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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봐주기?' HD현대오일뱅크 폐수 배출 과징금 절반이나 깎인 까닭

자진신고·조사 협조·재정상태 등 고려해 1383억 원 감면…회사 측 "외부 유출 없어, 항소심서 소명"

2025.09.04(Thu) 14:00:11

[비즈한국] HD현대오일뱅크가 1급 발암물질인 페놀 폐수를 불법 배출해 역대 최고 수준인 176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그런데 당초 산정된 금액은 3144억 원이었다. 자진신고와 조사 협조, 재량감면 등 각종 감면 요인을 최대치로 적용받으면서 최종 과징금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 대기업에만 특별 대우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가운데 감면 과정을 비즈한국이 자세히 들여다봤다.

 

HD현대오일뱅크가 1급 발암물질인 페놀 폐수를 불법 배출해 환경부로부터 역대 최고액인 176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초 산정된 3144억 원에서 감면 최대치를 적용받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사진=HD현대오일뱅크 제공

 

8월 28일 환경부는 1급 발암물질인 페놀이 함유된 폐수를 불법적으로 배출한 HD현대오일뱅크에 환경범죄단속법 제12조에 따른 과징금 약 1761억 원을 부과했다. 환경 범죄에 부과된 과징금 중 역대 최고액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과징금 부과에 행정 심판·소송을 제기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 일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형사부는​ 올 2월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당시 회사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 6개월 등 전현직 임직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과징금, 깎아줄 수 있는 만큼 깎아줬다

 

환경범죄단속법에 따른 과징금은 위반행위 횟수, 기간, 정도에 따라 매출액 기준으로 ‘위반부과금액’을 산정하고 정화비용을 더한다. 여기에 자진신고 사항, 피해의 정도 및 재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감면금액을 반영한다.

 

HD현대오일뱅크의 위반부과금액은 약 3144억 원이고 정화비용은 부과되지 않았다. 거기에 감면받을 수 있는 최대치인 약 1383억 원이 적용돼 최종 과징금은 약 1761억 원이 됐다. 거의 반절을 감면받은 것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23년 국정감사 때 HD현대오일뱅크와 환경부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며 “일반 중소기업이나 개인은 정부 처벌을 고스란히 다 받는데 왜 대기업만 사정을 봐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징금 감면은 크게 자진신고 감면과 재량 감면으로 구분된다. 자진신고 감면은 자진신고 시점과 조사 협력 정도에 따라 감면 비율이 결정된다.

 

자진신고 시점에 따른 감면은 환경부가 위반 사실을 인지한 후, 과징금 조사가 개시되기 전에 자진신고하면 10% 이내에서 감면이 가능하다. 환경부는 10% 전부를 감면해줬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환경부가 내부고발을 통해 위반 사실을 인지한 후인 2022년 1월 25일에 자진신고했다. 그러나 내부고발로 환경부가 조사를 시작했기에 최대치 감면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HD현대오일뱅크 회사와 전·현직 임직원에게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은 내부고발자의 공익신고가 없었다면 범행의 전모를 밝히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악취 민원이나 행정관청의 단속이 있을 때만 폐수 공급을 중단하고 깨끗한 물로 교체하는 등 범행을 주도면밀하게 은폐해왔기 때문이다. 또 회사와 임직원이 형사 책임을 부인했기에 자진신고의 목적을 과징금 감면으로 봤다.

 

환경부는 조사 협력 정도에서도 최대 비율인 20%를 감면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자진신고한 후 환경부에 필요한 자료를 성실히 제출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진신고를 세부적으로 따져 정량적으로 감면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정성적으로 과징금을 평가하는 과징금심의위원회에서도 감면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재량 감면도 최대치를 받았다. 재량 감면은 위반부과금액에서 자진신고 감면금액을 제외한 과징금에서 20% 이내로 가능하다. 과징금 처분 대상자의 재정 상태, 환경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재량 감면에서는 최근 석유화학업계가 구조조정에 들어간 사정이 고려됐다. 현대오일뱅크도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놀로 인한 오염 피해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점도 재량 감면 요인으로 들어갔다. 정화비용도 같은 이유로 부과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남현우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적극적인 조사와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오염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조사 협조했으니 감면해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화시설 거치지 않고 다른 시설에 투입

 

환경부 특별사법경찰관이 수사한 내용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폐수에 함유된 페놀 농도의 측정치를 충청남도에 허위로 신고해 방지시설 설치를 면제받았다. 이후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페놀 배출허용기준(1.0mg/L)이 초과된 폐수를 페놀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채 근처에 위치한 자회사인 HD현대OCI로 배출했다. HD현대OCI는 페놀 폐수를 탈황탑의 냉각수로 사용했다.

아울러 2016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또 다른 자회사인 HD현대케미칼에 적절한 처리를 거치지 않은 공업용수도 공급했다. 환경부와 검찰은 이를 통해 HD현대오일뱅크가 폐수처리장 증설 비용 약 450억 원을 절감하는 등 불법 이익을 거뒀다고 보았다.

검찰은 추가 수사에서 HD현대오일뱅크의 공장 내에서 2017년 6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습식가스세정시설(WGS)에서 페놀 폐수를 세정수로 사용한 사실도 적발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WGS 탑을 통해 페놀이 대기 중으로 배출됐다고 보았다.

1심 재판부는 물환경보전법 위반을 인정하고 HD현대오일뱅크에는 벌금 5000만 원, 당시 대표이사를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 6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폐수에 함유된 페놀 및 페놀류가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상태에서 정화하지 않고 다른 시설에 투입한 행위 자체가 ‘방지시설에 유입하지 아니하고 배출하는 행위’​로 물환경보전법 제38조 제1항 제1호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공업용수 재활용 과정에서 외부로의 오염물질 배출은 없었다”며 “아직 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항소심을 통해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혀 지역사회의 불안과 오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징역형을 받은 임직원 중 상당수는 보석을 받고 풀려난 후 핵심 보직으로 돌아가 근무 중이다. 문수기 서산시의원은 “HD현대오일뱅크는 시민에게 죄송하다는 성명이나 사과도 발표하지 않았다. 감경이 아니라 가중 처벌해야 한다”며 “시민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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