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디자인은 시대의 감성을 담는 언어다. ‘어느 날 너를 만났다(oneday I met you)’라는 말에서 이름을 따온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이뮤’는 한국의 고유문화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제안한다. 성냥, 향, 족자, 지우개 등 잊히는 오브제에 담긴 이야기를 주목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입혀 일상의 쓰임을 찾는다.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5’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신소현 오이뮤 대표는 ‘과거와 현재, 그 사이를 잇는 귀여운 마음’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잇는 일’에서 찾았다.
이제는 자취를 감춘 성냥을 소유하고 싶은 패키지로 탈바꿈 시킨 브랜드. 오이뮤를 이끄는 신소현 대표는 ‘과거’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사라져가던 물건들이 우리 문화와 사회의 이야기를 전해준다고 생각한다. 한국적 감성을 담고 있는 문구와 잡화를 기획하고, 우리말 색 이름을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도 디자인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어서다. 28일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5’ 연사로 선 신 대표는 연결과 공존, 협업으로 만들어낸 오이뮤의 주요 프로젝트들을 소개했다.
오이뮤는 신소현 대표가 2015년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 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오이뮤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언제나 ‘연결’이 있다. 시간이 지나 사라질 물건과 사람의 기억을 이어주는 작업이다. 디자인은 단순히 새로움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사라지는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결과로 이어진다.
오이뮤의 시작이기도 한 ‘성냥 프로젝트’는 불씨가 꺼져가던 관련 산업에 다시 한번 활기를 불어넣었다. 신 대표는 성냥 공장이 문을 닫는다는 뉴스를 보고 폐업 공장을 찾았다. 산업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성냥에 새로운 기호성을 접목해 디자인적으로 발굴해볼 여지를 발견했다. 재래 방식으로 작업 중이던 ‘유엔상사’와 협업이 추진됐고 성냥의 길이와 머리색깔 등 디자인으로 변주 가능한 요소를 찾아 새로운 성냥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 성냥 프로젝트는 카카오, 토스, 현대백화점, 출판사, 영화사 등 다양한 기업, 브랜드와 협업이 추진됐다. 신 대표는 “더 이상 쓰임이 없어진 물건을 다시 새롭게 만들고자 했던 것이기 때문에 일반 판촉물과 달리 하나하나 디자인 스토리와 가치를 담은 제품으로 소비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에는 성냥이 이런 방식으로 소비되는 상품이 아니었다. 철학을 담아 진행한 프로젝트인 만큼 의미가 크다”고 부연했다.
1950년부터 국내에서 지우개를 생산해 지우개 보급화에 힘쓴 ‘화랑고무’와의 협업도 조명됐다. 문구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우개는 해외 제품 유입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와 산업 사양화 등으로 입지가 좁아졌다. 네모난 모양의 지우개만 남고 과거의 다채로웠던 지우개들은 흔적을 감췄다. 오이뮤는 지우개의 역사를 아카이빙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를 닦자’, ‘요술’, ‘요모조모’, ‘막내둥이’, ‘호돌이’ 등 지우개에는 당시 생활상이 드러나는 문구와 단어가 담겼다.
신 대표는 “지우개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그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이 의미가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국산 지우개를 도감형태로 엮고 관련한 문화적 맥락과 면면을 볼 수 있는 책을 냈다. ‘지우개 전성시대’라는 작은 전시회도 열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시대를 증언한다는 감각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일상에서 사용하는 양말, 양초, 키링 등에 ‘복(福)’을 접목한 ‘복 프로젝트’도 전개했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에 집중하는 오이뮤에게는 ‘공존’ 역시 중요한 키워드다. ‘코발트 블루’, ‘페일 핑크’ 등 영문 색 이름은 다양하지만 한국어 색상 표현은 초록, 파랑, 빨강 등으로 제한적이다. 오이뮤는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말 색이름’ 사전을 출간했다. 1991년 출간됐다가 절판된 서적을 뿌리로, 보완하고 디자인적인 감각을 접목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이 책에는 352가지 우리말 색 이름과 그림, 색에 담긴 이야기가 수록됐다.
“노바시(농도 조절) 하게 야레지(손지·여분 종이) 좀 더 넣어봐.” 인쇄, 출판, 제작 현장에서 여전히 사용되는 일본말도 손봐야 할 문제였다. 일본어로 된 업계 전문용어들을 우리말로 바꾸는 ‘곰돌이 프로젝트’는 단기 프로젝트 대신 느리지만 꾸준히 고도화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을 만든 후, 바쁜 현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전용 웹사이트, NFC 태그 키링, 충무로 지역 광고물으로도 제작됐다.
신 대표는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같은 목적, 같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민음사는 오이뮤의 오랜 파트너다. 성냥 협업 때 만나 2016년부터 민음사의 북 클럽을 함께 키웠다. 올해만 해도 9번의 협업이 진행됐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브랜드 엠티디(mt.d)와의 협업으로 한국 산 아카이빙 도서도 만들었다. 한반도의 산맥 239개의 이름과 유래, 정상석의 이미지가 담긴 이 책으로 오이뮤는 올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대상을 수상했고, 엠티디는 산림청 창업지원 기업으로 선정됐다.
신 대표는 “민음사와는 다양한 독서 경험을 위해 양 사가 머리를 맞대며 유의미한 결과물을 냈고, 엠티디와는 각 사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했다”며 “서로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방향을 설정해 목적 지향적으로 합을 맞추는 게 협업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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