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회사가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해당 사업에 경력과 전문성을 보유한 사람을 외부에서 임원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실적이 매우 부진해 회사 입장에서 사업을 유지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안타깝게도 관련 인력을 정리하고 자산을 처분하게 된다. 이때 정규직 직원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단지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
1. 상법 제385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란 주주와 이사 사이에 불화 등 단순히 주관적인 신뢰 관계를 상실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3.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애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로소 임기 전에 해임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로 인정
이 같은 판단을 전제로, 앞선 판결에서는 대표이사가 회사의 경영계획 중 1년 동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천한 것이 없을 정도로 투자 유치 능력, 경영 능력, 자질이 부족했다면 이로 인해 대표이사가 회사를 위해 수임한 직무를 수행하기 곤란할 뿐만 아니라 대표이사와 회사 간의 인적 신뢰 관계가 무너져 회사가 대표이사를 믿고 그에게 회사의 경영을 맡길 수 없는 사정이 생긴 것이므로, 회사가 대표이사를 해임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정당한 이유의 존재 여부는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애가 될 객관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법원은 회사의 재량과 판단을 가급적 존중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대법원 2004다47529 판결은 ‘업무집행 장해 사유가 이사 본인에게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회사 자체에 부도 등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인원 축소 필요 등의 객관적인 경영상의 필요성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사 개인에게 특별한 귀책이 없다고 하더라도 시장 상황상 객관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면 정당한 이유를 인정한다는 취지다.
1. 회사와 이사의 법률관계는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고 위임에 유사한 계약관계로서, 상법 제385조 제1항에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이사를 해임할 수 있게 한 것은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제도상 분리한 주식회사에서 회사기업의 소유자인 주주에게 최종적인 기업 지배권을 법률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2. 위와 같이 회사의 운명이 걸린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구체적으로 그 위임의 취지에 반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거나 회사에 손해를 가했다는 등의 사정이 없더라도 경영상의 필요성에 의한 고도의 경영 판단에 따라 그 위임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미의 해임 결의를 종속적 지위의 근로자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위임의 취지나 회사의 회생을 통한 주주 보호의 측면에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하급심 판결 역시 대체로 회사 또는 주주의 재량을 넓게 인정하고 있다. 해임에 수반된 정당한 이유를 넓게 인정해 임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는데, 주요 사례는 아래와 같다.
1. 영업·자재·원가 담당 이사가 거래처로부터 7년분의 물품 대금 채권을 수금하지 못하고, 거래처 일부에 대해 견적서를 제출하지 않고, 일부 품목에 대해 원가분석도 수행하지 않은 경우
2. 대표이사가 근무 시간에 부적절하게 골프장을 무료로 이용하고, 사적 관계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회원 예약 여부 등을 무시한 채 수시로 직원들에게 골프 예약 배정을 부당 지시한 경우
3. 회사의 자산인 서비스표를 아무런 대가 없이 제3자에게 양도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
4. 코로나 사태 등으로 심각하게 경영이 악화한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이를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급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경우
물론, 하급심 판결 중에서는 정당한 이유를 부정하고 이사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한 사례도 있다. 객관적으로 회사의 주장이 입증되지 않아 부당한 축출로 보이는 경우다.
1. 경영 적자가 발생하자, 80세의 고령이라는 이유로 해임한 경우
2. 공사 수주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해임했으나 회사는 이사의 자격증을 제출해 여러 건의 공사를 수주하고, 이사는 민간공사 수주라는 고유 업무 외 회사의 다른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으며, 회사는 10년에 걸쳐 여러 번 이사를 중임한 경우
대체로 임원은 경력과 인지도가 높고 자부심도 크다. 그래서 사업 부진,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직을 포기하고 나가라는 회사의 요구에 대해서 대단히 불쾌하고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회사는 안 되는 사업은 신속히 정리하고, 인력도 정리하기를 원한다. 지금처럼 시장의 변화가 급격한 시대에 2~3년의 계약 기간 만료 시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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