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회장직 상실 위기에서 벗어났다. 1월 29일 대법원은 함 회장의 채용 비리 사건에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3심 판결에 회장직 유지 여부가 달렸던 함 회장은, 파기환송으로 다시 재판에서 혐의를 다툴 수 있게 되면서 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함 회장과 함께 기소된 하나은행 법인과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은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1월 29일 대법원 제1부는 함영주 회장의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사건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함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유지했다. 함 회장은 앞서 2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함 회장과 함께 기소된 장기용 전 부행장과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하나은행 법인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함 회장은 8년 가까이 이어온 사법 리스크를 덜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유예기간 중인 사람은 금융사 임원을 할 수 없다.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할 경우 함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일부 무죄로 파기환송되면서 사실상 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함 회장은 2025년 3월 연임에 성공해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연장한 상태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 행장 재임 중이던 2015~2016년 인사 청탁을 받아 신입사원 공개 채용 과정에 개입해 특정 지원자에게 유리하도록 불합격자의 점수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2018년 검찰에 기소됐다. 또 2013~2016년 신입 행원의 남녀 비율을 4대 1로 차별 채용하도록 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
2022년 3월 1심에서는 함영주 회장은 무죄, 장기용 전 부행장은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 하나은행 법인은 벌금 700만 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함 회장이 부정 채용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또 차별 채용이 은행장의 의사결정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23년 11월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무죄였던 1심을 일부 파기하고 함 회장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반면 장 전 부행장은 항소가 기각됐고, 하나은행 법인은 유죄 판결을 받아 1심에서의 형이 유지됐다.
2심 재판부는 “증거관계에 비춰 함 회장이 2016년 합숙 면접 합격자 선정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하고, 2015~2016년 신입 직원의 성별 불균형 선발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양형 이유로는 “부정 채용이 공적 성격이 강한 은행의 공정한 채용 업무를 방해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이로 인해 정당하게 합격해야 할 지원자가 탈락했을 것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함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함 회장이 채용 비리에 공모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함 회장으로부터 지원자 재검토를 지시받은 사실이 없다’는 하나은행 인사 채용 담당자들의 증언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2심에서 제시한 간접 사실만으로는 함 회장의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2심은 함 회장 지시로 추가 합격자를 정하기 위한 회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을 뒤집으려면 1심의 증거 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거나 논증이 논리에 어긋나는 등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 판단에서 공판중심주의 및 직접심리주의에 관한 법리, 공동 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선고하면서 함 회장은 업무방해 혐의를 두고 다시 법정에서 다투게 됐다. 다만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돌려보낸 만큼 형량이 줄거나 무죄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회장직 공석이라는 비상사태는 피했다. 다만 과거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함 회장과 법인 등이 성차별 채용을 했다는 점에서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 유죄 판단이 유지됐다.
하나금융은 29일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의 공명정대한 판결에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향후 하나금융그룹은 안정적인 지배구조 속에서 더 낮은 자세와 겸손한 마음으로 어렵고 힘든 금융소외계층을 세심하게 살피며, 국가미래성장과 민생안정 지원을 위한 생산적 금융 공급 및 포용 금융 확대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이익 창출을 통해 기업 가치와 주주 환원을 더욱 증대하며 금융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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