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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무인 전력' 강조한 국군의 날, 모형 전시가 주는 실망감

소형 자폭 드론 및 일부 로봇 제외한 주요 대형 무인기는 모형 대체…국방 R&D의 현실과 한계 보여줘

2025.10.01(Wed) 15:39:18

[비즈한국] 제77회 국군의 날 행사에서 국방부는 7종의 지상 로봇과 무인항공기(드론)를 처음으로 공개했지만, 소형 드론과 로봇을 제외하면 모형으로 대체했다. 국군의 날에 방산전시회에서나 주로 선보이는 모형으로 전시를 대체한 것은, 국방부가 외치는 ‘신개념 유·무인 전력 AI 강군’이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해프닝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가 서울 시내에서의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중심으로 진행된 것과 달리, 이번 행사는 계룡대에서 개최되며 별도의 퍼레이드는 진행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군사 퍼레이드가 상당한 비판을 받은 점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국방부는 병력 감소 대응과 AI·드론 기술력 과시를 내세웠으나, 저피탐 무인편대기와 다목적 스텔스 무인기 등 핵심 전력은 개발 지연과 예산 문제로 실물이 아닌 목업 전시로 갈음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소형자폭무인기. 사진=김민석 제공

 

다만 현 정부의 국방정책인 ‘유·무인 복합전력과 AI의 군사적 활용’을 강조하기 위해 7종의 신형 로봇과 드론을 선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군의 병력 감소에 대응하고 독자적인 국방력 강화를 위해 AI와 드론, 로봇 기술을 적용하기로 선언한 기조에 발맞춰 한국의 군사 로봇 및 드론 기술력을 과시하는 장으로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중에서도 3종의 로봇, 즉 폭발물 탐지 로봇, 협업 기반 자율탐사 로봇, 다중로봇 협동자율 시스템은 전시에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쉬운 위험 임무 수행에 중점을 두어, 병력 자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로봇·AI 기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폭발물 탐지 로봇의 경우 해외 유사 제품처럼 원격 조종으로 폭발물 탐지 및 제거 작업을 실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비 교체에 따라 지뢰 탐지 임무에도 사람 대신 투입할 수 있어 위험한 작업에서 인명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협업 기반 자율탐사 로봇은 일명 ‘갱도 수색 로봇’으로 불리는 장비로, 자율주행차 등에 사용되는 라이다(LiDAR)를 여러 개 탑재하여 지하시설이나 동굴에 스스로 진입해 길을 찾고 정밀 지도를 제작한다. 북한은 항공기 격납고, 장사정포, 대량살상무기 등을 지하 갱도에 숨겨두는데, 이러한 지하 갱도 수색 임무에서 사람보다 먼저 투입되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다중로봇 협동자율 시스템은 비전투 로봇인 나머지 두 로봇과 달리 원격사격통제장비(RCWS)를 탑재하여 교전이 가능한 일종의 전투 로봇이다. 1세트가 3대의 로봇으로 구성되며, 전투원의 생존성을 보장하고 안전하고 신속하게 수색과 정찰 작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문제는 최초로 공개된다고 했던 4종의 무인 항공기 전력이다. 모두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개발되고 대한항공이 생산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을 가지는데, 2종의 소형 무인기를 제외하면 모두 모형으로 대체되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우선, 이번 국군의 날 전시회에서 실물 공개된 소형 무인기는 크게 두 종류이다. 소형 자폭 무인기와 중형 자폭 무인기는 전시에 북한의 대공 레이더, 지상 기갑장비 등을 원거리에서 타격할 수 있는 ‘한국형 하피’ 또는 ‘한국형 샤헤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두 기종 모두 삼각형(Delta) 날개에 귀날개(Canard)를 장착한 단발 왕복엔진 항공기로, 배치나 구성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하는 샤헤드 드론과 유사하다.

 

하지만 ADD·대한항공의 자폭 무인기는 샤헤드 드론과 비교했을 때 내부 장비와 성능은 큰 차이를 보인다. 민간 기술을 활용해 가격을 낮추면서도 최적의 성능을 갖춰 대량 생산이 용이하도록 설계됐고, 기수 부분을 모듈화해 탄두와 탐색기 등을 교체하며 다양한 표적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이를 위해 ADD와 대한항공은 중량 21kg급 S1 드론부터 S2, S2AB 등 여러 시험용 드론을 개발해왔다. 이번에 공개된 소형 자폭 드론은 V2A, 중형 자폭 드론은 M1이라는 명칭으로 개발되어 왔다.

 

소형 자폭 드론은 정찰용과 타격용으로 나뉘어, 먼저 정찰용 드론이 적진에 침투해 표적을 획득하면 타격용 무인기가 출격해 공격을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중형 자폭 드론은 AI 기술을 적용한 자동 표적 인식(ATR) 기능과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스스로 표적을 식별해 타격한다.

 

대한항공이 공개하는 또 다른 무기인 저피탐 무인 편대기(LOWUS)는 지난 2월 25일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출고식을 가졌던 비행기로, KF-21 전투기나 FA-50 경전투기 같은 유인 전투기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 전투 기술을 실증하기 위한 기술실증기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 터보팬 엔진을 장착했으며, 2027년까지 KA-1 전선통제기와 편대비행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주목받는 장비는 다목적 스텔스 무인기이다. 과거 ‘가오리-X’ 또는 ‘KUS-FC’로 불렸던 무인기로, 스텔스 기술을 완전히 적용하고 인공지능 자율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춰 북한 등 적진에 침투해 정찰 및 타격 임무를 수행한다.

 

문제는 저피탐 무인 편대기와 다목적 스텔스 무인기가 모형으로 대체되어서, 현재 대한민국의 군사력을 자랑하고 실전 투입이 가능한 최신예 무기를 전시하는 국군의 날 행사의 목적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산 전시회가 아닌 군사 퍼레이드에서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실물이 아닌 모형을 전시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안전 문제로 미사일 같은 경우 탄두가 없는 훈련용 장비를 전시하는 정도가 보통 예외로 취급된다.

 

그래서 이번 국군의 날 지상전시 장비 중 ‘모형 무인기’가 들어간 것은 여러 가지로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계룡대라는 장소의 한계상 중고도 무인기 등의 동원은 불가능하지만, 우리의 국방 R&D가 뒤늦게 무인 전력·드론 전력 개발에 나서다 보니 모형을 전시한 것도 사실이다. 일례로 전시된 모형 중 하나인 다목적 스텔스 무인기의 경우 실물 크기 목업도 제작되었지만, 지난 정부의 R&D 예산 삭감 여파로 개발이 잠정 중단되었다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우리 군을 ‘인공지능(AI) 전투로봇, 자율 드론, 초정밀 고성능 미사일 등을 갖춘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정부에서 삭감된 국방 R&D 예산을 복구하고, 체계 개발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여러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기대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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