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는 커피를 언제까지 마실 수 있을까.’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5’의 네 번째 연사로 무대에 오른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는 커피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16년간 세계 커피 산지를 돌아다니며 커피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는 그는 “커피를 오래 못 마실 것 같다”는 깜짝 발언으로 강연의 서두를 열었다.
‘405잔’. 한국인이 1년간 마시는 커피의 양이다.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은 세계 1위로, 그에 맞춰 국내 커피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스페셜티 커피’ 시장도 대중화됐다.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는 “지금이 커피의 ‘화양연화(꽃 같은 시절)’라고 생각한다. 인류가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이래로 지금처럼 품질 좋은 커피, 다양한 산지의 커피를 마신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국내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꼽힌다. 2007년 한국인 최초로 SCAA(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의 큐그레이더(Q-Grader) 자격을 취득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세계 커피 로스팅 대회인 ‘월드 로스터스 컵’에서 우승했다. 2009년 스페셜티 커피 1세대 브랜드로 꼽히는 ‘커피리브레’를 설립하고, 2012년 연남동 동진시장 골목에 첫 매장을 열었다.
서 대표는 최근 커피의 위기감이 짙어졌다고 지적했다. 커피는 기온과 강우 패턴에 매우 민감한 작물이다. 북위 25도, 남위 25도 사이에 해당하는 ‘커피 벨트’ 내 고지대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 최근 이 지역의 기후 변화로 생산량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50여 년간 국제 커피 가격에 큰 변화가 없다 보니, 커피 농가의 경제적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농가는 빈곤의 대물림이 이어지고 있어 젊은 노동력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커피 수확 시기에 노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도 적지 않다. 서 대표는 “커피의 수요는 매년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2050년까지 현재 커피 재배 면적의 50%는 경작이 불가능해질 수 있고, 중남미의 커피 생산량은 88%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오랫동안 좋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커피’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페셜티 커피는 품질이 중요하다. 커피는 생산의 전 과정이 사슬처럼 연결돼, 각 단계에서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좋은 품질의 커피가 만들어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도 커피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지고 있다. 통상 스페셜티 커피는 ‘스페셜티커피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SCA)’가 일관성, 조화, 향, 맛 등을 평가해 80점 이상(100점 만점)을 준 커피를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속가능성’ 또한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더해졌다.
커피리브레는 지속가능한 커피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로스팅 후 남은 커피 채프(원두 껍질)를 양계장의 계사 바닥재로 공급하고, 생두 포대는 인근 군부대에 모래주머니 대용으로 제공하거나, 인근 농장의 바닥재로 무료 나눔한다.
서 대표는 “커피리브레가 택배 발송을 위해 한 달간 사용하는 비닐 테이프가 200~300개다. 한 달 동안 사용하는 원두 봉투는 2만 장 이상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디자인이 예쁜 것을 선택했지만 지난해부터는 테이프와 원두 봉투 등을 모두 친환경 소재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순환 경제를 위해 ‘게이샤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품질이 좋아, 재배했을 때 큰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게이샤 품종을 커피리브레가 보급받아 지역 소농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프로젝트다. 생계가 어려운 소농은 게이샤 프로젝트에 참여해 좋은 품질의 커피를 수확해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온두라스 등 지역 커피 홍보를 위해서 지역 옥션을 주최하고, 농가의 소득 증가를 위해 페어 트레이드에서 책정한 가격보다 50%가량 높은 가격에 원두를 구매하는 등의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커피리브레는 지난 3월 세계적인 지속가능성 평가 제도인 비콥(BCorp) 인증을 받았다. 비콥은 전 세계 기업 중 사회적 책임을 최고 수준으로 실천하는 기업에 주어진다. 지배구조, 노동자, 지역사회, 고객, 환경 등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서 대표는 커피를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방법으로 ‘비행기 덜 타기’, ‘소고기·라떼 참기’, ‘귀찮지만 조금 더 걷기’, ‘뭐든 덜 사기’, ‘쓰레기·일회용품 줄이기’ 등을 언급했다. 그는 “커피의 미래에 대해 불안한 전망을 했지만, 나의 예상이 멋지게 빗나가길 기대한다”며 “우리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인식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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