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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넷플릭스·아마존에 '매출 8%' 독일 제작 재투자 의무 추진

12% 투자하면 독일어 제작 의무 등 일부 규제 완화…'OTT 기여금' 논쟁, 유럽이 먼저 제도화

2026.02.12(목) 15:05:36

[비즈한국] 유럽 최대급 스트리밍 시장 중 하나인 독일이 넷플릭스와 아마존 같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향해 “독일에서 벌어들인 돈은 독일 콘텐츠에 다시 써라”는 규칙을 꺼내 들었다. 단순한 ‘문화 진흥’ 구호가 아니라, 플랫폼의 국내 매출을 기준으로 투자액을 계산해 로컬 제작비로 돌리는 방식이어서 사실상 준조세에 가까운 산업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에서도 ‘OTT 기여금’과 국내 제작 투자 의무를 둘러싼 논쟁이 반복되는 만큼, 유럽이 어떤 정산 방식을 설계하는지가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독일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현지 제작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일러스트=생성형 AI


로이터는 5일(현지시간) 독일 문화부 발표를 인용해, 독일 정부가 스트리밍 플랫폼과 TV 방송사에 대해 독일 내 연간 매출의 최소 8%를 독일 영화·영상 산업에 재투자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같은 보도에서 로이터는 “플랫폼과 방송사가 12% 이상 투자를 선택하면, 독일어 제작 의무와 같은 복잡한 규제 일부를 면제받는 ‘옵션’도 제시됐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이와 별개로, 영화 제작 지원 등 공적 지원을 연 2억 5000만 유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독일 영상 제작 현장의 비용 압박이 깔려 있다. 로이터는 독일 제작이 글로벌 OTT 수요 덕에 한동안 성장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인건비·에너지·자재비 상승 등으로 제작비 부담이 커졌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플랫폼이 독일 시장에서 얻는 수익이 커진 만큼, 그 수익이 현지 제작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자금’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문화부는 이번 제도를 “상징이 아니라 실제 투자 촉진”이라고 표현하며,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작 역량을 동시에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주목할 대목은 독일이 ‘규제의 채찍’만이 아니라 ‘규제 완화’라는 당근도 같이 걸었다는 점이다. 독일이 제시한 구조는 기본적으로 8% 재투자를 의무로 깔되, 12% 이상을 자발적으로 투자하면 일부 규제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선택지처럼 보이지만, 플랫폼 입장에서는 결국 “돈을 더 내고 규제를 덜 받느냐, 덜 내고 더 빡빡한 의무를 지느냐”를 계산해야 하는 셈이라, 산업계에서는 이를 제작비 강제 분담 장치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로이터 역시 12% 투자 시 면제되는 항목의 예로 독일어 제작 의무를 들었다.

 

다만 아직 ‘빈칸’도 있다. 로이터는 독일 언론을 인용해 관련 법안이 2026년 4월 초 이전에 내각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플랫폼이 제도를 따르지 않을 경우 어떤 처벌(벌금 등)이 부과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즉, 큰 틀의 설계는 공개됐지만 집행 수단은 앞으로의 입법 과정에서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이 이 카드를 꺼냈다는 사실 자체가 유럽 전체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독일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포함해 이미 스트리밍 사업자에게 국내 제작 투자를 의무화한 유럽 여러 나라의 흐름에 합류하게 된다. 유럽이 OTT를 ‘콘텐츠 유통 채널’로만 보지 않고, 로컬 제작 생태계에 자금을 환류시키는 산업 인프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 제도가 실제로 시행되면, 넷플릭스·아마존 같은 글로벌 OTT가 비용을 어디로 전가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된다. 투자 의무가 고정비처럼 붙는 구조라면 구독료 인상이나 광고 단가 조정으로 일부를 흡수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고, 반대로 플랫폼이 유럽 내에서의 제작 포트폴리오를 독일 중심으로 재배치해 ‘의무 투자’를 효율적으로 집행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독일 시장에서의 매출이 커질수록 ‘독일에 다시 써야 하는 돈’도 커지는 구조인 만큼, 플랫폼은 독일 제작사와의 계약 방식, 제작비 산정, 판권 구조까지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

 

한국 콘텐츠 업계 입장에서도 이 규칙은 단순한 ‘독일 로컬 뉴스’가 아니다. 글로벌 OTT의 유럽 제작비가 일정 수준 ‘독일 락인(lock-in)’될 경우, 한정된 글로벌 제작비 풀에서 한국 프로젝트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독일이 의무 투자 시장이 되면 한국 제작사들이 독일 제작사와의 공동제작, 독일 현지 법인·스튜디오 설립, 유럽 스태프·로케이션을 활용한 프로젝트로 “독일 투자 요건을 충족하는 한국형 콘텐츠”를 설계하는 길도 열린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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