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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스마트공장 도입 10년, 자동화는 됐지만 지능화는 '글쎄'

종근당 메타버스로 가상과 실제 현실 연결, 대웅제약 제약사 최초 4단계 인증…실제 품질 관리로 연결돼야

2026.02.12(목) 14:39:40

[비즈한국] 국내 제조업 혁신을 위한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이 2014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계는 GMP(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공장 자동화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2026년 현재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하드웨어 중심의 자동화 단계를 넘어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지능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화려한 기술 도입 이면에 데이터 연결성 부족과 전문 인력 부재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근당이 구축한 메타버스 팩토리에서 AI 어시스턴트를 운영하는 모습.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클린룸 안 들어가도 원격 제어” 종근당, 3월 사내 LLM 도입

 

종근당은 충남 천안공장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팩토리와 AI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가상 공간에서 실제 설비 데이터를 확인하고 제어하는 단계를 구현했다. 기존 스마트공장이 현장 데이터를 모니터로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면, 종근당의 메타버스 팩토리는 한발 더 나아가 가상 공간에서의 조작이 실제 설비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양방향 제어를 실현했다.

 

황수정 종근당 천안공장 생산기획담당 이사는 지난 11일 서울 용산에서 KIMCo(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주관으로 열린 2026 의약품·의료기기 스마트공장 세미나에서 강연자로 나서 현황을 공유했다. 황 이사는 “작업자가 위험하거나 오염에 민감한 클린룸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가상 공간에서 설비를 제어할 수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는 제약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교차 오염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공정 효율을 극대화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종근당은 기술 도입을 넘어 검증하는 과정도 철저히 하고 있다. 품질평가 과정(APQR)에서 사람이 명령을 내리면 시스템이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 과정의 정합성을 CSV(컴퓨터시스템 밸리데이션)를 통해 검증하는 체계를 갖췄다. 황 이사는 “데이터가 저절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절차를 통해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하드웨어 제어를 넘어 지식의 자산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숙련된 작업자가 떠나더라도 그 경험이 시스템에 남아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종근당은 오는 3월 중으로 온프레미스(사내 구축형) LLM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LLM 구축을 통해 공정 데이터 분석과 업무 매뉴얼 학습 등을 AI가 보조하는 스마트워크 환경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황 이사는 “AI 러닝 어시스턴트 등을 통해 사내에 흩어진 노하우를 데이터화하고 있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기술 그 자체보다 ‘이 기술을 우리 일하는 방식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진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핵심 시스템 자체 개발…데이터 주권 쥐어야"

 

대웅제약은 스마트공장 구축 기술 내재화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2016년 건설돼 올해로 가동 10년 차에 접어든 대웅제약 오송공장은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으로부터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스마트공장 4단계(시스템 완전 최적화) 인증을 받았다. 이 단계는 최고 단계인 5단계(AI 자율제어) 바로 아래로, 공정 대부분이 IT 기술에 기반한 기반 자동화 설비로 운영되고 시뮬레이션을 통한 사전 대응 및 의사결정 최적화가 가능하다.

 

대웅제약이 구축한 오송공장의 효율성은 수치로 증명된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공정순환 시간(PCT)은​ 기존 향남공장 45일 대비 32일로 28.9% 단축했으며, 제조원가율도 향남공장 37%보다 5.3%p 낮은 31.7%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주요 IT 시스템을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자체 개발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승하 대웅제약 생산본부장은 “품질관리시스템(QMS), 실험실정보관리시스템(LIMS),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등을 모두 우리가 직접 개발했다”고 밝혔다. 다른 제약사들이 글로벌 벤더사의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 본부장은 자체 개발 이유로 데이터 활용의 유연성을 꼽았다. 그는 “외부 시스템을 도입하면 데이터 엔지니어가 제3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 맞게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대웅은 시스템을 사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 역량으로 키워가야 한다는 철학으로 대웅 소속 데이터 엔지니어가 직접 시스템을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개발한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 오송공장에 도입된 무인지게차. 사진=대웅제약


#‘무늬만 스마트’ 경계해야…“설비와 품질 데이터 매칭 안 돼”

 

선도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산업 전반으로 시야를 넓히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KIMCo가 추진 중인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에는 일동제약, 보령, 동국제약 등 78개 사가 참여하고 있지만 기업 간 기술 격차가 크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단절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는다. 공장에 로봇과 센서는 설치됐지만,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가 실제 품질 관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약 스마트공장 평가위원을 지낸 김호성 글로벌지속경영연구원 상무는 “분석을 하려면 제조 당시의 설비 세팅값과 결과물인 제품의 품질 데이터를 맞춰야 하는데 그 연결고리가 끊긴 경우가 태반”이라면서 “어떤 작업지시서로 제품이 나왔고 불량률이 얼마인지는 알지만, 정작 그 제품을 만들 때 온도는 몇 도였고 세팅값이 얼마였는지 안 맞고 이러한 상관관계를 맞춰본 적이 없으니 데이터가 쌓여도 분석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공장에서 도출되는 데이터가 완전하고 일관되며 정확하다는 것을 보증하는 데이터 무결성(DI)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작업자의 실수나 고의가 개입될 여지를 시스템으로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의 역할도 강조되는 추세다. 데이터 무결성 규정 적용을 강화해 허가받은 의약품 및 의약외품에 대해 ​식약처가 ​​최근 ​데이터 조작 및 무결성 위반을 이유로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KIMCo 관계자는 “의약품 제조업에서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는 핵심 이유는 생산성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조작을 방지하고 신뢰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면서 “식약처나 해외 규제기관에 대응하려면 (스마트공장 도입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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