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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 가입 유도하는 '다크패턴'도 제재, 눈속임 사라질까

유형 분류한 '가이드라인' 발표, 4월 시행…"소비자 보호하려면 법제화 해야" 지적

2026.01.09(Fri) 18:09:35

[비즈한국] 정부가 비대면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한 ‘다크패턴(온라인 눈속임 상술)’ 제재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온라인 금융상품 관련 다크패턴 유형을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의 시행 시기는 오는 4월이다. 비대면 금융상품 가입이 보편화하면서 앱에서 가볍고 단순한 표현을 사용하거나 참여형 마케팅을 펼치는 금융사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번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정부가 비대면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한 ‘다크패턴(온라인 눈속임 상술)’ 제재에 나선다. 일러스트=생성형 AI

 

금융당국은 최근 온라인 금융상품에 판매와 관련한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금융상품에 특화한 다크패턴을 4가지 범주와 15개 세부 유형으로 구분한 것이 골자다.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은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을 적용받는 사업자로 금융상품 판매업자, 자문업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핀테크 업자 등이 해당한다.

 

신설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의 다크패턴 유형은 크게 △오도형 △방해형 △압박형 △편취 유도형 등 4가지로 나뉘며 각 범주 아래 1~5개씩 총 15개 세부 유형이 있다. 오도형은 의도적인 화면이나 문장으로 금융소비자의 착각·실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세부 유형으로는 속임수 질문, 특정 옵션의 사전 선택 등이 있다. 방해형은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어 합리적인 선택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으로 정보를 숨기거나 다수의 클릭을 유발하는 것이 해당한다.

 

금융당국이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한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2026년 4월부터 시행한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압박형은 상품 가입 과정에서 기습적으로 무관한 상품의 광고를 띄우거나,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 등을 사용해 소비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것을 뜻한다. 편취유도형은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지출을 유도하는 것으로, 상품의 가입 과정에서 숨겨진 비용을 차츰 보여주는 순차공개 가격책정이 세부 유형에 속한다.

 

이번 금융상품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은 2026년 4월부터 적용한다. 금융위는 “금융사의 전산 개발, 내규 정비 등 약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한다. 금융사의 자체적인 점검을 통한 적극적인 이행을 유도하되 필요한 경우 금융감독원을 통해 지도·감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제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금융위는 “업계의 가이드라인 준수 현황에 따라 금소법 개정을 통한 법규화 필요성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에 제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금소법에서는 금융상품의 비대면 판매에도 대면 판매와 같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등의 규제를 적용한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법을 따르는 일반 상품과 달리 금융상품은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다크패턴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다크패턴 규제 동향과 금융상품 분야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서 “금소법은 대면 영업에서 발생하는 영업 행위 규칙을 정하고 있어 온라인 금융거래에서 적용이 명확하지 않고, 준수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금융앱에서는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방해하는 다양한 다크패턴이 관찰된다. 사용자에게 유리한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복잡한 설명, 과도한 개인정보 제공 요구, 해지·변경 절차의 번거로움 등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금융상품 다크패턴의 세부 유형 중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옵션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감정적 언어 사용이 포함됐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실제로 쉽고 단순한 표현으로 앱에서 고위험 상품 가입, 개인정보 제공을 유도하는 금융사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이 사라질지도 주목된다. 일례로 지난해 말 토스증권은 해외주식 옵션(미래의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 출시를 앞두고 다크패턴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모의 투자에서 수익률을 강조해 손실 위험이 큰 투자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고위험 투자 상품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마케팅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온라인 금융상품 다크패턴의 세부 유형으로 사업자가 원하는 옵션을 선택하도록 감정적으로 조작하는 유인 행위를 뜻하는 ‘감정적 언어 사용’이 포함됐다.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사례는 카드사가 앱에서 리볼빙 서비스를 “체험하라”고 표현한 경우다. 리볼빙이란 일부 결제 금액을 이월하는 서비스로, 이월하는 금액에 높은 수수료(2024년 평균 17.45%)가 붙기 때문에 자칫하면 신용불량의 굴레에 빠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체험’이라는 가벼운 표현으로 리볼빙 사용을 유도한 것이 다크패턴 행위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규제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며 “금융상품 마케팅에서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표현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없거나, 다른 다크패턴 행위와 결합하는 경우 규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 자체는 자율 준수가 원칙이므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도 한계다. 앞선 관계자는 “현재는 금소법,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법 등에 따라 규제하고 있다”​며 “​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먼저 유도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가이드라인에 대비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중 카카오뱅크는 “가이드라인의 취지와 내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내부 기준 정비와 프로세스 점검 등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고객 보호 관점에서 제도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가이드라인 수준을 넘어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금융상품의 판매 과정은 소비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이다. 금융 용어 자체가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많은데, 비대면으로 상품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기 쉽다”며 “일단 설명서에 동의하면 금융사는 면책을 받는 등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는 소비자가 피해를 보기 쉬운 구조다. 법제화를 통해 판매 규제를 촘촘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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