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07년 은하를 찍은 이미지 100만 개가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옥스퍼드대학교 천문학 박사 과정 학생 케빈 샤빈스키는 SDSS(Sloan Digital Sky Survey)로 관측한 데이트를 올려, 누구나 은하 이미지를 보고 그것이 원반 은하인지, 타원 은하인지 형태를 분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은하 동물원 ‘갤럭시 주(Galaxy Zoo)’로 불린 이 프로젝트는 시민 과학의 훌륭한 사례로 꼽힌다. 천문학자들만 보던 관측 데이터를 일반에 공개한 일은 처음이었다. 이런 지루하고 쓸모없는 작업에 누가 관심을 가지겠어. 천문학자들은 회의적이었하지만 실제 결과는 놀라웠다. 175일 만에 전 세계에서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4000만 개가 넘는 은하의 형태를 분류했다.
천문학자이자 유튜버 ‘우주먼지’로 널리 알려진 지웅배의 새 책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에 실린 이야기다.
어렵고 복잡한 물리학은 이해 못 해도 우주를 동경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저 하늘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막연히 이끌리는 사람이 기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모두 타고난 ‘천문학자’가 아닐까. 수없이 만들어지는 SF 소설과 영화는 물론이요, 실패를 거듭하고도 기어이 또 우주로 나아가는 인류의 의지를 보면.
저자 지웅배는 사실 천문학이 별로 쓸모없는 학문이라고 ‘고백’한다. 태양계 끝자락에서 돌 조각 몇 개가 부딪치는 일이나 수억 광년 거리에 사는 은하의 암흑 물질 비율 따위를 따지는 게 우리가 먹고사는 일상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천문학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학문이라고 역설한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쓸모 있는 것만을 하진 않는다. 사실 쓸모없는 걸 할 때가 더 재미있지 않은가. 저자는 인간이 이 우주에서 별을 보는 행위를 할 줄 아는, 그것의 재미를 느낄 줄 아는 유일하고도 아름다운 존재라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는 앞서 소개한 갤럭시 주 프로젝트 외에도 인류가 계속 별을 올려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어린 왕자’에 등장한 ‘별을 세는 사업가’가 사실은 천문학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낭만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100년 전 디지털카메라가 없던 시절엔 유리판에 담은 별빛이 마치 곰팡이처럼 보였다는 이야기, 하버드대학교 천문대에서 쏟아지는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인건비가 싼 젊은 여성들을 고용했고 이들이 ‘계산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컴퓨터(Computer)’로 불렸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제 천문학은 인공지능(AI)을 훈련시켜 왜소 은하를 찾아내고, 소행성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지구를 보호하는 수준으로까지 급격히 발전했다.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에는 아직 밝혀내지 못한 우주의 비밀과 천문학의 한계도 담겨 있다.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 물질은 지금의 우주 모습을 만들었지만 그 정체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빛을 내지도, 흡수하지도, 보이지도 않는 암흑 물질이라는 ‘유령’을 쫓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하늘뿐 아니라 땅 속까지 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암흑 물질이 진짜 물질인지, 아니면 단순한 중력인지조차 모른다. 인류는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찰나의 존재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모습조차 진실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아는 것이 아닌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마음, 그것이 천문학자의 마음이며 천문학이야말로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어주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저자 지웅배는 학계를 넘나들며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과학 크리에이터 중의 한 사람이다. 세종대학교에서 천문학을 가르치는 한편 구독자 수 26만 명, 누적 조회 수 4000만 뷰에 이르는 유튜브 채널 ‘우주먼지의 현자타임즈’를 운영하며 대중에게 널리 우주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어렵기만 한 천문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기에 천문학 덕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레 시선이 밤하늘을 향한다. 보이는 건 별이 아니라 지구 궤도를 따라 도는 인공위성일지라도, 마음의 눈은 이미 우주 저편의 누군가를 보고 있을 것이다.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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