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이른바 ‘세기의 이혼소송’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재계의 시선은 단순한 이혼 여부가 아니라 판결이 SK그룹 지배구조에 미칠 파장에 쏠리고 있다. 항소심에서 인정된 1조 원대 분할액이 유지될 경우, 재계에서 유례없는 규모의 지분 이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사건은 2015년 12월, 최 회장이 공개적으로 혼외자 존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두 사람은 이혼 조정 절차에 들어갔으나 결렬됐고, 2018년 최 회장이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다툼이 본격화됐다. 노 관장은 맞소송 형식으로 1조 원대 재산분할을 청구했다.
1심 판결은 2022년 12월 서울가정법원에서 내려졌다. 당시 법원은 SK㈜ 지분을 고(故)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특유재산으로 인정해 재산분할액을 약 665억 원으로 산정했다. 최 회장이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온 점 등을 근거로 이혼 청구도 받아들였다. 그러나 노 관장은 즉각 항소했다.
2심은 2023년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어 1조 3808억 원을 재산분할액으로 인정했다. 핵심은 SK 지분이 단순한 상속재산이 아니라 혼인 기간 중 부부 공동의 기여로 형성된 자산이라는 판단이었다. 특히 항소심은 ‘선경 300억 원’으로 불리는 노태우 전 대통령 관련 비자금의 유입 가능성을 일부 인정해 재산 형성 기여도를 높게 평가했다. 이로써 소송은 단순한 이혼 분쟁이 아니라 지분 구조와 법리 해석을 둘러싼 대형 사건으로 비화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18일 전원합의체를 열어 사건을 심리하기 시작했다. 가사소송은 일반적으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사건은 상속재산과 혼인 중 공동기여의 경계, 불법 자금의 분할 가능성, 주식가액 산정 등 복잡한 법리 쟁점이 얽혀 있어 정식 심리를 피할 수 없었다. 대법원은 내부 검토를 거쳐 11~12월 중 선고 기일을 지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원합의체 사건의 평균 심리 기간을 고려하면 연내 결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핵심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SK㈜ 지분이 상속 자산으로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혹은 부부 공동 재산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다. 둘째, 노태우 전 대통령 관련 ‘선경 300억’ 비자금의 실재 여부와 증거 효력이다. 항소심은 메모지와 약속어음을 근거로 자금 유입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셋째, SK 전신 대한텔레콤 주식가액 산정 문제다. 항소심은 이를 100원으로 평가했지만, 최 회장 측은 1000원으로 봐야 한다며 분할액 산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이 산정 방식은 최종 분할액 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밖에 항소심 경정 판결의 절차적 적법성 여부도 대법원에서 심리 대상에 포함됐다.
만약 항소심 판결이 확정된다면, 최 회장은 거액의 분할금을 마련해야 한다. SK㈜ 지분 매각이나 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수 있고, 이는 곧 그룹 지배구조의 안정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SK는 지주회사 체제를 기반으로 오너 개인의 지분이 지배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어 지분 변동은 곧 경영권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거나 파기환송할 경우 분할 규모는 줄어들 수 있지만 소송 장기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SK는 반도체·에너지·바이오 등 핵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 중이라 오너 지분 문제는 중장기적 리스크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이번 소송은 재벌가 혼인과 상속, 과거 권력과 자본의 연결고리, 그리고 지배구조가 맞물린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결이 향후 고액 자산가 이혼 소송의 법적 기준이 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재계 관계자는 “1조 원대 분할이 확정되면 SK㈜ 지분 이동은 물론 그룹 지배구조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오너 개인의 사생활이 곧 기업의 경영 리스크로 전이되는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11월, 늦어도 연말 전후 대법원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과 노 관장에게는 10년에 걸친 소송의 종지부가 되겠지만, SK그룹에는 경영권 방정식이 뒤흔들릴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이혼 소송이 아니라 한국 재계의 지배구조를 흔드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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