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5년, K팝 산업은 격동의 시기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인기를 끌면서 K팝뿐 아니라 한국 문화 사업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영화 삽입곡 ‘골든(Golden)’은 14주째 빌보드 핫 100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월 1일에는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 위원회가 출범했다. JYP 엔터테인먼트 수장으로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된 박진영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장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주위에 다양한 편의 시설과 인프라를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한편에서는 K팝 산업의 인권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성년자 아이돌에 대한 원색적 표현이 담긴 하이브의 내부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고, 15세 미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방영이 취소됐다.
지금 K팝은 어느 지점에 있을까? 브레이브걸스 전 멤버 제인로즈(노혜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걸그룹 브레이브걸스 원년 멤버였던 제인로즈는 지난해 아이돌과 연습생 시절의 불합리한 현실을 증언했다(관련 기사 [K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아이돌 10년, 다이어트와 위경련이 일상이었다). 그와 함께 솔로 활동도 시작했다. 아이돌 그룹 생활이 끝난 후 스스로 앨범을 제작하는 ‘아티스트’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제인로즈는 지난해 10월 발매한 ‘0123’을 시작으로 올해 5월 ‘LOG IN’, 9월 ‘Darling’을 발매했다.

Q. 최근 K팝 업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A. K팝을 시작으로 한국의 문화 전반이 크게 성장했다고 본다. 아이돌 산업을 넘어 한국의 문화가 한국을 알리는 매개체가 됐다. 면적도, 인구도 많지 않지만,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Q. 아이돌 문화에도 변화가 있었나.
A.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예전에는 회사가 아이돌을 만들고, 아티스트는 주어진 틀에 맞춰 움직이는 구조였다. 이제는 스토리텔링, 자기 서사, 브랜딩이 중요해졌다. 팬들도 단순히 ‘예쁘고 잘생긴’ 사람보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를 원한다. 종교 등 특정 키워드를 활용하거나, 개인의 배경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아티스트가 더 각광받는다. 결국 자기만의 서사가 있는 아티스트가 빛을 발하는 시대다.
회사의 관점도 달라졌다고 본다. 스스로 일을 찾고, 먼저 제안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고 한다. 과거엔 정형화된 아이돌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아티스트가 되려는 아이돌을 선호하는 추세다.
Q. 브레이브걸스 탈퇴 후 7년 만에 다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솔로 활동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A. 어렸을 적부터 무대 연출을 비롯해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내 색깔과 내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스로 프로듀싱하고 직접 책임지는 아티스트로 살아보고 싶다는 갈증이 결국 솔로 활동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온전히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후배들에게 다른 길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녹음 등 제작 과정을 전부 영상과 사진으로 남겼다. 어떻게 해나갔는지 기록하고 있다.
Q. 브레이브걸스로 활동하던 때와 지금 솔로 활동은 무엇이 다른가.
A. 아이돌 그룹 활동 때에는 자아가 필요하지 않았다.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어떤 길이 있는지 모른 채로 연습만 했다. 지금은 내가 직접 길을 만들어간다. 훨씬 힘들지만 성취감이 크다. 처음 아이돌을 시작한 것도 음악을 하고 싶어서였다. 지금이 본질적으로는 더 만족스럽다. 물론 도전하면 할수록 혼자서는 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체감한다. 회사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다.


Q. 9월 24일 발표한 신보 ‘Darling’은 어떤 앨범인가.
A. 이번 EP는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존재한다고 느낀 나만의 사랑 이야기이다. ‘Darling’, ‘417Hz’, ‘Fly’, ‘Forest’, ‘Get the Flag’까지 다섯 곡이 수록됐다. 특히 타이틀곡 ‘Darling’은 팬들에게 건네는 고백이자, 아침 햇살 같은 모닝콜이 되길 바란다.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뮤직비디오를 전부 AI로 제작했다는 점이다. Lucidcolour, snow mandu와 함께 작업해 구현했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캐릭터도 나를 본떠서 만든 AI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새로운 시도도 하고 싶었다. AI 영상은 실험적이지만 동시에 미래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업이라 의미가 크다.
앨범 역시 전곡을 내가 직접 프로듀싱했고, 작사·작곡뿐 아니라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까지 참여했다. 과거의 아픔들을 털어내고, 이를 발판 삼아 주저함 없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용기를 담아냈다.

Q. 이번 앨범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A. “지금까지 좋은 경험이었다. 이제 다음 단계로 가자”는 것이다. 사랑도 상처도 추억도 지나고 나니 모두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 됐다. 이번 앨범은 그 과정을 음악으로 기록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나누고 싶다.
Q. 아이돌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너를 버리지 마라.” 아이돌 생활에서 자기 자신을 잃으면 결국 행복도 사라진다. 지름길처럼 보이는 길이 사실 지뢰밭일 수 있다. 자기 스스로를, 본인의 색깔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그것이 결국 아티스트로서 살아남는 힘이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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