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필자는 지난주 대만을 방문하여 방산전시회 ‘타이베이항공방위기술전시회(TADTE 2025’를 참관하고, 현지 군사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평소 국내 안보 및 방위산업 위주로 취재와 분석을 해왔지만, 해외 취재를 시도한 것은 대만의 군사적 위기와 긴장이 한국의 안보 및 방위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현장에서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대만 방산전시회를 방문해 보니, 대만의 군사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은 ‘2027년 중국 대만 침공설’을 실질적인 위협으로 느끼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TADTE 2025 전시회에서는 단기간 내 신무기를 획득하고, 최대한 빨리 양산하여 배치하며, 적의 선제공격을 막는 방어용 무기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예를 들어, 대만어로 ‘치타’를 뜻하는 리예바오(Liebào) D3 경전차는 기존 차륜형 장갑차보다 차체 높이를 낮춰 적의 공격에 노출되는 면적을 줄였다. 신형 사격통제장비가 탑재된 105mm 전차포를 장착하여 이동 중 사격이 가능하며, 대만에 상륙하는 중국군 장갑차와 전차를 상대하도록 설계됐다.

대만이 새롭게 공개한 국산 무기인 치앙궁(强弓) 대공 미사일도 중국의 미사일 공격에 맞서기 위해 만든 또 다른 방어용 무기로, 대만과 해외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치앙궁 미사일은 대만 독자 개발 미사일인 톈궁(天弓)3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한국의 L-SAM 대공미사일과 비견되는 수준이다. 약 70km의 요격 고도로 기존에 대만이 운용 중인 패트리어트, 톈궁3와 함께 ‘다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성한다. L-SAM이 '한국형 사드'에 비견될 만큼 여러 신기술을 도입한 반면, 치앙궁 미사일은 톈궁3 미사일의 로켓을 2단으로 개조하고 탐색기 크기를 키웠으며, 탐지 레이더 안테나를 능동위상배열(AESA)로 바꾸는 등 비교적 적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개발 방식을 택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TADTE 전시장에서 등장한 많은 신무기들은 대만-미국 합작 무기였다. 최근 팔란티어(Palantir)와 함께 주목받는 미국의 국방 스타트업 안두릴(Andúril)은 직접 전시 부스를 설치하지는 않았지만, 대만의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과 여러 건의 MOU를 체결하고 대만 국방부와 중산연구원 합동 부스에 자사 제품을 전시하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안두릴의 무인 헬기 고스트(Ghost)-X와 해안 감시 시스템은 NCSIST와 ‘대만군 버전’을 만들기로 협의했다. 안두릴의 무인 잠수정 다이브(Dive)-LD와 코퍼헤드(Copperhead) C-100 지능형 자율 기뢰 역시 대만 현지 생산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안두릴과 NCSIST는 안두릴의 최신 신제품인 바라쿠다(Barracuda)-500M 미사일의 대만 버전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공중 발사형 바라쿠다 미사일을 지상 발사형으로 개조하여, 민간 트럭처럼 위장한 지상 발사대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이를 통해 대만군은 전시에 중국 해군의 상륙함정을 정확히 공격할 수 있는 지능형 자율 기뢰와, 적의 대공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저가형 자율 비행 순항미사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둘 다 중국의 대만 침공에 필수적인 상륙함대와 중국 본토의 해군 기지를 무력화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라는 점에서, 대만이 미국 방위산업체 안두릴과의 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관점에서 보자면, 대만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TADTE는 ‘2027년 중국 침공설’에 대비하는 대만의 진심을 보여주는 전시회였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만 군사 전문가와 전직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문제가 핵심이며, 과거의 대만 위기가 대만 독립선언에 대한 중국의 반발로 나타났던 것과 달리, 이제는 중국이 먼저 대만에 통일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거나 위협하는 양상으로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이 정말 2027년 대만 침공을 준비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대만이 침공 소문에도 불구하고 국방력 강화에 소홀한다면 오히려 중국의 오판을 유도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만의 이런 전쟁 준비가 중국의 침공 야욕을 실제로 꺾을 수 있을까? 대만 현장을 취재한 필자는 대만의 강력한 저항 의지와 국방 기술에 대한 투자가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 첨단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전쟁의 승패에 지형과 기후가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막을 수는 없어 보였다. 대만의 지형은 모래사장이 거의 없고, 해안에 절벽이나 산이 맞닿아 있어 상륙 가능한 백사장 수가 매우 적다. 특히 수도 타이베이의 지형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작은 하천과 몇 군데의 고개만 막으면 타이베이로 향하는 길목을 모두 방어할 수 있다.
기후 역시 중국에 유리하지 않다. 평지가 거의 없고 산과 바다가 맞닿은 대만 서북쪽 해안은 지형이 험할 뿐만 아니라 바람이 빠르고 순식간에 풍향이 바뀌는 현상이 나타난다. 대만해협은 몬순 기후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연간 6개 이상의 태풍이 발생하여, 상륙 작전이 가능한 달은 1년 중 불과 넉 달에 불과하다. 게다가 평야 지역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달리, 험준한 지형과 강한 바람으로 인해 드론과 무인 지상 로봇(UGV) 사용이 매우 어렵다.
다만 현지 대만 군사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은 중국이 ‘봉쇄 전략’을 썼을 때 어떻게 이를 극복할지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했다. 직접적으로 대만 본토를 공격하지 않고 공군과 해군력을 동원해 대만의 물자 보급선을 끊는다면, 대만은 에너지와 식량 위기로 고사할 수 있으며, 미국이 전면전으로 대만을 구해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9세기 이후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인류의 전쟁 양상은 특정 지역 전쟁이 국제전으로 확산되거나, 지역 분쟁이 끝나면 전혀 다른 곳에서 다시 분쟁의 불씨가 발생하는 양상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된다면, 동북아시아에서 다시 긴장과 위기가 올 수 있다. 우리는 대만과 중국의 갈등, 그리고 ‘2027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정말 현실이 될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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