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과 전기 요금 인상 부담을 빅테크 기업이 책임지도록 하는 초강수 규제에 나섰다. 2025년 재집권 이후 급등한 가정용 전기료와 관련해 정치적 부담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전력 계통 부담과 지역 분산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9일(현지시각)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빅테크 기업에게 AI 데이터센터 확장을 규제하는 새 협약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협약 초안에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데이터센터가 가정용 전기 요금 인상과 상수도 공급 부담, 전력망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빅테크 기업이 새로운 인프라 구축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직 어떤 기업이 이 협약에 참여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협약이 체결되면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여러 AI 대기업이 에너지, 물, 지역사회와 관련된 광범위한 원칙을 준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데이터센터 때문에 미국인이 전기요금을 더 내는 일은 절대 원치 않는다”며 “데이터센터를 짓는 빅테크는 스스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PJM의 긴급 도매전력 경매에 빅테크 기업이 참여해 전력 인프라 구축 비용을 대도록 압박했다.
결국 MS는 데이터센터를 지역사회 친화적으로 운영하겠다며 높은 전기 요금을 감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마존 역시 소비자 요금 인상을 완화하기 위해 전력망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공화당도 전기 요금 상승에 빅테크의 책임을 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월 5일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조시 홀리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데이터센터 요금 변동 방지법(Guaranteeing Rate Insulation from Data Centers Act)’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데이터센터로 인해 소비자 공공요금이 인상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소비자에게 전력망 우선권을 주고 신규 데이터센터는 전력망과 분리된 자체 발전원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는 AI 데이터센터 폭증으로 전기 요금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통계기관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한 2025년 1월 이후 가정용 전기 요금은 12.7% 상승했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기 소비량이 가격을 더욱 상승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됐다. 데이터센터 개발을 전폭 지원한 미국 행정부로서는 정치적 부담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이번 협약이 중간선거 겨냥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기 수요 폭증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예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Electricity 2026’ 보고서는 향후 10년 동안 미국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50%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전력 수요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420TWh(테라와트시)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약 절반은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 전체 전기 수요 증가율이 연평균 2%로 예상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데이터센터다. 이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증가율의 두 배에 달한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기업들은 자체 전력망 구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수혜를 입는 기업도 등장했다. 블룸에너지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기반으로 하는 분산형 전원 기업으로, 데이터센터에서 천연가스를 이용한 SOFC를 통해 현장에서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발전원을 제공한다. 지난 1년 동안 블룸에너지의 주가는 400% 넘게 급등했다.
데이터센터발 전기 요금 상승을 기업이 분담하게 하는 미국의 정책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전기요금 결정 체계가 다르다. 한국은 시장 요인 반영이 늦고 현재는 예비전력이 충분해 데이터센터의 영향은 단기적으로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계속해서 들어서고 수도권으로 설비가 몰릴 경우, 전기 계통 부담과 송변전·배전 비용의 폭증을 불러올 수 있다.
강민영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건설 및 운영 기업은 사업이 기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PPA(전력구매계약)나 자체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분산 건설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는 하이퍼스케일(초거대) 데이터센터 수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분과에서 데이터센터 수요를 계산하고 있다”며 “하이퍼스케일급 수요가 나오면 계통 부담이나 지역 분산 관점의 정책이 더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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