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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임원 계약 2~3년, 회사가 꼭 지켜야 하나…상법이 정한 해임의 기준

계약기간 남아도 해임은 가능, 다만 ‘정당한 이유’ 없으면 손해배상 쟁점

2026.02.23(Mon) 17:01:04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기업은 사업의 실적이 부진하면 관련 인력을 정리하면서 임원을 해고하기도 한다. 사진=생성형 AI

 

회사가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해당 사업에 경력과 전문성을 보유한 사람을 외부에서 임원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실적이 매우 부진해 회사 입장에서 사업을 유지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안타깝게도 관련 인력을 정리하고 자산을 처분하게 된다. 이때 정규직 직원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단지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

직원이 아닌 임원은 어떨까? 경기가 나쁠 때는 임원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냐는 회사의 자문 요청과, 본인의 책임이 아님을 강조하며 당초 체결된 임원 계약상의 기간·보수 조건을 유지할 방법을 문의하는 임원의 자문 요청을 동시에 받곤 한다. 각자마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으니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임원 입장에서도 매우 황당한 것이, 일반적으로 2~3년의 기간으로 체결하는 임원 계약 정도는 회사가 보장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런데 회사가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그조차 이행하지 않고 해임한다고 하면 당하는 사람으로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를 검토할 때 먼저 선행해야 할 것은 지금의 논의가 근로기준법상 보호받는 근로자, 즉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임원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명함에 이사 등 임원의 직함이 기재돼 있으나, 대외적인 관계나 체면 때문에 그런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회사에 종속된 직원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형식상 직함과 관계없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근로자가 아닌 임원, 즉 형식과 실질이 임원의 성격에 부합할 때는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상법 또는 민법상 위임의 법리를 적용한다. 상법 제385조 제1항에선 ‘주주총회는 결의로써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해임 사유가 있어야만 해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이사의 임기가 정해졌음에도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만료 전에 해임했다면, 이사는 회사에 대해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689조 역시 위임계약은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는 등기 임원, 후자는 비등기 임원에게 적용되는 조항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주주총회의 해임 결의를 통해 언제든지 임원을 해임할 수 있다. 다만, 정당한 이유가 없는 때에는 이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의 존재 여부는 해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사가 정당한 이유가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해임으로 인한 손해란 이사가 임기 만료 전에 해임됨으로써 입게 될 손해로, 해임되지 않았다면 재임 기간 동안 받을 수 있었던 보수 상당액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해석이 관건인데, 대법원 2004다25611 판결은 그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상법 제385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란 주주와 이사 사이에 불화 등 단순히 주관적인 신뢰 관계를 상실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했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또는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관계를 상실한 경우

3.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애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로소 임기 전에 해임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로 인정​

 

이 같은 판단을 전제로, 앞선 판결에서는 대표이사가 회사의 경영계획 중 1년 동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천한 것이 없을 정도로 투자 유치 능력, 경영 능력, 자질이 부족했다면 이로 인해 대표이사가 회사를 위해 수임한 직무를 수행하기 곤란할 뿐만 아니라 대표이사와 회사 간의 인적 신뢰 관계가 무너져 회사가 대표이사를 믿고 그에게 회사의 경영을 맡길 수 없는 사정이 생긴 것이므로, 회사가 대표이사를 해임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

 

기업이 임원을 해고할 때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은 임원이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인 상황에 대한 해석에 달려있다. 사진=생성형 AI

 

결국 정당한 이유의 존재 여부는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애가 될 객관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법원은 회사의 재량과 판단을 가급적 존중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대법원 2004다47529 판결은 ‘업무집행 장해 사유가 이사 본인에게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회사 자체에 부도 등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인원 축소 필요 등의 객관적인 경영상의 필요성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사 개인에게 특별한 귀책이 없다고 하더라도 시장 상황상 객관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면 정당한 이유를 인정한다는 취지다.

그리고 위 판결은 아래와 같이 회사 또는 주주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이사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유지했다.​

 

1. 회사와 이사의 법률관계는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고 위임에 유사한 계약관계로서, 상법 제385조 제1항에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이사를 해임할 수 있게 한 것은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제도상 분리한 주식회사에서 회사기업의 소유자인 주주에게 최종적인 기업 지배권을 법률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2. 위와 같이 회사의 운명이 걸린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구체적으로 그 위임의 취지에 반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거나 회사에 손해를 가했다는 등의 사정이 없더라도 경영상의 필요성에 의한 고도의 경영 판단에 따라 그 위임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미의 해임 결의를 종속적 지위의 근로자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위임의 취지나 회사의 회생을 통한 주주 보호의 측면에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하급심 판결 역시 대체로 회사 또는 주주의 재량을 넓게 인정하고 있다. 해임에 수반된 정당한 이유를 넓게 인정해 임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는데, 주요 사례는 아래와 같다.

 

1. 영업·자재·원가 담당 이사가 거래처로부터 7년분의 물품 대금 채권을 수금하지 못하고, 거래처 일부에 대해 견적서를 제출하지 않고, 일부 품목에 대해 원가분석도 수행하지 않은 경우

 

2. 대표이사가 근무 시간에 부적절하게 골프장을 무료로 이용하고, 사적 관계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회원 예약 여부 등을 무시한 채 수시로 직원들에게 골프 예약 배정을 부당 지시한 경우

 

3. 회사의 자산인 서비스표를 아무런 대가 없이 제3자에게 양도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

 

4. 코로나 사태 등으로 심각하게 경영이 악화한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이를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급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경우​

 

물론, 하급심 판결 중에서는 정당한 이유를 부정하고 이사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한 사례도 있다. 객관적으로 회사의 주장이 입증되지 않아 부당한 축출로 보이는 경우다.

 

1. 경영 적자가 발생하자, 80세의 고령이라는 이유로 해임한 경우

 

2. 공사 수주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해임했으나 회사는 이사의 자격증을 제출해 여러 건의 공사를 수주하고, 이사는 민간공사 수주라는 고유 업무 외 회사의 다른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으며, 회사는 10년에 걸쳐 여러 번 이사를 중임한 경우

 

대체로 임원은 경력과 인지도가 높고 자부심도 크다. 그래서 사업 부진,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직을 포기하고 나가라는 회사의 요구에 대해서 대단히 불쾌하고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회사는 안 되는 사업은 신속히 정리하고, 인력도 정리하기를 원한다. 지금처럼 시장의 변화가 급격한 시대에 2~3년의 계약 기간 만료 시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한다.

필자는 임원과 회사, 양측과 모두 교류하다 보니 같은 시점에 양쪽으로부터 서로 다른 입장의 자문 요청을 받게 된다. 시장이 어려운 데다 세월이 지나 임원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이런 사례를 전보다 많이 접하게 되어 안타깝다. 이를 원만하게 풀지 못하고 법적 다툼까지 이어진다면 서로에게는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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