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해 온 추가 상계관세를, 최저수입가격(가격 하한)과 연간 수입 물량 제한 같은 조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 첫 사례를 승인했다. 폭스바겐그룹 스페인 브랜드 쿠프라(Cupra)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기 SUV 쿠페형 모델 ‘타바스칸(Tavascan)’이 그 첫 주인공이다. 로이터는 10일 “EU 집행위원회가 타바스칸에 대해 추가 관세를 면제하는 결정을 내렸고, 그 대가로 최저가격과 연간 쿼터(물량 제한) 모델을 약속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특정 모델이 관세를 피했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EU는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BEV)에 대해 기존 승용차 기본 관세 10%에 더해 상계관세를 얹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는데, 이 구조 안에서 개별 모델에 한해 ‘가격약속(undertaking)’을 조건으로 추가 상계관세를 면제하는 통로가 실제로 열렸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무역·경제안보 총국)는 2026년 2월 10일 공식 발표에서 “폭스바겐(안후이) 자동차가 제시한 최소 수입가격 이상으로 판매하겠다는 약속을 수용했고, 그 조건을 충족하는 한 타바스칸은 BEV 대중국 상계관세에서 면제된다”고 밝혔다.
타바스칸이 왜 ‘첫 승인’으로 주목받는지는 숫자가 설명한다. 로이터는 2026년 2월 10일 타바스칸이 그간 “기본 10% 관세에 더해 추가 20.7% 관세가 적용돼 왔다”고 전했다. 이번에 면제되는 것은 이 중 추가 상계관세이며, 기본 10% 관세와는 별개라는 점이 핵심이다.
EU가 공개한 ‘면제의 대가’는 생각보다 무겁다. 집행위는 이번 약속이 최소 수입가격만이 아니라 수입 물량 제한을 포함하며, 더 나아가 EU 역내의 전기차 프로젝트 투자 약속과 그 이행 단계(마일스톤)까지 함께 담겼다고 설명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집행위가 가격약속(undertaking)을 철회하고, 면제했던 상계관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경고도 공식 문건에 들어갔다. 다만 구체적인 최소가격과 물량 제한 수치는 ‘기밀’로 묶였다.
이 대목에서 EU가 던진 메시지는 선명하다. 관세를 ‘세율’로만 밀어붙이기보다, 중국산 전기차의 유입 조건을 가격·물량·투자 약속으로 재설계해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틀이 제도적으로도 깔려 있었다. 집행위는 2026년 1월 12일 중국 수출업체들이 가격약속을 제출할 때 무엇을 어떻게 제시해야 하는지(최소 수입가격, 판매 채널, 교차보상 방지, EU 내 투자 등)를 정리한 가이드 문서를 공개했다. 즉 타바스칸은 ‘즉흥적 예외’라기보다, EU가 만들어 둔 트랙 위에서 처음으로 통과한 케이스라는 의미가 된다.
배경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번 ‘우회로’가 왜 지금 열렸는지도 보인다. EU는 2024년 7월 4일 중국산 BEV에 잠정 상계관세를 부과했고, 조사 종료 후 2024년 10월 30일 확정 상계관세 체제로 전환했다. 이 조치들은 기본 10% 관세 위에 얹히는 구조다.
첫 승인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업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이터는 2026년 2월 11일 “주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타바스칸 사례를 보고 유사한 면제 협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고, 중국 측(주EU 중국상공회의소)이 ‘동등한 대우’와 ‘예측 가능한 실무 협의’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승인 과정이 모델별로 진행되고, 제출해야 하는 자료와 조건이 복잡하다는 점은 중국 업체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실렸다.
폭스바겐 내부에서도 이 합의가 ‘영구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신호가 나온다. 로이터는 2026년 2월 11일 독일 매체 보도를 인용해 폭스바겐이 타바스칸 후속 모델의 생산을 중국에서 유럽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세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더라도, EU가 요구하는 투자·공급망 조건이 강화될수록 기업들은 결국 유럽 내 생산(현지화)으로 이동할 유인이 커진다는 점에서, 이번 ‘첫 승인’은 오히려 생산지 재편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리하면, EU가 바꾼 것은 ‘관세를 없앴다’가 아니라 ‘관세를 대신할 수 있는 조건부 통로를 열었다’에 가깝다. 중국산 전기차의 경쟁이 ‘가격 할인’만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는 최소가격·물량·투자·현지화 조건을 충족시키는 ‘시장 접근 경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타바스칸 건은 그 변화가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첫 신호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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