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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4.5일제 첫 시범운영' 정선군, AI 행정 서버 구축 착수

생산성이 '관건', 공무원 업무 지원 AI 행정 본격화…근무시간 단축·행정효율 '두 마리 토끼' 잡아라

2025.10.30(Thu) 17:25:30

[비즈한국] 정부가 주 4.5일제를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주 4.5일제를 시범 운영해온 강원도 정선군이 문서나 자료를 인공지능(AI)이 대신 찾아주고 요약해주는 행정업무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자체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행정 플랫폼을 마련해 공무원의 문서 작업과 민원 응대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자체 단위 AI 행정 실험이 공공 부문 생산성과 주 4.5일제 정착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정부가 주 4.5일제를 국정과제로 삼은 가운데 정선군이 AI 기반 행정업무 지원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사진=정선군 제공


#‘지자체 첫 시도’ 자체 GPU 서버 설치해 시스템 개발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정선군은 지난 23일 ‘4.5일제 촉진을 위한 행정업무 AI 자체 구축 사업’을 발주했다. 2억 2500만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자체 GPU 서버를 설치해 내부 구축형(온프레미스) 대규모 언어모델(LLM) 인프라를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행정문서 검색·요약·질의응답을 지원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외부 클라우드가 아닌 내부망 기반의 모델을 택해 데이터 보안과 비용 효율을 함께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정선군은 지난해 9월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주 4.5일제를 도입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8세 이하(초등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7급 이하 공무원과 공무직을 대상으로 격주로 주 4일제 근무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월~목은 정상 근무하되, 오후 6~8시까지 육아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해 격주 금요일마다 휴식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7급 이하 공무원은 월~목 총 8시간의 초과 근무가 발생하면 격주 금요일을 쉬는 방식으로 유연 근무제를 활용하고 있다. 

 

주 4.5일제 시범 도입 당시 정선군은 “인구소멸 위기 등 여러 어려움에 부딪힌 상황에서 공직사회가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보다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정선군은 외부 클라우드 의존 없이 자체 서버에서 AI 행정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직원들은 업무 중 행정문서, 법령, 사규 등 방대한 내부 자료를 자연어로 검색하고 AI가 지원하는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서 기반 민원 응대나 각종 공문 작성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주 4.5일제 정착에 따른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정선군이 공고한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사업 범위에는 GPU 서버 도입 및 구성과 생성형 AI 시스템 인프라를 토대로 한 자체 GPU 자원, 데이터 파이프라인, AI 모델 운영, 보안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포함됐다. 오픈소스 기반의 LLMOps(대규모 언어모델 운영) 솔루션이 도입되고, 자체 LLM과 연동 가능한 RAG(검색 증강 생성·AI가 외부 정보를 찾아 답변 정확성 향상) 기술을 적용한다. 전국 시·군·구청의 주요 행정업무를 통합적으로 처리하도록 지원하는 새올행정시스템과의 통합 인증(SSO)과 업무 모니터링 대시보드도 함께 구축된다.

 

정선군은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플랫폼 설계와 프로젝트별 GPU 자원 클러스터링을 고려한 구성으로 향후 부서별 산발적 중복투자를 방지할 것”이라며 “효율화 및 AI 기반 대민 행정에 필요한 조직원의 AI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질문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AI가 업무 생산성 해법 될까  

 

주 4.5일 근무제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 확산과 장시간 노동 관행 개선, 생산성 향상 등에 대한 기대에 따라 점차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정선군의 경우 현재 전체 직원 중 참여 인원은 10% 미만으로, 조직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다만 중앙정부 차원의 근무제도 개선에 발맞춰 확대될 여지가 크다. 최근 정부가 주 4.5일제를 주요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추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일부 지자체들은 이미 관련 실험에 나서고 있다. 제주도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주 40시간 근무를 유지하면서 금요일 오후 휴식을 보장할 수 있는 이른바 ‘13시의 금요일’을 시행한다. 월~목요일 중 4시간을 추가 근무하면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하는 형태다. 경기도는 도내 기업과 공공기관 일부를 대상으로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직은 내부 인식, 제도적 근거 등이 명확하지 않아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부담이 있다”면서 “중앙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등이 뒷받침돼야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시민단체가 진행한 ‘주 4일제 도입 및 노동시간 단축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주 4.5일제는 더 짧은 시간에 ​기존과 같은 성과를 ​내야 하는 구조적 전환을 수반한다. 근무 시간 단축에 따른 업무 공백과 생산성 저하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역시 크다. 시범 도입 중인 지자체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참여 인원에 제한을 두고 있다. 정선군은 부서별 신청자의 50% 이하, 제주도는 팀별 30% 이하로 참여 규모를 관리한다. 

 

이에 따라 AI를 활용한 행정 효율화가 핵심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업이 지방행정의 효율성 제고와 주 4.5일제 개편 논의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행정문서와 개인정보를 다루는 AI 시스템 특성상 공공 행정망에 생성형 AI가 도입될 때 신뢰성과 데이터 보안 등의 안정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지적된다. 

 

정선군은 계약 체결 후 4개월간 사업을 추진한다. 1~2개월 차에 시스템과 LLM 구축하고 3~4개월 차에는 교육과 운영 지원을 거쳐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선군 관계자는 “클라우드나 외부 API를 쓸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운영 효율성과 보안 문제를 고려하면 지자체에서는 온프레미스 방식이 적합하다”며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검증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내부 행정 지원 서비스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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