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5년 12월 3일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1년이 된 날이다. 12월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이자 세계인권선언 77주년이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의미를 새삼 돌아보는 12월을 맞아 의미 있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박래군 지음 한겨레출판
452쪽 2만 5000원
박래군. 대한민국 인권운동은 그에게 기대어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사무국장,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로 활동하면서 한국사회의 아픈 곳에 늘 함께 있었다. 평택 대추리, 용산 남일당, 세월호와 이태원까지. 박래군은 지난 45년간 의문사 진상 규명, 고문 철폐, 장애인 시설 인권 유린 고발,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각종 재난 참사 진상 규명 및 유가족 지원 활동 등 수많은 인권 현장을 지켜왔다. 이런 헌신을 인정받아 들불상, NCCK 인권상, 임창순상 등을 수상했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는 박래군의 45년 인권운동사를 정리한 책으로, 한겨레에 연재한 ‘박래군의 인권의 꿈’ 시리즈를 다듬고 보완한 것이다.
박래군은 연세대학교 국문과 81학번으로 입학했다가 군부독재 실상을 목격하고 학생운동가가 되었다. 그가 지치지 않고 인권운동에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은 동생 박래전과의 약속 때문이다. 숭실대 학생이던 래전은 1988년 6월 4일 ‘광주학살 원흉 처단’을 외치며 분신해 세상을 떠났다. 고작 스물여섯, 꽃다운 청춘이었다. 동생의 관 위에 흙을 덮으면서 박래군은 다짐했다. ‘네 몫까지 내가 할게. 네가 바라던 민중의 새 세상 만들 때까지 독하게 맘먹고 싸울게’라고. 스물여덟 박래군의 다짐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박래군은 스스로의 투쟁을 “질 줄 알면서도 하는 싸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설가 김훈의 말처럼 “그의 싸움은 구체적 현장에서 지는 경우가 때때로 있지만, 큰 틀에서는 대체로 지지 않는” 것이다. “이기고 짐을 말할 수는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가 그렇게 싸워준 덕분에 한국사회는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사세요?” 박래군은 지금도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왜 아직도 그렇게 힘든 일을 하며 사느냐는 뜻이리라. 박래군은 그냥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한다고 말한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는 이 질문에 대한 속 깊은 답이기도 하겠다.
내란의 밤, 시민의 기록
강문민서 송소연 조용환 지음 진실의 힘
448쪽 2만 2000원
“지금 국회가 계엄군들에게 침탈당하고 있으니 국회로 향해주십시오!”
“저희도 국회로 가고 있습니다!” “저도 가요!” “저도요!”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긴박하던 그 시각, 시민들이 국회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왜 집을 나서 국회로 향했을까, 국회 앞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들이 당시 느낀 두려움, 분노, 연대는 어떤 것이었을까.
‘내란의 밤, 시민의 기록’은 그날 밤 국회로 달려가 내란군을 막아낸 시민 313명의 증언을 기록한 책이다. 2025년 2월부터 7월까지 313명을 면담하고 A4 용지 1만여 장의 녹취록을 분석해 만든 최초의 시민사(市民史)다. 단순히 그날 밤 사건을 재현한 것을 넘어, ‘광주’ 이후 처음으로 시민이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가 된 밤을 집단적으로 복원한 기록이다.
12월 3일 국회 앞으로 달려간 이들은 정치적 성향, 성별, 세대, 직업, 지역을 넘어 ‘민주주의를 지키는 시민’이라는 새로운 공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바로 ‘12·3시민’이다.
그들은 무엇을 지키려 한 것일까? 313명의 목소리는 겸손하지만, 그들이 꿈꾸는 사회는 구체적이다. 극심한 불평등이 해소되고, 약자가 보호받으며, 혐오 대신 연대가 작동하는 사회. 시민이 다시 거리로 나가지 않아도 제도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나라.
1980년 광주의 기록이 2024년을 구했듯, 한국에 또 위기가 닥친다면 이들의 이야기가 민주주의를 구할 것이다.
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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