제 장치와 실수요 유도를 위한 정교한 스위치형 전략이 내포되어 있다.
예컨대 대출 규제는 초강도로 유지하되, 정비사업 활성화나 세제 완화를 단계적으로 병행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조절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집값이 과열될 경우엔 지역 맞춤형 규제(규제지역 재지정, 전매 제한 강화 등)가 작동될 가능성이 크다.

세제 측면에서 정부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라는 기조를 재확인하고 있으며, 보유세나 양도세 중과에 대한 추가 인상은 유보된 상태다. 오히려 거래 활성화를 위한 조치들이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양도세 중과 유예(2026년 5월까지), 지방 1주택 종부세 특례 상향(3억→4억 원),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완화 등이 있다.
반면 금융 규제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2024년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소득이나 주택 가격과 관계없이 일괄 6억 원으로 묶였으며, 갭 투자성 대출 역시 사실상 차단되었다.
여기에 더해 2025년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도입되어, DSR 40% 규제가 1억 원 초과 차주까지 확대되고 스트레스 금리 +1.5%가 적용되며 대출 여력은 더욱 제한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세제는 느슨하게, 금융은 단단하게 조이는 ‘세금 완화-레버리지 차단’ 모델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정비사업 활성화는 공급 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특히 3기 신도시의 착공 지연(전체 물량의 6.3%만 착공)과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급감(-32.9%)이라는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심 정비사업의 속도전과 함께 매입임대 확대(11만 호 추진)가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공급 주도 정책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정부는 양도세 중과 배제를 2026년 5월까지 1년 더 연장했고, 이후 이를 상시화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취득세와 보유세에 있어서는 지방 1주택 특례 확대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폭 완화가 국회 논의에 올랐다.
종합부동산세는 폐지 가능성까지 언급되지만, 1주택자 완전 면세안은 매물 잠김과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이를 모두 종합하면 세제는 ‘거래세 완화→유통량 증가→가격 안정화’의 방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공급 절벽과 금리 하락은 ‘희소성 프리미엄’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강남과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정비사업 기대지역에 매물이 부족하며 이는 국지적 상승의 전조로 해석된다. 이에 정부는 진자振子처럼 작동하는 복원적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전매 제한·실거주 의무기간 탄력 조정, DSR·주택담보대출 한도 재강화 및 보증비율 축소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이러한 스위치를 주기적으로 작동시켜 시장 심리를 조절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향후 2~3년 간 부동산 시장은 전면적 완화도, 전면적 통제도 아닌 상태일 것이다. 새 정부는 세제와 규제는 완화하되 금융은 조이고, 시장 자율성은 허용하되 레버리지 투기는 억제하는 이중적 전략을 택하고 있다.
2026년 공급절벽이 현실화되는 시점부터는 정비사업 중심의 공급 확대 기조가 가격 반등 압력을 만들 것이며, 이에 대응해 대출 및 거래 규제가 다시 가동되는 ‘진자 복원’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2~3년의 부동산 시장은 일관된 방향성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 정책 신호에 맞게 스위치가 유동적으로 작동하는 국면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시장 모니터링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은 이렇다.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예정된 공급 물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곧 서울의 주택 거래량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거래량 증가는 가격 상승의 선행지표로 작용하며 이에 따라 정부의 규제 스위치가 약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비사업 분담금과 용적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는 2026년 2분기 이후에는 가격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실수요자와 투자자, 정책당국 모두 이 ‘가변성’을 이해하고 각자 전략을 정비할 시점에 놓였다. 실수요자는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해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상환 여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하며, DSR 40% 이내에서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책당국은 공급 타임 래그를 줄이기 위해 착공 전 분양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공공 리츠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중간 공급 장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다섯 가지 정책 수단을 조합해 집값 상승에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첫 번째는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 확대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한강벨트, GTX 호재지역, 1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의 재지정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25년 3월, 강남 3구와 용산 전역이 토허제로 재지정된 이후 마포구, 성동구, 광진구 등 비非강남권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바 있다. 정부는 이러한 비규제지역에 대해 총선 이후 3~6개월 이내에 신속히 규제를 도입할 수 있음을 공식 시사한 바 있으며 이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명확한 시그널로 해석된다.
두 번째는 전매 제한 및 실거주 요건 강화다. 투기과열지구 내 신규 분양 단지에 대한 전매 제한 기간은 최대 10년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실거주 의무도 강화될 전망이다. 토허제 해제나 투기과열지구 해제 이후에도 실거주 요건을 이행하지 않은 매수자에게 과태료 또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함으로써, 단순 투자 목적의 비현금 수요에 대한 진입장벽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세 번째로 대출 및 유동성 억제 조치 확대가 있다. 6월 27일 발표된 가계부채 규제에 따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6억 원으로 제한되었고 다주택자 및 갭 투자 목적의 대출은 사실상 전면 봉쇄되었다. 또한 PF 대출에 대해서는 사업성 평가 및 보고의무 강화를 통해 초기 자금흐름을 제한하고 있으며, 막차 수요를 유발하는 롤오버나 DSR 재조정도 핀셋규제 대상으로 고려되고 있다.
네 번째로 거래 추적 및 가격 담합 단속 강화가 예상된다. 정부가 앞으로 실거래가 신고 즉시 조사 체계를 강화하고, 다운계약이나 허위 거래 적발을 위한 단속을 확대할 의지를 표명하면서 특정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가격 담합, 유튜브나 네이버 카페를 통한 집단호가 담합 등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집중 단속이 예고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맞춤형 규제-완화의 ‘스위치 전략’을 살펴볼 수 있다. 정부는 집값 상승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지역에 대해서는 규제를 신속히 재도입하면서, 반대로 미분양이 늘거나 시장이 침체된 지역에는 대출 완화 및 공급 인센티브를 병행하는 이른바 ‘스위치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략은 지역별로 정책의 탄력성을 높이면서도 시장 전체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대출 및 거래 규제가 강화되면 단기적 급등세는 진정될 수 있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는 여전히 다주택 규제가 유지되고 있고 신규 공급이 본격화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남은 상황이다. 따라서 거래 위축, 호가 방어, 프리미엄 심화가 반복되는 ‘거래잠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정부의 규제-완화 스위치는 지역 간 풍선효과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투자자는 각종 규제 캘린더(지정 및 해제 시점), 자금조달 리스크, 분양권 전매 및 실거주 요건 등 복합적인 변수들을 세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새 정부는 단기적인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확대, 전매 제한 및 실거주 요건 강화, 대출 및 유동성 규제 강화, 거래 추적 및 담합 단속을 신속히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고정된 규제가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가변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실거주자와 투자자 모두는 정책의 방향성과 전환 시점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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