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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ONF] 이로 유어마인드 대표 "외로운 길 택하자 결속이 생겼다"

"가치관을 다수에게 설명할 순 없지만, 비슷한 사람 모으는 수단 될 수 있어"

2025.10.28(Tue) 15:20:17

[비즈한국] 10월 28일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린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5’의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이로 유어마인드 대표는 화려한 그래픽이나 영상 자료를 쓰지 않았다. 단 한 장의 책 사진조차 없었다. 이로 대표는 백지 같은 화면의 전체를 투박한 손 그림으로 하나하나 채워나가며 ‘외로움이 만든 강한 결속’이라는 메시지를 직접 보여줬다.

 

독립출판 서점 유어마인드의 이로 대표가 10월 2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비즈한국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5에서 ‘정체성의 설계 대신, 시간과 반복으로 얻은 것들’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2009년 문을 연 유어마인드는 개인, 독립출판사가 제작한 출판물과 아트북, 굿즈 등을 판매하는 서점이다. 2017년 서울 연희동으로 이전해 현재는 대표적인 독립 서점으로 자리 잡았다. 유어마인드는 2009년부터 독립출판 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UE)’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이로 유어마인드 대표는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5에서 ‘정체성의 설계 대신, 시간과 반복으로 얻은 것들’이라는 주제로 무대에 섰다. 번듯한 대형 서점에서 볼 수 없는 낯선 책을, 정형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판매하면서 그는 ‘외롭다’는 표현을 썼다. 이 대표에 따르면 외로움은 불편함을 수반하지만, 모든 불편함을 넘어온 이들 사이엔 강한 결속이 생긴다. ‘너와 나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협업의 방식’이라는 컨퍼런스의 주제와 맞닿는 지점이다.

 

유어마인드는 자잘한 실패를 해왔다. 서점에서 호빵도 팔아보고, 영화도 틀어보고, 책을 사면 탄산수를 주기도 했지만 사람을 모으지 못했다. 그러나 실패한 책방으로 불리지 않는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유어마인드는 참신하고 낯선 시도를 반복하는 책방이다.

 

실패가 유어마인드의 차별점이 된 건 이로 대표의 ‘실패 반복’ 덕이다. 이로 대표는 실패 더미에서 최대한 덜 실패한 것을 찾았다. 보완할 수 있는 것, 압도적으로 실패하지 않은 것을 골라 다시 시도했다. 그는 “항상 2회 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두 번째로 시도하면 앞에서 느낀 것을 보완하거나 갱신할 수 있다. 1회 차를 겪었던 이들에게는 반복할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시간이 만든 간격에서 경험이라는 맥락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유어마인드는 번듯한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일반적이지 않은 책을 팔면서 ‘외로워졌다’. 그럼에도 외로운 시도를 이어갔다. ‘로고의 날’ ‘오전의 날’ ‘편지의 날’ 등 세상에 없는 책방만의 기념일을 만들었다. 작가가 만든 명함을 ‘판매’했다. 구겨지고 망가진 파본을 모아 팔았다.

 

이로 대표는 “경험이 중첩되면 사람들은 그다음의 낯선 시도를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며 “작가가 만든 감각적인 명함은 그 자체로 작은 광고판이니 판매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파본을 읽는다고 텍스트에 대한 경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구겨지고 비뚤어진 파본을 찾는 고객이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이로 유어마인드 대표의 발표가 끝날 때쯤 화면이 그림으로 가득 찼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강연을 공유한 관객와의 결속을 강조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외로움을 타파하기 위해 산만하고 불편한 행사를 열었다. 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 일명 UE다. 이로 대표는 UE의 기획 배경으로 “독립출판물은 모르는 작가, 낯선 표지, 부족한 설명 등 독립출판물에는 불친절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독립출판물이 가진 폐쇄성, 불친절함을 현장에서 대면하면 다른 에너지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UE 기획에는 이 같은 가치관이 그대로 담겼다. 100부 이하의 한정판밖에 없지만 그것이 모여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언리미티트(무한정) 에디션'이라는 역설적인 이름을 지었다. 포스터에는 책 그림이나 책을 향유하는 모습을 넣지 않았다. UE는 올해 17회 차이지만 한 번도 같은 로고를 쓴 적이 없다. UE의 정체성을 가장 잘 아는 한 명의 디자이너가 매년 새 로고를 만든다. 사이트에는 역대 UE의 자료를 남기지 않았다.

 

이로 대표는 “결과적으로 외로운 선택이었다. 외로움은 불편함을 수반한다. 큰 틀에서 책과 행사에 맞는 인식을 가져왔다면 더 빠르게 사업을 확장했을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외로운 길을 택한 것이 강한 결속을 불러왔다. 내 가치관을 압도적인 다수에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사람을 모으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UE는 테마나 형식을 정하지 않는다. 정체성은 모호하고 행사장은 산만하지만 17년째 반복하자 그 모호함을 이해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맥락을 이해한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데려왔다.

 

결속은 결실이 됐다. UE는 입소문을 타고 매년 2만 명 넘게 찾는 행사가 됐다. 이로 대표는 “UE는 옅은 회색이다. 색을 넣는 건 창작자, 정점을 찍는 건 방문객이다. UE에서 가장 중요한 건 창작자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라며 “모든 불편함을 넘어 온 밀도 높은 방문객은 창작자의 이야기와 UE의 맥락을 안다. 이는 창작자에게도 에너지가 된다. 불편한 곳에 끝끝내 남은 사람과 강한 결속을 맺으면서 17년째 UE를 이어갔다”라고 말했다.

 

강연을 마칠 때쯤, 하얀 화면은 두서없는 그림으로 가득 찼다. 이로 대표는 사진을 찍는 관람객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화면을 끝까지 채웠을 때 하나의 그림으로 읽어내길 바랐다. 오늘의 이야기는 이곳에서만 유효하다. 사진만 본 사람은 맥락을 알 수 없을 것이다. 확장할 수 없다는 건 외로운 일이지만, 오늘 여기 모인 이들과는 강력한 결속을 느낄 수 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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